| | | 흔히 ‘불륜’이라고 불리어지는 세계의 음침함에 대해 우리는 편견과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자신의 남편이나 아내가 비밀리에 다른 사람을 만나 사랑을 나누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요즘에는 불륜이 가지는 정당성이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가 없다.
하지만 르네상스 후반, 시민계급에 속해있던 여인들 사이에서는 간통을 숭배하는
묘한 유행이 일어나 남편들의 심장을 뒤흔들곤 했다고 한다.
이러한 시기가 몇 년 동안 지속된 후에는 간통이 하나의 일반적인 대중현상으로까지
자리 잡았다고 하니, 당시의 남자들의 속이 얼마나 타들어갔을지는 안 봐도 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남편의 철통같은 감시를 뚫고 불륜을 저지른 여인은 부인들 사이에서 영웅처럼 여겨졌다고 하는데,
좀 더 쉬운 이해를 위해서 아레스라는 여인의 간통사건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한다.
젊고 아름다운 아레스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에게 시집와서 몇 년 동안 그에게
복종하다시피 살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우유를 배달하러 온 젊은 남자에게 마음을 뺏기게 되었는데,
그도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종종 그와 밀회를 즐기게 되었다.
하지만 남편의 눈을 감쪽같이 속이기란 매우 어려운 것이었고, 그녀는 여러 가지 술책을 써내어
남편을 외출시키고 젊은 우유배달부를 불러내었다.
언제나 자신이 원할 때 젊은이와 정사를 나누곤 한다는 아레스의 불륜사건은 다른 부인들
사이에서 영웅담처럼 번져나가기 시작했고, 결국 아레스는 여인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찬사를 받으며 젊은이와의 관계를 유지시켜 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늙고 추해진 남편들의 시기심을 완전히 정복해버린 부인들의 심리는 교활함이 아닌
현명함으로 일컬어졌다.
일하고 있는 어린 하인을 침대로 끌어들이는 부인들은 누구보다도 능력 있는 여자로
여겨지곤 했으니까 말이다.
심지어 남편들은 자신의 아내가 간통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함부로 그녀를
비난하지 못했다.
남편들 사이에서는 침대에서 아내가 다른 남자와 뒹굴고 있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 하더라도,
예전과 다름없이 아내의 훌륭한 점을 신뢰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충고까지 나돌았다고 한다.
어떠한 모욕을 당하더라도 꾹 참고 소화시켜야 한다는 조언의 말은 진리처럼 남자들 사이에
퍼져나갔다.
하지만 그 중에는 아내에 대한 반발심을 이기지 못하거나 넘쳐나는 욕망을 해결할 곳이 없다는
이유로 외간 여자와 불륜을 저지르는 남편들도 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내들은 화를 내기 보다는 코웃음을 치며 이렇게 말하곤 했다.
“이렇게 탱탱한 내 몸으로도 모자라서 다른 여인의 육체까지 탐하려 하는군요.
원한다면 그렇게 하세요.
저는 당신에 의해 길들여진 몸으로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길 테니.”
결국 남편들은 버젓이 정부를 꿰차고 있는 당당한 아내에게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성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몇몇 늙은 남편들은 아내에게 다른 남자를 만날 것을 장려하기도
했다고 한다.
상큼하게까지 느껴지는 그들의 독특한 애정방식은 애정과 무관심의 경계에서 불안정하게
기우뚱거리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사람들은 침대에서 금욕하는 것이야 말로 사람을 일찍 죽게 만든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사랑하는 아내에게 누구와도 상관없으니 욕망을 억누르지 말라며
간통의 정당성을 인정해 주었다고 한다.
아내에게 성적인 즐거움을 줄 수 없는 늙은 남편들의 가슴 아픈 간통장려는, 여인들의
끊임없는 욕망을 부추기는 시발점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성스러운 결혼 서약은 마음 뿐 아니라 육체의 정조를 지키라는 약속이기도 하다.
금지된 것이 갖는 은밀한 짜릿함에 지나치게 몸과 마음을 뺏기지 말고, 곁을 지키고 있는
사람에게 더욱 깊은 사랑을 주는 성숙된 자세를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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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현란한 나라, 코스타리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