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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이전의 유럽국가에는 첫날밤에 관한 묘한 풍습이 있었다.
이 관습은 이름하여 ‘공개적인 동침식’이라고 불리었는데 일반적으로 약혼하거나 결혼한 남녀가
대중이 보는 앞에서 함께 잠자리에 드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17세기 초까지 이러한 문화는 계속 이어졌고,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 자체가
결혼에 대한 증명으로 인식되면서 이 풍습은 서서히 사라지게 되었다.
공개적인 동침식이 대중화되어있을 당시 사람들은 결혼이란 마음과 육체의 결합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두 가지를 모두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성관계를 맺는 것 밖에는 없다고 결론짓고는
사랑의 증인이 되어 주고 싶다는 순수한 의미로 그들의 동침장면을 지켜보았다고 한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공개동침이라는 이 풍습의 야만성에 눈살을 찌푸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은 그들의 진화하지 못한 성생활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문화 중
하나를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뿐이다.
사실 당시의 왕족들조차도 이 공개동침의 관습을 따랐다는 점을 통해 이것이 시대를
대변하는 하나의 문화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군주의 경우에는 일반인들보다 그 모습이 좀 더 특이하게 나타났다.
군주가 결혼할 경우 사제나 주교, 혹은 대주교가 초야의 침대를 축복했는데, 그들의 축복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귀족들에게 성관계를 맺는 장면을 보여주어야만 했다.
사람들은 결혼한 남녀가 한 이불을 덥고 잠자리에 드는 것을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표현하였으며, 그 때문에 “침대에 오르는 것이 법률보다 먼저다.”라는 말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공개동침이 결혼문화를 대표하는 풍습으로 자리 잡으면서 그 모습과 방식은
실로 다양한 형태를 지니게 되었다.
어떤 경우에는 공개동침을 파티처럼 화려하게 꾸며 의식화하기도 했고, 또 어떤 경우에는
사제가 초야의 침대에서 예배를 드리는 등 엄중한 절차로써 이루어지기도 했다.
동네 이웃들을 모두 불러 장난기 가득한 의식으로 치르는가 하면, 단 한 사람의 증인을 앞에 두고
조용히 치르기도 했다.
뭇 사람들은 의식이 끝난 후 신랑과 신부를 놀려대기도 했는데, 그런 에로틱한 익살이
퍼지는 가운데에서도 공개동침은 하나의 의식이 가지는 존엄성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공개동침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 내면에 건강함과 순수함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침하는 신랑과 신부를 보며 음탕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모두들 두 사람의
행복한 결합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축하해 주었다.
누구나 일정한 나이가 되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성욕 또한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타인들의 정사장면을 보고도 불순한 욕망을 품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풍습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는 없었다.
이러한 인식은 교회에서부터 시작되어 사제들은 서민들에게 교회에서의 결혼식과 함께
공개동침이라는 관습의 철폐를 위해 노력하였다.
그러나 공개동침을 자신들의 풍속이라고 생각했던 서민들은 그러한 교회의 의견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회에서의 결혼식이 가지는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던 서민들은 끝까지 공개동침의 문화를
존속시키려고 했고, 이러한 그들의 주장은 교회에서의 결혼식이 신의 법률로 인해 증명된다는
기독교적인 사상이 널리 퍼지기 전까지 계속 그 모습을 유지했다.
조선시대에도 초야를 치르는 신랑신부의 방문에 구멍을 뚫어 동침장면을 엿보는 풍습이 있었다.
과거 동양과 서양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풍습은 당시의 사람들이 성적으로 순수하고 건강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언제든 원하면 성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로 개방된 현대에서 오히려 성적인 모든 부분을
감추려고 애쓰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감추려고 하는 것일수록 타락되고 비틀어진 모습으로 변모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개방된 성의 세계 속에서 진정한 순수함을 찾으려는 노력은 좀 더 밝고 건강한 성문화를
우리에게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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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현란한 나라, 코스타리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