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성관계란 연인이나 부부들의 달콤한 세계 속에 가득 차 있는 신선한 공기와도 같은 것이다.
사랑을 맛있게 구워진 빵이라고 한다면, 성관계는 그 빵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도와준
오븐이 되는 셈이다.
일명 ‘속궁합’이라 불리는 이것은 현대사회에서는 이혼 사유가 되거나 사랑의 원인이 될 정도의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평생 동안 손만 잡고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말이다.
사랑이라는 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다져주는 성관계는, 결혼을 약속한 두 남녀에게는
미래를 내다볼 수 있게 해주는 망원경과 마찬가지이다.
영혼의 교감이 이루어진 두 사람은 과연 육체적으로도 완벽한 결합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궁금해 하기 시작할 것이고, 결혼 후에 속궁합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늦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초조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 그들은 쑥스러움을 집어던진 채 과연 자신들이 평생을 한 침대에 누울 수 있을 것인가를
결혼 전에 시험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과거 서양에서도 여자들의 혼전성관계가 합법적으로 허락된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시험혼’이라 불리는 이것은 처음에는 농민층에서 생겨났는데, 눈에 띄지 않게 조금씩 번져나가더니
결국은 유럽 전체의 문화를 바꾸어버렸다.
이 관습은 그 역사의 깊이에 비해서는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는데,
아마도 사람들의 의식 깊은 곳에 심어져 있는 혼전순결에 대한 의무감이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싶다.
독일의 시골에서는 시험혼의 풍습이 어느 나라보다도 활발하게 일어났는데, 일반적으로
남자들만의 전유물이던 결혼 전의 자유로운 성관계가 처녀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처녀들은 주로 자신의 약혼자들과 함께 은밀한 쾌락을 즐기곤 했는데, 농촌 처녀들의
이러한 결정은 그녀들의 어리석음이나 부도덕성을 보여주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녀들은 결혼 후의 성관계가 주는 즐거움이 사랑을 지속시키는 힘이라는 것을
미리부터 깨닫고는, 부끄러운 마음을 온 몸으로 밀쳐낸 채 그 행복의 가능성을 가늠해 본 것이다.
농민의 딸로 자란 그녀가 제법 요염한 몸짓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해지면, 여자는
망설일 것도 없이 같은 마을에 사는 연상의 청년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아리따운 어린 처녀에게 발탁된 행운의 사나이는 그녀와 손을 잡고 밀어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거머쥐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관계가 점점 무르익으면 사랑의 증표로, 혹은 결혼의 가능성을 시험하기 위해
밤을 함께 지낼 수 있는 무언의 권리가 주어졌다.
하지만 여기에서 특이한 점은 그들이 함께 밤을 보낸다고 해서 그것이 곧 성관계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밤을 보내기로 한 첫날밤에 그들에게 허락된 것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건전한 대화의 시간뿐이었다.
여자가 이야기를 하다가 지치면 남자는 아쉬운 마음을 부여잡고 새벽안개를 휘저으며
혼자서 쓸쓸히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하지만 어둠속에서 울리는 서로의 목소리에 조금씩 익숙해질 무렵이 되면, 어린 처녀들은
서서히 자신들의 계획된 사랑스러움을 표출해내기 시작했다.
애교 섞인 말투와 얇은 옷차림으로 연약하게 미소 지으며, 남자들이 그 동안 쌓아왔던
이성이라는 견고한 성을 순식간에 무너뜨리고 허황한 욕망의 늪에 그들을 밀어 넣는 것이다.
시험혼에 실패한 연인들은 비록 둘의 속궁합이 맞지 않아 헤어졌다고는 해도, 그 사실을
결혼 전에 깨달아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으로 시련의 아픔을 견뎌냈다.
결혼 후의 행복을 위해 당당하게 처녀성을 벗어버린 시골처녀들이 새침한 얼굴로
정조대를 끌어안고 욕망에 허덕였던 왕실의 여자들보다 훨씬 더 순결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째서 일까?
몸과 마음을 도덕성이라는 무거운 돌로 눌러놓은 채 순결을 지키는 여성들을 안타깝게
생각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로운 성의식이 어서 빨리 정착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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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현란한 나라, 코스타리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