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예전에 지인 중에 한 사람이 오랫동안 길러오던 머리를 싹둑 자르고 나타난 일이 있었다.
모두들 깜짝 놀라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담담하게 연인과 헤어졌다고 말했다.
이미 격정적인 감정은 추스른 듯한 그녀에게 긴 머리가 아깝지 않느냐고 묻자,
그녀는 ‘팔이나 다리를 자를 수는 없으니까’라고 말하며 웃었다.
조금은 씁쓸한 그녀의 웃음을 보면서 필자는 우리 몸에서 감정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어쩌면 머리카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자가 이별을 계기로 머리카락을 자른 것은 단순히 머리카락을 잘라낸 것이 아니라
상대와의 정(情)을 잘라낸 것이나 다름이 없다.
왜냐하면 머리카락에도 성감대가 존재하므로 신체에서 유일하게 잘라버릴 수 있는 성감대가
바로 머리카락이기 때문을 아닐까.
여성들은 사랑스러운 손길로 자신의 머릿결을 쓰다듬는 남자의 손길에 사랑을 느끼고,
색다른 짜릿함을 느끼기도 하는데, 미국 드라마 중 ‘프렌즈’에서 연인들의 사랑 표현 행동 중
유독 눈길을 끌었던 것은 남자가 여자의 머릿결에 키스를 하는 장면들이었다.
주인공 ‘레이첼’을 다정하게 안고 레이첼의 머릿결에 키스를 하는 ‘로스’의 행동은 그 어떤
사랑의 표현보다 가장 인상적이었으며 다정한 남자의 모습으로 비친다.
이유는 바로 여성을 존중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며 실제로 존중하지 않는다면 머릿결에
키스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반면, 어떤 유명한 사진작가는 긴 생머리로 대표되는 한 여배우와 호흡을 맞출 때면
카메라가 움직임을 담을 수 없다는 사실이 매우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바람이 부는 대로 아름답게 휘날리는 여배우의 긴 생머리는 그 움직임 자체가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처럼 머리카락은 매우 자유로운 몸의 일부분이다.
머리카락은 자유로운 몸의 일부분이자, 사랑을 지탱하는 생각의 통로이며,
존중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신체 부위이기도 한 것이다.
연인들 사이엔 매우 다양한 키스들이 존재하는데 입술의 키스, 손의 키스, 이마의 키스
그리고 머릿결의 키스인 것이다.
어쩌면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틀에 박힌 사랑의 키스보다는 좀 더 상대에게 신뢰와 존중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사랑의 표현을 통해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아 보는 것은 어떠할까.
여자는 복잡하고 알 수 없는 존재인 것 같지만 의외로 단순하고 감정적이며 상대의
사소한 행동 하나에 마음이 움직여 감동을 받거나 때론 상처를 받기도 한다.
오늘 내 연인, 내 아내의 머릿결에 키스를 해 보면 어떤 반응이 나타날지 기대해 보라.
물론 그런 행동에 익숙하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다정하게 안으면서 그녀의 머릿결에
입술을 맞추고 사랑을 표현해 보자.
신체적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크기 때문에 서있는 자세든 앉아 있는 자세든 머릿결에
키스를 하긴 수월할 것으로 생각한다.
사랑하는 이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본 적이 있는가.
손가락 사이를 스쳐 지나가는 부드러운 그 촉감은 따뜻한 기운이 온 몸을 감싸는 듯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생머리이든, 파마머리이든, 염색을 했든 상관없을 것이다.
내 몸에 머리카락이 있는 한 사랑하는 이의 따뜻한 손 기운은 언제든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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