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피카소라는 화가를 모르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20세기 현대미술의 거장, 생전에 50,000여점의 작품을 남긴 예술가.
그는 회화는 물론, 조각 ․ 소묘 ․ 도자기 ․ 시 등의 모든 분야에서 이름을 남겼다.
미술 분야를 잘 모르는 사람도 피카소의 이름을 들으면 그의 작품 몇 가지를 떠올릴 수 있을 만큼
그의 업적은 대단하다.
그런데,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그의 작품 대부분이 그의 여인들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91세의 나이로 눈을 감기까지, 그는 일곱 명의 여인과 연애를 했다.
그 모두와 부부의 연을 맺지는 않았지만, 그는 그 모두를 사랑했고 그들을 위한 작품을 남겼다.
피카소의 사랑은 작품을 통해 표현됐고, 그것이 그의 사랑 방식이었다.
운명적 만남으로 서로 사랑에 빠진 피카소의 첫 번째 여자는 ‘페르낭드 올리비에’였다.
어느 비오는 날, 피카소는 비를 피해 들어간 낡은 건물의 복도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이혼녀였지만 피카소의 열정 가득한 눈빛에 끌려 곧바로 동거를 시작했다고 한다.
둘의 동거생활은 너무나 가난했다.
하지만 그녀와의 사랑을 화폭에 담으며 피카소는 이전의 어둡고 차가운 청색 빛을 버리고
붉은 장미빛 색을 선택하게 된다.
분석적 큐비즘을 넘어 종합적 큐비즘이 무르익던 시기, 피카소는 두 번째 연인 에바구엘을 만난다.
그녀는 피카소의 친구인 마르쿠스의 연인이었다.
가냘프고 청순한 미모를 지닌 에바 곁에서 피카소는 진정으로 행복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만난 후의 작품들에 "나는 에바를 사랑한다"라는 문구를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몸이 약했던 에바는 피카소와의 3년 동거생활 끝에 결핵에 걸려
먼저 눈을 감고 말았다.
이후, 만난 세 번째 연인인 올가 코클로바는 피카소에게 매우 특별한 여인이었다.
피카소의 결혼상대가 되었던 것이다.
그녀는 러시아 무용수였고, 이미 남자가 있었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와 정식 결혼을 올린 피카소는 3년 뒤에 첫 아들을 낳는
기쁨을 누렸다.
올가는 피카소에게 자신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게 그려달라고 부탁을 했고, 그녀의 초상화는
일부 비평가들에 의해 혹독한 비난을 받게 된다.
왜냐하면 그녀의 초상은 피카소답지 않게 고전주의 미학에 충실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작품 스타일까지 바꿔가며 사랑했던 올가는 점점 상류 사회에 집착해 피카소를 지치게 한다.
그래서 만난 네 번째 연인이 바로 마리 테레즈였다.
피카소보다 스물아홉 살이나 어린 그녀는 초현실주의적인 그림에 가장 어울리는 최고의 모델이었다.
피카소는 그녀에게 완전히 빠져들어 딸까지 낳았지만, 올가와의 이혼이 힘들어지면서
마음의 평정을 잃어 작업에 집중을 할 수 없게 된다.
마리 테레즈는 자신을 버린 피카소가 죽자 따라 자살하는 순애보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마리의 순종적인 사랑에 만족하지 못한 피카소는 뒤로 다섯 번째 연인, 지성적인 사진작가로
세련된 아름다움을 지닌 도라 마르를 만나 바람을 핀다.
피카소는 마리와 도라 사이를 넘나들며 중첩된 초상화들을 작품으로 투영해 냈는데,
그만큼 두 여인과의 양다리를 즐겼다고 볼 수 있다.
어쨌든, 도라는 20세기 최고의 걸작으로 추앙되는 ‘게르니카’의 완성을 도왔다.
피카소의 여섯 번째 여인은 유일하게 먼저 피카소를 떠난 여인으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프랑스와즈였다.
그녀는 스물 한 살의 자유분방한 처녀였는데, 스스로 집을 나와 피카소와 동거를 시작했다.
거의 세 배나 되는 나이 차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와 피카소가 잘 통해서였는데,
아들과 딸을 낳은 후 그녀는 시작과 마찬가지로 훌쩍 떠났다.
그녀는 피카소에게 인간적인 면이 없다며 공공연히 얘기했다고 한다.
피카소의 마지막 여인은 자클린 로크이다.
서른 살의 그녀는 쉰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피카소의 두 번째 부인이 되어 그가 눈을 감을 때까지
옆을 지킨다.
피카소의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그는 사랑에 있어서 철저히 자기중심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여인에게 쉽게 빠져들고, 그의 옆을 지키는 여인에게 쉽게 상처 주던 피카소.
스스로 그의 곁을 떠났던 프랑스와즈는 그에게 따뜻한 인간미와 친절한 마음 씀씀이를
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피카소에게는 자신과 일뿐이었다고 한다.
그는 영감이 떨어지거나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낄 때 자신의 연인에게서 위안을 얻고
안정을 찾았지만 정작 그녀들이 그를 필요로 할 때 옆에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이 기대지 못할 만큼 약해진 여인에게 비난을 퍼부었다고 한다.
이렇듯 이기적인 사랑을 했던 피카소이지만, 그에게 버림받고도 그의 곁을 맴도는 여인들이
많았다고 하니, 나쁜 남자가 여인들에게 매력을 풍긴다는 말이 일리가 있는 모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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