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시대마다 미인의 기준이 다르다.
요즘은 길에서 볼 수 있는 여성들 모두 너무나 깜짝 놀랄 만큼 미인이어서 그 기준이라는 게
사라진 듯하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미인으로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
개인차가 있겠지만, 미인들만이 소화한다는 화장품 CF에 꾸준히 등장하는 김혜수나
대한민국의 섹시 스타일을 재편성한 이효리, 그리고 데뷔 초부터 풋풋한 긴 생머리와
아름다운 몸매를 과시하며 남성들의 로망으로 떠올랐던 전지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세 명의 매력적인 여성들은 90년대와 2000년대를 아우르며 쉽게 꺼지지 않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들의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
웰빙 바람이 몰고 온 몸짱 열풍, 위의 세 여성은 그 열풍의 주역이었다.
여자연예인이라면 예쁘고 아름답게 나오길 바라는 CF에서도 태권도를 하는 모습으로 등장했던
김혜수나 무대 위에서 아찔한 노출로 복근과 탄탄한 허벅지라인을 선보였던 이효리,
그리고 유난히 운동과 댄스로 광고계를 주름잡았던 전지현.
이들의 이런 건강함은 이 시대의 미인 코드가 되었고, 많은 여성들이 건강하면서
날씬한 모습을 갖추고자 노력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남성들도 건강하고 생기발랄한 여성들에게 큰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이 등장하기 전에는 곧 쓰러질 듯한 여인들이 인기가 있었다.
깡마르고 가녀린 모습으로 바람이 불면 날아가 버릴 듯한 연약한 모습에 열광했던 남성들이 있었다.
90년대 초반, ‘누나부대’의 원조 격인 강수지와 하수빈을 기억한다면 가녀린 여인들의 매력 또한
대단했다고 회상할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19세기 말 서양에서는 슬픔에 젖어 있는 여성이 매력적이라고 하여
여성들은 늘 눈가에 물기를 머금고 다녔고, 사랑하는 남자에게 버림을 받아도
매력적인 여인이 되는 길이라 여겨 크게 슬퍼하는 여성이 없었다고 한다.
더 나아가 아예 병자처럼 보이는 화장이 크게 유행했다.
지금의 ‘다크 서클’이라고 불리는 현상을 일부러 만들기 위해 잠을 자지 않거나, 벨라도나나
아트로핀 등의 마약을 복용하여 눈 가장자리를 검게 했다.
레몬즙이나 식초를 마셔 위장을 나쁘게 해 병색(病色)의 창백한 용모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성들도 더 아파보이는 여성에게 열광했다.
이렇다보니 여성들은 조그만 일에도 눈물을 흘리거나 연약해 보이려고 쓰러지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스스로 졸도술(卒倒術)을 연마하는 여성들이 생겨났다.
이것은 아무 때나 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인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당시의 많은 여성들은
1분이든 한 시간이든 자유자재로 졸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슬랩스틱 코미디나 만화영화에서 나오는 장면처럼 기쁘다고 졸도하고, 슬프다고 졸도했던
당시의 여성들.
게다가 이런 여성들을 가녀린 여성의 표본이라며, 자신이 지켜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연약한 존재라며 열광했던 남성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가녀린 여성의 이미지를 규격화하여 ‘졸도술’을 더욱 퍼지게 했던 것이다.
물론, 여성들도 남성들의 규격화된 그 이미지 속에 자신을 포함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것일 뿐.
당신은 어떤 미인이 좋은가.
건강미 넘치는 여성, 아니면 청순가련한 여성, 여리고 가냘픈 여성.
완성된 미인을 꼽기 전에, 결과를 위해 자신을 가꾸려고 노력한 여성의 내면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스스로에 어울릴만한 모습을 위해 자신을 사랑한 여성들 모두가 ‘미인’이라는 범주에
포함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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