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전래동화 속 흥부는 열둘의 자식을 낳았다.
그는 찢어지게 가난해서 밥 구걸을 하다가 못된 형수에게 주걱으로 뺨을 맞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우리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
그럼, 한 가지 의문이 생기지 않나?
그토록 가난했던 우리의 흥부는 어떻게 자식을 열둘이나 낳을 수 있었을까.
‘가난하면 애도 낳지 말라는 것이냐!’며 발끈할 일이 아니다.
필자의 궁금증은 그런 게 아니라, 가난하여 단칸방에 온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살았을 텐데
어떻게 부부가 섹스를 했을까 하는 것이다.
게다가 첫째는 열 살이 넘어서 두 눈으로, 두 귀로 보고 듣고 있었을 텐데 말이다.
도대체, 우리의 흥부와 그의 마누라는 어디서 섹스를 한 것일까.
비단 흥부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옛날 옛적, 그 시절에 방이 칸칸이 나뉘어 있는 집이 얼마나 있었을까.
민속촌만 구경하더라도 흔히 볼 수 있는 초가집은 단칸이 더 많지 않은가.
그럼, 그 시절의 부부들은 집 안에서 섹스를 하지 않았다는 걸까. 혹시, 물레방앗간?
‘밤일’이라고 이야기되는 섹스는 언제부턴가 모두가 잠든 밤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되었다.
섹스가 순수한 아이들에게 보일 수 없는 것, 남이 보면 부끄러운 것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 태평양의 수많은 부족들은 굳이 밤까지 기다리지 않고
낮에 섹스를 즐겼다.
물론, 서양식 문명이 들어가지 않은 아주 소수의 부족들이긴 하지만. 이런 풍속은 몽골지역에서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데, 평원에서 섹스를 하는 커플은 자신들의 근처에
깃발을 세워둔다고 한다.
타인이 보고 놀라지 말라는 일종의 암호인 것이다.
그리고 좀 더 과거로 올라가면 16세기 유럽에서도 섹스는 낮에 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집 안이 아니라 밖에서 말이다.
당시 일반 서민들의 집에는 개인용 방이 없었다.
우리의 흥부처럼 대가족이 같은 방에서 함께 잠을 잤기 때문에 부부가 섹스를 하기에는
집 안 보다 밖이 더 편했던 것이다.
그리고 16세기 유럽의 일반 서민들이 사용하는 침구류는 누더기 천 몇 장 기워 만든
이불이 대부분이었는데, 여러 명이 한꺼번에 덮었던 침구류는 위생상 아주 더러웠다고 한다.
따라서 섹스는 보리밭이나 숲 속 등의 자연을 벗삼아 행했다고 하는데, 당시의 정사 장면을
묘사한 그림을 보면 16세기 이전에는 주로 자연 속에서, 17세기 이후에는 거의 방 안에서
섹스를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21세기인 지금은 섹스를 낮에, 그것도 밖에서 하면 풍기문란이라는 죄에 저촉이 될지 모른다.
물론, 쉽게 시도하려는 성인남녀는 없을 것으로 믿는다.
짜릿한 자극과 색다른 시도를 위해 한 낮에 밖에서 섹스를 하려면 치밀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아무도 없는 둘 만의 공간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섹스란 16세기이건, 21세기이건 둘 만의 은밀한 관계인 것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는 안정감이 둘만의 섹스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촉매가 된다.
우리의 흥부도 열 살 남짓 되었을 첫째의 눈을 피해 아내를 물레방앗간으로 인도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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