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미 고정되어 있는 틀을 깨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큰 모험이며, 희생을 강요당할 수도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주어진 틀 안에서 약간의 변화만을 모색하며 안주하길 원한다.
그런데, 여린 여성의 몸으로 고정관념을 깬 무용수가 있다.
우리가 현대무용의 창시자라고 알고 있는 그녀, 토슈즈와 코르셋를 벗어던지고
얇은 천조각으로 된 튜닉을 두른 채 무대 위를 자유롭게 휘저었던 이사도라 던컨이다.
그녀는 발을 옥죄는 토슈즈와 상체를 억압하는 코르셋을 벗고 속옷과 다름없는 튜직을 걸친 채
맨발로 무대 위에 올랐다.
그리고 발레의 인위성과 상반되는 자연스러운 몸짓이 담긴 춤으로 관객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관객을 놀라게 한 것은 그녀의 춤만이 아니었다.
속살이 훤히 보이는 실루엣차림이나 갈기갈기 찢어진 옷, 그리고 길이가 다른 천을 몸에 둘렀던
그녀의 무용복이 당시 미국인들을 놀라게 했던 것이다.
고국에서 큰 성공을 맛보지 못한 그녀는 외국으로 가가게 된다.
런던과 파리, 독일, 헝가리 등에서 폭발적인 관심과 인기를 얻은 그녀는 결국 유럽과 미국에서도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그녀는 무대와 춤에 대한 몰입이 굉장했는데, 그 강도가 얼마나 셌던지 무대의 막을 내릴 때쯤에는
정신을 잃고 혼절하기도 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자연과 어울릴 정도로 감수성이 풍부했던 그녀는 이성에 대한 사랑도 넘쳐났다.
스물두 살 때 폭풍처럼 찾아왔던 첫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끝냈던 그녀는 유럽 각국을
순회 공연하면서 가는 곳마다 애인을 만들었고, 사랑을 즐기다 싫증나면 곧바로
다른 사람을 만났다고 한다.
그녀의 무용이 예술로 인정받고 추앙됨에 따라 남성편력에 따른 스캔들 또한 여러 개가 터져 나왔다.
그녀의 무대를 한 번 본 당시의 예술가들은 너무나 인상적인 그녀의 모습을 자신들의 예술작품에
투영시켰는데, 그런 작품 활동 중에 그녀를 가슴에 품은 예술가 또한 많았으리라.
그녀 또한 정열적인 여자였으므로 한 번 사랑을 불태우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한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그녀의 첫 상대가 헝가리 출신 미남배우 ‘오스카’였다고 하는데,
둘은 공연기간 내내 밤마다 도나우 강변에서 사랑을 나눴다고 한다.
오스카와의 사랑이 끝난 후에는 곧이어 무대장치가인 ‘크레이그’와 또 다른 사랑의 정염을
불태웠는데, 크레이그와의 사랑이 얼마나 달콤했는지 이사도라는 공연 연습에 안 나타나는 것은
물론, 공연 당일 행방이 묘연해지기도 했다고 한다.
공연 관계자가 발을 동동 구르며 돌아다니다가 그녀를 발견한 곳에서 그녀는 늘 크레이그와
함께였으며, 무대에서와 마찬가지로 아슬아슬한 차림이었다고 한다.
이후 그녀는 재봉틀 재벌 ‘싱거’와 7년 동안 사랑을 지속했는데, 이때 낳은 아들과 딸을
자동차 사고로 잃는다. 아이들의 사고는 그녀의 가슴에 상처로 깊이 박혀 이후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
싱거와 헤어진 후, 5년 정도 홀로 지내던 이사도라는 러시아를 여행하던 중 시인 ‘예세닌’과
결혼하게 되는데, 17살이나 어린 남편을 맞이한 이유가 ‘예세닌’의 금발머리가 사고로 잃은
아들의 금발머리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녀는 연인의 감정이라기보다 모성애로서 남편을 대했는데, 신경쇠약과 알코올 중독을 앓고 있던
예세닌은 그녀의 인생에 가장 고달픈 기억을 남겨 준다.
예세닌과 함께 떠난 미국 순회공연은 그녀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데, 바로 공연 도중
그녀의 몸이 훤히 드러나게끔 의상이 흘러 내려버린 것이다.
미국 언론은 그녀에게 매춘부나 천박한 댄서 등으로 묘사했다.
하지만 언제나 당당했던 이사도라는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의 예술을 이루는 데는
몸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주창하며 반박했다.
자연스런 인간의 신체를 숨기는 것이 더 외설적이라고 외치던 그녀는 아름다운 춤동작보다
드러난 몸매에 더 관심을 보인 언론을 비판했던 것이다.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그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춤을 사랑했던 그녀는 본인이 그토록 좋아했던
빨간 스카프가 자동차 뒷바퀴에 감기는 바람에 목이 부러져 사망하고 말았다.
억압되고 고정된 것에 반기를 든 아름다운 그녀, 이사도라 던컨은 수많은 스캔들을 남겼지만
그보다 자신의 삶과 가치관에 열정을 쏟은 무용가로서 더 큰 명성을 얻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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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알려진 신라의 지증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