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크고 작은 화려한 귀고리는 여성들의 외출준비를 마무리 짓는 필수요소이다.
때문에 아무리 근사한 옷을 차려 입었어도 귀고리가 빠져있으면 무언가 허전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여성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귀고리가 조선중기까지는 일반 남성들의 문화였다.
신체발부 운운하면서 머리카락조차 자르지 않았던 조선시대에, 그것도 남성들 사이에
귀고리 하는 풍조가 일반적이었다는 것은 우리에게 충격을 던져준다.
여성들이 섹시함을 어필할 때 이용하는 귀걸이가 조선의 남자들에게 어느 정도로 퍼져있었는지
궁금할 지도 모르겠다.
임진왜란 때 왜적들이 조선인을 살해한 후에 죽은 이들이 왜적인 양 꾸미는 일이 많았는데,
그때 죽은 시체가 조선인인지 아닌지 파악하기 위해 귀의 구멍여부를 확인했다.
이들의 귀고리 풍습은 이 정도로 일반화 되어있었는데, 귀고리를 사용하는 연령층 또한
굉장히 다양해서 10살의 어린아이부터 백발이 성성한 노파까지도 자연스럽게 귀고리를
착용했다고 한다.
사실 귀고리가 처음 사용되었을 때는 장식적인 요소보다는 신앙적인 요소가 짙었다.
특히 원시나 고대사회에서 귀고리를 한다는 것은 귀 근처에 아름다운 보석을 장식한다기보다는
귀에 구멍을 뚫어 그 곳에 고리를 건다는 의미가 더 강했다.
값비싼 금이나 은, 또는 고급 금속제의 귀고리 통해 부족에게 일어날 수 있는
나쁜 일을 방지하고자 했던 것이다.
서양에서는 귀를 뚫으면 시력이 회복된다거나 물에 빠져 죽지 않는다는 믿음이 퍼져나갔고
이 때문에 귀고리를 착용하는 남성들이 많았다.
주술적 의미로 귀고리를 사용하는 이들은 아름다운 형태가 아닌 단순한 링 모양의 고리를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누런 황금빛의 링 귀고리는 그들의 귀에 작은 수호신처럼 매달려 있었다.
하지만 원시 사회를 지나 삼국시대에 들어서면서 귀고리는 단순한 고리가 아닌 자신의 외모를
한층 빛나게 만들어주는 장식의 기능을 수행하게 되었다.
남성들은 반짝이는 무언가를 귀에 단다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새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고려나 조선시대의 사대부 자제들은 왕실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귀고리를 착용하곤 했는데
특히 조선 초기 귀족 자제들 사이에서는 어떤 귀고리가 유행이 될 것인지,
혹은 누가 가장 값비싼 귀고리를 가지고 있는지 이목을 집중했다.
귀고리 굵기는 권위가 높을수록 넓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남성들은 귀에 걸려있는 고리가 마치 자신의 높은 신분을 상징하고 있기라도 한 듯
커다란 귀고리를 주렁주렁 매단 채 길거리를 활보했다.
귓불이 늘어질 정도로 굵고 무거운 귀고리를 한 남성들을 유혹해서 신분상승의 꿈을 이루어보려는
여성들 또한 많아졌다.
상투 아래에서 흔들리는 귀고리는 그 남자의 능력과 성적 매력을 함축하고 있는 상징이 되었다.
하지만 선조 5년에 귀고리 금지령이 내려져서 남성들은 어쩔 수 없이 귀고리를 빼낼 수밖에 없었다.
국가가 직접 나서서 귀에 구멍을 뚫는 행위를 막아야 할 정도로 귀고리 문화는 일반화 되었고,
이러한 풍습이 유교사상에 위배 되는 행동이라고 여겼던 왕은 그들의 자유를 뺏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던 것이다.
헐렁한 무명한복과 귀고리는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이면서도 묘한 자연스러움을 자아내고 있다.
최초의 귀고리가 어떤 목적성을 띠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것을 아름다움과 결부시키려는
인간의 속성은 미를 상승시킬 수 있는 최고의 액세서리를 만들어냈다.
각박한 성리학적 굴레 속에서도 귀고리라는 일탈의 요소를 찾아 나름대로의 멋을 추구했던
조선의 남성들은 자유로움에 대한 갈망을 어느 정도 품고 있었던 것 같다.
자유의 혜택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현대의 남성들은 타인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을 꾸미는 일에 관대하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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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세자를 위한 궁중의 ‘태교 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