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자신의 얼굴을 보다 아름답게 꾸미고자 하는 여성의 욕망은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2700여 년 전의 여인들조차도 무려 21가지에 육박하는 패션소품과 화장품을 이용해
자신의 몸을 꾸몄다고 하니, 아름다움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태초로 거슬러 올라가도
찾을 수 있을지 확신조차 할 수 없다.
고대 이스라엘 여성들은 당시 유행하는 화장품을 언제나 소지하는 한편, 머리 손질을 하기 위해
아낌없이 몇 시간을 투자하는 등 미모를 가꾸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하지만 화려한 팔찌나 치렁치렁한 장신구로 몸을 감싸거나 눈 주위를 형형색색으로
화장하는 그녀들의 행동을 ‘악마적’이라며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성들의 마음이 악마의 탐욕스러움과 같다며 질책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보다 문명이 발달한 이집트에서는 자신의 몸을 아름답게 꾸미는 일을
신성한 일이라고 여겼다.
오히려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 다양한 화장술과 미용술을 발전시켜가면서 아름다움이
귀족들만의 전유물인 양 독점의 경향을 드러낼 정도였다.
이집트 사회에서 화장은 여성들만의 것이 아니라 남성들까지도 함께 즐기고 공유하는
하나의 문화였다.
오늘날 미용술의 시초가 되고 있는 이집트의 화장법은 많은 무덤과 회화, 조각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검은 미묵을 물고기 형태로 늘여서 칠해놓은 눈 화장법은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들은 관자놀이에 투명하게 비춰지는 정맥위로 푸른빛이 나는 가루를 발랐고 눈꺼풀에는
녹색 공작석이나 터키옥, 테라코타, 구리의 검은 산화물, 숯 등을 빻아 만든 천연의 가루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번쩍거리는 색조화장으로 물든 눈 위에 검고 긴 눈썹을 칠해 넣으면 이들의 화장은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이들의 화장법이 단순히 아름다움만을 위해서 창조된 것은 아니었다.
이집트인들이 화장품으로 검은 미묵을 사용했던 것은 사막지대에서 쉽게 건조해질 수 있는
눈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었는데, 미묵을 눈 주위에 바르면 지속적으로 눈물샘을 자극하여
각막염이나 결막염 등 눈병을 예방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또한 갈색이나 황색의 규약을 온 몸에 착색했던 것은 강한 햇볕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였고
기름과 향수를 자주 발랐던 이유는 곤충의 접근을 막고자 함이었다.
사회적 신분을 상징하던 이집트인들의 화장법은 실용성과 효율성까지도 고스란히 흡수하고 있었다.
이집트의 대표적 미녀인 클레오파트라도 사실은 ‘화장미인’이었다는 소문이 있다.
그녀는 어떠한 화장이 자신의 얼굴을 가장 매혹적으로 만드는지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이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자신을 하나의 예술품처럼 완벽하게 꾸미는 일을 즐겼다.
달콤한 향수와 화려한 장신구, 반짝이는 보석으로 풍만한 육체를 포장하고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이루어낸 자신만의 화장술로 특유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냈다.
이리저리 얽혀있는 신기한 머리모양이나 화려한 진홍빛의 드레스는 설사 그것이 위조된 것이라고
할지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을 만큼 매혹적이었다.
당시 이집트 최고의 도시였던 알렉산드리아의 많은 여인들이 클레오파트라만큼이나
치장을 즐겼다고 하니, 그 현란하고 화려한 미색의 거리를 어느 정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향료를 살짝 풀어놓은 욕조에서 시작된 이집트인들의 단장은 나일강의 진흙으로 몸을 문지르고
표백토와 재를 섞은 반죽으로 각질을 제거한 후 산뜻한 향기가 듬뿍 담겨있는 오일로
온 몸을 마사지하고 나서야 끝을 맺곤 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을 악마적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은 이러한 이집트인들의 노력이
종교적 의미와 연관될 정도로 성스러운 기운을 띠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름다움을 원하는 순수한 소망은 악마적 탐욕이라 이름 붙이기에는 너무나 맑은 모습으로
세상의 구석구석에서 빛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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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세자를 위한 궁중의 ‘태교 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