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여배우들>이라는 영화가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여배우들의 수다로 이루어진 영화다.
감독은 어떻게 한 시간 반이 넘는 긴 수다로 관객들을 질리지 않게 만들었을까.
물론 여배우들의 사생활을 들춰본다는 흥밋거리도 있었지만 수다의 맛을 제대로 알고 활용한
감독의 재량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여인들이 수다를 떨지 않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우리의 조상들 역시 자식 이야기, 시부모 이야기, 은밀한 사생활이야기를 수다로 풀며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모든 이들의 관심거리는 부부간의 은밀한 사생활 이야기일 것이다.
남의 가정사를 들으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거나 그래도 우리 남편/아내가
이웃집보단 조금 낫구나, 안심했다고 한다.
보통 대부분의 수다가 그렇듯 처음엔 신세 한탄조의 시댁 이야기가 주를 이루다가
점점 낯부끄러운 이야기가 등장하고 심지어는 밤일에 관해 수다를 떨 경우도 생긴다.
조선 초기의 작은 시골 마을에 여인들의 사랑채 역할을 하는 넓은 안방이 있었다.
겨울철 농한기에 크게 할 일이 없는 동네 아낙들은 간단한 먹을거리를 싸들고 와서는
함께 길쌈을 매거나 푼돈을 건 도박을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녀들은 언제나 수다로 이야기꽃을 피웠는데 보통은 영감 이야기나 자식들 이야기,
시어머니 이야기가 주를 이뤘지만 날이 어두워지고 수다가 더욱 질펀해지자
은밀한 초야 때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한 여인이 용기를 내 자신의 첫날밤을 풀어 놓았다.
“우리 친정은 시댁에서 거리가 좀 멀어서 신랑이 말을 타고 이틀이나 걸려서 겨우 도착했지 뭐야.
오자마자 혼인식을 올리고 바로 초야를 보내는데, 이틀이나 말을 탔던 양반이 힘이
어찌나 남아도는지 한 두 번가지고는 만족을 못하고 밤새도록 너덧 차례
나를 가지고 노는 게 아니겠어.
처음 신랑을 받는데 어찌나 힘든지 아침에 친정어머니가 차려준 밥 한술 뜰 힘이 없더라니까.
근데 어머닌 그것도 모르시고 신랑한테 ‘어제 저녁에 대단치 않은 물건을 들여 줬는데
얼마나 했는가?’ 하고 묻는 거야.
나는 얼굴이 빨개져서 어쩔 줄 몰라 하는데 신랑은 거기다 대고 당당하게
‘다섯 판 했습니다.’ 하는 게 아니겠어.
근데 울 어머니는 그걸 물어본 게 아니라 밤참으로 넣어준 술상을 말한 거더라니까.
아휴, 그 때 어머니 얼굴을 생각하면 아직도 신랑 허벅지를 꼬집어 주고 싶어지는 거 있지.”
말을 잘하는 여인이 자신의 초야에 있었던 이야기를 한바탕 풀어 놓자 그 옆에 있던 여인들도
부끄러운 초야 이야기를 시작했다.
“형님은 그래도 얌전하게 보낸 거요.
저는 사실 신랑하고 혼인 전에 정인이 있었답니다.
물론 첫날밤도 그이와 치렀지요.
정인하고 헤어지는 건 마음 아팠지만 신랑이 워낙 인물이 좋고 몸이 좋아서 신혼 첫날밤은
은근히 기대 되는 게 아니겠어요.
불을 끄고 늘 하던 대로 다리를 번쩍 들고 신랑을 기다리는데, 신랑이 이불을 뒤적거리더니
제 다리가 없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거예요.
저는 남녀 운우지정 땐 의례 다리를 들고 있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말이에요.
결국 제가 경험이 많은 여자란 게 밝혀지고 지금까지 구박 받으며 사는 거 아니겠어요.”
여인은 가슴을 치며 첫날 밤 다리를 들었던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방 안에 있던 다른 부인은 그 사연이 재미있어서 배를 잡고 웃었다고 한다.
보통 남녀가 몸을 섞는 이야기는 남성들만 하는 술안주 거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여성들이 친구들과 서로의 애정 생활을 이야기하며 수다를 떠는 경우가 더 많다.
다만 남성들의 경우 이야기의 수위가 19금 야한 소설만큼 과감하지만 여인들의 수다에 등장하는
침대 위 이야기는 가벼운 수다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조선시대 역시 부끄러움 많고 남녀 이불 속 이야기는 절대 엄금일 것 같았지만
여인들만 모인 방 안에선 얼마나 야한 이야기가 오고 갔고, 또 즐거워했을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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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리댄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