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조상들의 삶을 보면 지금은 사라졌지만 그 당시엔 매우 당연시 여겼던 매우 특이한
생활 문화가 한 가지 있다.
바로 ‘첩’ 문화다.
요즘도 본처에 세컨드까지 있는 남자들이 여럿 있지만 과거처럼 대놓고 집 안으로
첩을 불러들이는 간 큰 남자는 없었다.
일반적으로 조선시대 역시 일부일처제가 보편적이었지만 높은 신분의 남자나
재물이 많은 남자들이 명문과 아내와 함께 기생 출신이나 낮은 계급의 여인을 첩으로 두어
곁에 두는 일이 매우 당연시 여겨졌다고 한다.
지금이라면 쉽게 이해되지 않지만 그 당시만 해도 남편이 조강지처 대하기를 어렵게 생각했고,
아내 역시 남편 보기를 하늘같이 여겼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로운 성생활을 위해선
첩이 꼭 필요했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내라 둘이었다는 점에 혹할지 몰라도, 한 지붕 아래 처와 첩이
동시에 사는 것은 불신과 질투, 가정 파탄의 지름길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첩이 처를 죽이고, 처가 첩을 죽이는 치정 사건들이 종종 일어났고, 심지어 첩을
시기한 본처가 온갖 고문으로 첩을 괴롭혔다는 문헌까지 있으니, 그들의 집 안 사정이
얼마나 황망했을지 가히 상상이 가는 바이다.
남자의 단순한 욕심으로 인한 가정 파탄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아이러니한 사건은 이런 처와 첩을 둔 집안이 하루아침에 몰락하거나
전쟁 등으로 인해 집안 사정이 기울었을 때 일어났다.
임진왜란 당시 피난을 나온 기자헌이란 양반이 바로 그런 사정이었다.
한 때 고래 등 같은 집에서 아내와 첩을 두고 하루는 안방에서, 하루는 건넌방에서
두 여자를 품고 자기를 즐겨했던 이 양반은 임진왜란으로 집이 풍비박산 나고 하루아침에
방 한 칸에서 입에 풀칠할 걱정을 하는 신세가 되었다.
남의 집 방 한 칸을 얻어 겨우 살게 된 기자헌은 어쩔 수 없이 오른쪽엔 본처를,
왼쪽엔 애첩을 끼고 잘 수밖에 없었는데, 두 여인의 공방전 틈에 낀 새우등이 되어
꼴이 적잖이 우스워져 있었다.
이런 기자헌의 모습을 본 오성 이항복 대감이 친구의 꼴을 보고 시 한편을 지어주었는데,
그 내용이 이러하였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2월의 좋은 계절에
한 아내와 한 첩으로 한 방에서 초라하게 사는구나.
원앙새 수놓은 베개 위엔 머리 세 개가 옆으로 나란하고,
비취 비단 이불 속엔 여섯 개 다리가 가지런히 뻗었도다.
웃으면 벌린 입, 한 입이 위로 올라가 겹치니 품(品)자가 되고,
옆으로 나란히 누워 잠잘 땐 그 모습 천(川)자가 되는구나.
동편으로 몸 돌려 사랑놀이 막 끝내고 나니
서편에 누운 여인 팔을 뻗어 저도 해달라고 주먹질하네.]
말 그대로 첩과 처 사이에 낀 남자가 이리 체이고 저리 체이다가 정력을 쇄신한다는 내용이다.
일부다처가 사라진 이유는 윤리적 이유도 있겠지만 한 명의 남편이 한 명의 아내와 살 때,
그 생활이 가장 안정적이고 행복하다는 연구 결과 때문이기도 하다.
즉 아무리 여자가 좋아도 집 안에는 한 명의 아내가 있어야만 남편이 기를 펴고 살 수 있고,
여자가 둘, 셋 되다 보면 그 둘의 싸움과 정력 낭비에 남자의 목숨 줄이 연명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아무쪼록 편안하고 안정적인 삶을 위해선 욕심 부리지 말고 일부일처에 종사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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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성감대를 찾아 나서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