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조선 시대 성균관에 가기 전 생도들이 공부를 하는 향교라는 곳이 있었다.
이곳에서 학생들을 훈육하고 관리하는 사람을 ‘훈도’라고 불렀는데, 훈도들은 학생들이
혹여 공부를 멀리하고 여색에 가까이 할까 눈에 불을 켜고 감시를 했고, 만약 향교 근처에
기생이라도 스쳐 지나가면 담뱃대나 회초리를 들고 그녀들을 쫓아내기도 했다.
서울의 향교에는 지방에서 온 엄격한 집안 출신의 훈도 선생이 부임을 하게 되었다.
그는 기생들뿐만 아니라 생도들의 정신을 헤이하게 하는 모든 것을 근절시키고 글공부가
끝난 이후에도 생도들이 기방에 들리는 것을 일절 금지 시켰다.
생도들은 호랑이 훈도 밑에선 기방은커녕 여자 치맛자락 구경도 힘든 상황이었다.
청춘이 불타오르는 팔팔한 생도들은 억눌린 욕정에 몹시 괴로워했고, 기방의 기녀들
또한 풋풋한 생도들을 보지 못해 몸이 달아 있는 상태였다.
결국 생도들과 기녀들이 머리를 맞대고 훈도를 골려줄 방법을 구상하기로 했다.
남자를 유혹하는 일을 직업인 기녀들에게 훈도 한 명을 유혹하기란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었다.
다음날, 머리를 올린 예쁜 소녀 한 명이 수수한 옷차림을 하고 향교 앞에서 생도를 부르다가 숨고,
부르다가 숨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향교 밖을 감시하던 훈도의 눈엔 그 소녀가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훈도의 눈을 피해
숨는 다는 것이 훈도의 눈에 더 잘 띄게 된 것이다.
결국 훈도는 그녀가 애타게 부르는 생도를 찾아내 자초지정을 물었다.
생도는 밖에 있는 어린 소녀가 사실 자신의 누이동생인데,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가 남편에게
매를 맞고 쫓겨났고, 다시 재혼을 보냈지만 이 남편 역시 여색에 빠져 집에 들어오지 않아
저렇게 향교 밖에서 오라비를 부른다고 설명 했다.
생도는 구구절절 소녀의 슬픈 사연을 늘어놓았고, 훈도의 측은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향교 밖 사정을 살피던 훈도의 눈에 전에 보았던
어린 소녀가 눈에 들어 왔다.
그녀의 오라비에게 사정 이야기를 들은 훈도는 딱한 마음에 그녀를 안으로 불렀고,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그저 어린 소녀로만 보았던 여인이 수수하고 아름다움을 갖춘
천생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 훈도는 그녀의 아찔한 미모에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그녀와 짧은 대화를 나누었던 그날 밤은 온통 그녀 생각에 정신이 혼미해지고, 잠에서 까지
그녀의 모습을 꿈꾸게 되었다.
결국 여인에게 마음을 뺏긴 훈도는 남 몰래 그녀에게 고백을 하기에 이른다.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훈도의 마음을 받아 들였고, 그날 밤 남들의 눈을 피해
여인의 방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여인은 훈도의 옷을 모두 벗기고 자신의 옷도 벗어 던진 뒤 절절한 사랑놀이를 시작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바로 그 때, 갑자기 여인의 전 남편이 들이 닥치면서 상황이 악화 되었다.
여인은 훈도를 방 안에 있는 빈 옷궤에 숨으라 하고 성난 남편을 들였다.
좁은 궤 안에 알몸으로 숨어 있는 훈도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결혼한 여인과 사통한 죄는 매우 컸으므로 쥐죽은 듯 궤안에 숨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남편은 그동안 자신이 준 살림살이를 내놓으라며 소리를 질렀고,
하필 옷궤를 내놓으라며 떼를 쓰는 것이었다.
여인은 궤만은 절대 못 준다며 팽팽히 맞섰고 결국 옷궤를 들고 마을 원님 앞에까지 가게 되었다.
궤에 숨은 훈도는 죽을 맛이었지만 여기서 뛰쳐나갈 순 없는 노릇이었다.
원님은 옷궤 하나로 싸우는 젊은 부부를 보고 혀를 차며 차라리 궤를 반으로 잘라
둘이 나눠 가지라는 판결을 내렸다.
원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큰 톱을 든 포졸들이 궤를 자르기 시작했고, 궤 안에 꽉 낀
훈도는 생으로 반 토막이 날 상황에 처해 버렸다.
결국 알몸으로 들어앉은 훈도가 나살려라 뛰쳐나왔는데, 알고 보니 이 일을 꾸민 사람들
모두가 그의 어린 생도들과 기생들이었던 것이다.
알몸으로 나온 훈도는 급하게 여자의 장의(長衣)를 거치고는 부리나케 도망갔다고 한다.
남녀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방해하다가 큰 코가 다친 훈도는 결국 웃음거리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고 전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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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성감대를 찾아 나서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