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사람이 평생을 살아가면서 사랑과의 의리를 지키는 사람도 있고, 사랑을 저버리는 사람도
있으며, 잠시 바람을 피웠다가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바람을 피우는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바람을 피우는 것 역시 이런 저런 연유로 인해 참으로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죄책감과 불안함은 늘 정신적으로 피곤함을 느끼게 하며, 바람의 특성상 오랫동안 관계가
지속되면 대부분은 들통이 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머리를 잘 쓰는 사람, 영악한 사람들은 교묘하게 스릴을 맛보며 바람을 피우는 사례도 있다.
오래전 일본에서 전해지는 내용을 소개하려고 한다.
일본의 규슈 지방에 사는 히도미란 부인은 자신의 집에 자주 드나드는 젊은 행상인
시계루란 남자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시계루 역시 부인에게 흑심을 품고 있었는데, 하루는 히도미의 남편이 멀리 출장을 가게 되었고
집에는 히도미와 시계루뿐이었다.
히도미는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가 없어 그에게 온갖 아양을 떨면서 유혹을 하였다.
결국 부인의 유혹에 넘어간 젊은 사내는 불덩이처럼 타오는 부인의 몸을 안고
황홀한 순간의 쾌락에 빠지게 되었다.
그런데 멀리 출장을 떠난 남편이 일이 취소되는 바람에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너무나 놀란 두 사람은 당황하다가, 시계루는 뒷문으로 도망쳐 버렸는데, 급하게 도망치다 그만
지갑을 안방에 떨어뜨린 것이다.
시계루는 히도미의 남편에게 신세를 지면서 장사를 하고 있었으며, 이 사실이 발각되는 날엔
모든 것이 끝장이란 생각이 들어 밤새도록 잠이 오질 않았다.
‘분명 지갑 때문에 일이 탄로 났을 것이다......’ 란 생각에 걱정이 되어 날이 새기가 무섭게
그 집으로 달려갔다.
꼭두새벽에 달려온 그를 보자 히도비는 슬쩍 말을 돌렸다.
“어머나! 시계루씨, 이 새벽에 무슨 일이세요? 어머, 갑자기 먼 여행을 떠나겠다니요?”
그녀의 말을 들은 남편이 방안에서
“이봐, 시계루, 갑자기 여길 떠난다구, 누구 돈이라도 훔쳤나?”
“아닙니다. 돈이 아닙니다.”
“그럼, 여자문제인가?”
“실은 그 때문에......”
그 말에 히도미는 놀라 어쩔 줄 몰라 하는데 그 순간 남편은 눈치를 챈 것일까?
“그래 상대가 처녀는 아닌 것 같은데, 시계루 충고 하나 하지.
샛서방 노릇을 해서는 안 되네... 설마 샛서방이 된 것은 아니겠지?”
“실은 그 때문에......”
“뭐야? 샛서방이 된 것이라면, 간통을 했다는 거 아닌가? 아무튼 어찌된 사정인지 들어나 보세.”
“거래처의 주인 나리의 아주머니가 하도 친절하게 돌봐주기에 저 역시 그 집 주인 아주머니에
게 잘 대해 주었더니......”
“음 그래서 어찌 됐다 말인가?”
“그 집의 아주머니가 너무 친절하셔서 그만 저도 모르게 그 짓을 하고 말았습니다.”
“음,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 친절이 도가 지나치면 그렇게 된단 말이야.
그래 그 집 남편은 이 사실을 알고 있는가?”
“예.”
“뭐라고 어쩌다가 들켰는가?”
“주인 나리가 외박을 하고 온다기에 마음 놓고 일을 벌였는데 뜻밖에도 갑자기 주인 나리가
돌아오지 않겠어요.”
“아니 그래 현장에서 들켰단 말인가?”
“아닙니다. 다행히 뒷문으로 빠져나갈 수 있었지만 당황하여 그만 제 지갑을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허허. 어리석게도 지갑을 떨어뜨리고 나오다니... 그래 지갑 안엔 돈도 있었겠구먼.
이 봐 샛서방 노릇을 하려면 그래서야 쓰겠나.”
“그 안에 부인에게 받은 편지도 들어 있었습니다.”
“얼씨구 편지까지, 그런 건 받는 즉시 찢어 버려야지. 아무튼 바보짓을 했군,
여보! 시계루가 남의 부인과 정을 통하다가 지갑을 잃고 나왔다는 구려.”
그러자 부인이 말을 받았다.
“시계루씨,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남편이 없는 동안 다른 남자와 샛서방 질을 할 수 있는
여자라면 분명 영악해서 지갑을 감추어 두었을 겁니다.”
그녀는 이 말을 하면서 자신의 가슴을 손으로 두드렸다.
자신의 품속에 지갑이 들어 있다는 것을 은근히 알리기 위해서였다.
남편이 말을 덧 붙였다.
“그렇고 말고, 가령 지갑이 방바닥에 떨어져 있다고 해도 여편네마저 뺏길 사내라면
눈치를 채지 못 할게 틀림없어.”
결국 이 사건은 무사히 넘기게 되었다.
바람을 피우는 사람들은 늘 불안하지만 때로 그 불안함이 스릴이 되어 더욱 빠져들기도 한다.
그리고 사랑과 가족을 잃게 되거나, 바람을 피운 상대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지만
이제 그들에겐 스릴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던 단점들이 나타나면서
실망을 하고 후회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사랑을 배신한 사람은 언젠가는 그와 같은 배신을 당하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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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피우는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