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일본 야마가다현의 심장 도시인 야마가사시에 수호신으로 전해 내려오는 지장보살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4월 초순 어느 날 저녁 무렵 이 고장으로 접어드는 산길을 터벅터벅 걸어오는 한 나그네가 있었다.
진종일 걷기만 한 탓인지 더 이상 걸음을 옮길 수가 없을 만큼 지친 나그네는 행여나 하고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인가는 눈에 띠질 않았다.
오늘 밤 거리에서 노숙을 해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는데 저 멀리 가물가물 불빛이 보였다.
천만 다행으로 인가가 있는 것이 아닌가?
나그네는 서둘러 불빛이 보이는 인가 쪽으로 발길 을 옮기고 있었다.
“계십니까?”
그러자 젊은 아낙네가 나왔다.
“저...... 날이 저물어 하룻밤 신세를 질 수 있겠습니까?”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실은 주인이 안 계시고 소첩 혼자뿐이라 어쩔 수가 없습니다.”
젊은 아 낙네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집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였다.
이에 다급해진 나그네는
“도를 닦는 몸이므로 그 점은 조금도 염려하실 것이 없습니다. 또한 저는 보통 사람과는 달라
부인이 유혹을 한다고 해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몸이니 안심을 하시고 부디 모른 채 말아주십시 오.”
나그네의 태도가 너무나도 엄연했기 때문에 아낙네는 하는 수 없이 방안으로 들어오게 한 후,
저녁밥까지 대접했다.
몹시 시장한 터의 식사라, 나그네는 밥한 그릇을 비웠는데 아낙네는 숭늉을 주면서
이렇게 물어 보았다. “그런데, 보통 사람의 몸이 아니라고 하셨는데, 그건 무슨 뜻인가요?”
나그네는 얼굴을 붉히면서 나직하게 대답했다.
“부인에게는 차마 말씀드리고 곤란합니다. 더 이상 묻지 말아주십시오.”
하지만 사람의 심리 라는 것이 묻지 말라고 하면 더 궁금해지는 것이 아닌가?
“무슨 연유가 계실 길래 주저하시는 지, 여기는 산골 외딴집이니 안심하시고 말씀해 보세요.
혹시 제가 도움이 될지 누가 알겠습니 까?”
“정 그러하시다면......”
긴 한숨을 내 쉬더니 자신의 기구한 팔자를 털어 놓기 시작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커다란 양물을 지니고 있는데 서너 번 장가를 들기는 했지만
신부와 사이즈가 맞지 않아서 파경을 맞았고 결국 여기저기 떠돌며 도를 닦는
나그네 신세가 되었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아낙네는 나그네가 무척이나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아이고, 가엾어라. 근데, 크다고 하셨는데 도대체 얼마나 크신지요. 실은 제 바깥양반도
보통이 훨씬 넘는다고 하던데요.”
“글쎄요. 어떻게 비교해서 말씀드려야 좋을 런지요. 그렇다고 직접 보시게 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
아낙네는 나그네를 캄캄한 방으로 안내를 하더니 어두운 곳에서 그의 양물을 더듬었다.
“어머나, 크긴 엄청나게 크시군요. 제게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메밀가루랍니다. 그걸 삶아낸 더운 물에 그것을 한참 담갔다가 부드러워질 때
두 손으로 비빈답니다. 그러면 어느 정도는 작아지는 효험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낙네는 급히 화로에 냄비를 올려놓고 메밀가루를 삶기 시작했다.
나그네는 갑자기 걱정이 되었다. 자칫하면 그 끓는 물에 화상을 입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아낙네가 삶은 물에 찬물을 타서 미지근하게 만들어 놓고 나그네의 양물을
마치 무 씻듯이 두 손으로 씻기 시작 했다.
그리고는 엿가락 비비듯이 비비다가 다시 물에 담그고 다시 비비기를 반복했다.
그러자 나그네의 숨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했고 아낙네는 재빨리 옷자락을 헤치더니
나그네의 몸을 끌어당겼다.
이성을 잃은 나그네도 치솟는 욕정을 참지 못하고 그만 자신도 모르게 아낙네가 움직이는 대로
허리에 힘을 주었다.
결국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자와 관계를 하게 된 나그네는 난생 처음 번뇌를 풀어버린 것이다.
다음 날 아침 나그네는 아낙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 이나 하고는 그 집을 떠났다.
그러다가 반대쪽에서 오는 한 사나이를 만나게 되었다.
나그네가 나무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그 사나이도 걸음을 멈추고 앉아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나 그네는 어제의 일이 생생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여 그 사나이에게 손짓 발짓을 하면서
털어 놓게 되었다.
처음엔 웃고 듣던 사나이는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나그네를 노려보더니 인사도 없이 고개를 넘어
부지런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5년이 지나 그 곳을 우연히 지나게 된 나그네는 그 아낙네에게 고마움의 인사라도 할 겸
다시 그 집을 찾았는데 그 집엔 무성한 잡초만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이상하여 근처에 사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5년 전 외지로 떠났던 남자가 돌아왔을 당시를
얘기해 주었다.
남편은 5홉들이 술병을 마누라에게 내밀고는 술을 받아 오라했다.
“이 병으로 한 되를 받아와야 해!
만일 들어가지 않으면 메밀 삶은 물에 주무르면 되지 않겠 나!”
이렇게 남편이 모든 것을 다 알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아낙네는 그 길로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5홉들이 병을 하나 더 꺼내서 술을 한 되 받아다가 방안에 디밀고는 근처 늪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나그네는 깊은 회한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는 불가에 몸을 담고
전국을 편력 하면서 탁발을 하여 모아진 금품을 가지고 지장보살을 건립하여 죽을 때까지
아낙네의 명복을 빌었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일본에 야마가사시의 지장보살에 대한 유래이다.
사람은 해서는 될 말이 있고 해선 안 될 말이 있는 것 같다.
말 때문에 곤경에 처하는 경우들 이 종종 일어나는데, 무엇보다 말을 아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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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피우는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