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아무런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오는 사랑은 우리를 혼란과 기쁨으로 뒤엉킨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 주기도 한다.
남편을 잃은 슬픔에 미약한 광기마저 지니게 되었던 빅토리아 여왕이 다른 사람에게 연정을
품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빅토리아의 은밀한 애정은 그녀가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줄기차게 이어졌고,
세상 앞에 당당하게 내세울 수 없었던 그들의 사랑은 숨겨져 있기에 더욱 절실하고 애달팠다.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이었던 앨버트 공작은 언제나 진심을 다하여 그녀를 사랑해주었다.
앨버트는 빅토리아가 자신 앞에서만큼은 나약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한 여자이길 바랬고,
이러한 그의 애정은 언제나 빅토리아의 마음을 울렸다.
하지만 앨버트가 장티푸스에 걸려 한 달 만에 급사하게 되자 빅토리아는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에
충격을 받고 깊은 절망에 빠져버렸다.
그녀는 윈저 궁 안에 깊숙이 은둔한 채 그 어떤 공식석상에도 출몰하지 않고 추억의 나락에
몸을 던져 넣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빅토리아에 대한 궁금증이 극에 달하면서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녀가 미쳤다는 소문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실제로 빅토리아는 앨버트의 사진과 그의 손을 본뜬 석고상으로 방을 꾸미고 잠이 들 때면
그의 옷을 꽉 끌어안은 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심지어 매일 아침마다 그의 면도를 위한 더운물까지 마련했는데, 그녀의 광기어린 집착은
조금도 식을 줄 모른 채 하루하루 이어지고 있었다.
한편 여왕이 말을 탈 때 고삐를 잡아주고 부츠를 닦아주는 일을 도맡아하던 사냥터지기 존 브라운은
이런 빅토리아의 슬픔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38세의 브라운은 비록 빅토리아보다 7세나 연하였지만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처럼
그녀의 곁을 지켜나갔다.
빅토리아는 훤칠한 키에 남자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는 브라운이 자신을 말 위로 안아 올릴 때마다
묘하게 떨려오는 심장을 느낄 수가 있었고, 어느새 자신의 시선이 그의 모습을 쫓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때부터 그들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보이지 않는 은밀한 애정을 나누기 시작했다.
여왕과 사냥터지기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언제나 음지 속에서 타오를 수밖에 없었지만
감출 수 없는 그들의 눈빛은 타인들의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브라운은 여왕의 개인수행자라는 명목아래 어디든지 그녀와 동행할 수 있었고,
그의 연봉은 1200파운드를 훌쩍 뛰어넘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들의 관계를 부적절하고 음탕한 것이라고 여기는 듯 했으나 빅토리아 여왕은
그런 사람들을 차갑게 쏘아보며 자신들은 그저 남들과는 조금 다른
색다른 관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브라운의 방은 곧 빅토리아의 침실 바로 옆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고
그녀는 아침마다 행복감에 잔뜩 취한 얼굴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곤 했다.
그들의 관계가 어떤 선에 머물러 있는지는 몰라도 서로에게 깊은 영향을 주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1883년 브라운이 죽기 전까지 그들의 뜨거운 우정은 계속 이어졌고 빅토리아는 그의 장례식에서
‘가장 선하고 진실하고 충실한 친구인 여왕 빅토리아’로써 조사를 준비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브라운의 후손에게서 그들의 열렬한 연애편지와 사진들이 발견되어
그들이 확실한 연인사이였음이 증명되었다.
남편을 잃은 슬픔에 젖어있던 과부여왕과 그녀를 위로하고 돌보던 사냥터지기의 애틋한 사랑은
우정이라는 이름 아래 그 빛을 잃고 서글프게 타오르고 있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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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을 자극하는 위험한 향기 페로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