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종교적, 국가적 규제에도 불구하고 사육제 기간에는 모든 것이 용서되었다.
사육제는 성직자들이 교회 창건 기념일 동안만큼은 사람들의 방탕한 행동을 눈감아 주는
광란의 축제였다.
사육제가 허락된 것은 일상생활의 여러 가지 규제들을 잘 지키기 위해, 적어도 1년에 며칠쯤은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고 마음껏 즐길 필요가 있다는 오랜 세월의 교훈에서 얻어진 것이었다.
이 축제 기간 동안 허용된 춤과 가장행렬, 연회의 축하 행사에서는 마음껏 먹고 마시는 것이
하나의 풍속이 되었는데, 사람들은 그칠 줄 모르는 탐식과 광란의 춤, 관능적인 접촉을 통해
그동안의 쾌락에 대한 억압감을 해소했다.
그 기간의 쾌락은 특정한 것이 아니라 일반화된 것 이었으므로 죄로 간주되지 않았으며,
11월에 태어나는 아이를 사육제 아이라고 불렀는데, 11월의 아이는 아버지가 둘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였다.
또한 사육제 기간에 벌어지는 연극은 그야말로 외설스러웠다.
그중 한스라는 작가는 솔직한 표현으로 성적인 문란함을 조금도 감추지 않고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로 유명했다.
사육제 기간에 연출된 연극 무대의 작품들은 육체적인 결함과 알몸의 추잡한 행위,
외설스러운 언어들을 표현만 바꾸어 사용하였고, 여기서 유발되는 오해를 소재로 하여
무대에 올리고 사람들은 즐거워했다.
주로 여성들의 혼전 성교를 소재로 삼으면서, 남편들의 성적 불능을 비웃었다.
예를 들어 “젊 은 여자에게 나이 먹은 노새나 마찬가지인 남편이 있었지,
그 노새는 달리기는커녕 제대로 걸을 수도 없었지, 여자가 사내에게 부족함을 느끼면
그 훌륭한 몸매가 제대로 구실을 못 하게 되지, 젊은 사내가 여자의 병을 완전히 쫓아버려 주었다네.”
이러한 내용의 연극은 매우 인기가 높았다.
한편 사육제 기간 동안 간통에 관한 여러 가지 사건들이 논의 되었는데, 특히나 여성에게
조롱과 희롱을 일삼았던 재판은 여성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렸고, 책임이 남편 쪽에 있을 때는
남편이 아내에게 보상을 하도록 지시했다.
그렇다고 꼭 남편의 책임만은 아니었다.
사육제 연극 중에는 이혼을 소재로 다루는 것들이 주로 많았는데 그 내용을 보면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들은 갈라서게 하는 것이 어떨까요? 남자 의 물건은 너무 작고,
여자의 물건은 너무 넓답니다.
너무 남자 쪽만 문제 삼는 것은 불공평한 것, 어째서 여자의 몸이 기묘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단
말입니까? 현명한 재판을 내려주십시오.”
그러자 재판관은 “남편은 물건이 좁은 여자를 얻으라. 여자는 그 물건이 너무 넓다면
큰 물건을 가진 남편을 만나라.
너희들은 이혼을 하는 것이 좋겠다.”
사람들은 한바탕 박장대소를 한다.
이렇게 온갖 음탕한 말이 오가는 연극은 관객인 남녀들에게 마음껏 쾌락을 부추기게 하기
위함이었다.
사육제 기간의 좋은 남편은 아내를 사육제 축제가 가도록 내버려 두는 남편이었다.
그들은 수치를 잃어버린 채, 음담과 절제를 모르는 식탐의 기회가 되어, 남녀 손님들이
손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먹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
이러한 도취 상태는 사육제와 교회의 헌당제의 짧은 기간 동안 모두 소진되었으므로 다른 때에
비록 쾌락을 맛보는 경우가 적더라도 별다른 불만 없이 엄격한 규제를 따랐던 것이다.
인간은 너무 억압하면 결국에는 타락하게 되므로, 1년에 한번 사육제 기간 동안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관용을 베푼 성직자들의 지혜가 바로 사육제이다.
우리는 아직 축제 문화에 익숙하지 못 하다.
축제는 인간을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게 만들고, 가장 본능적으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에 비추어볼 때, 억압받는 사회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과거 사회와 비교한다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얼마나 자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는지
감사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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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남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