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코를 손으로 부여잡지 않으면, 냄새는 아무런 통제 없이 우리의 감각을 건드린다.
좋은 향취이든, 고약한 냄새이든 손이 부자연스럽게 묶여있다면, 콧속을 파고드는 것은
절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나마 우리가 ‘개’처럼 후각이 뛰어나지 않은 것을 감사하며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만약 우리가 후각이 발달했다면 연인과 깊은 포옹은 물론, 키스도 할 수 없었을 것이고
옆에 누워 편안히 잠들 수도 없었을 것이다.
루이14세의 측근들처럼 말이다．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14세는 끔찍한 체취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왕비 ‘맹트농’이 종교생활을 핑계로 그와의 육체적 관계를 거부했던 것도 아마 이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왕과의 작은 접촉마저도 큰 영광으로 여겨야 할 귀족들마저 그 앞에서는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꽤 끔찍하다.
그는 치아가 썩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성한 치아도 다 뽑아버렸다.
생니를 뽑는 고통은 이후 찾아온 후유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단단한 생니를 뽑다가 아래턱은 금이 갔고, 입천장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긴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금이 간 아래턱은 잘 아물었지만 구멍 뚫린 입천장은 메워지지 않았다.
기록에 의하면, 왕과 함께 식사를 하는 귀족들은 왕이 마신 와인이 콧구멍으로 흘러내리는 광경을
지켜봐야 했다고 한다.
와인뿐이겠는가, 음식물을 먹을 때마다 입천장의 구멍에 음식찌꺼기가 들러붙었고
그대로 입냄새 주범이 되었을 것이다.
고약한 체취의 또 다른 이유는 그의 왕성한 식욕에 있었다.
그의 입 안 상태를 고려해서 음식은 주로 10시간 넘게 푹 고은 요리였다.
그의 점심식사는 오리, 토끼, 꿩 등의 고기류였는데, 오래 고와 모두 흐물흐물한 상태였지만
이가 없는 그는 늘 소화불량에 시달렸다고 한다.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그의 장속에는 늘 가스가 차 있었고, 배출될 때마다 지독한 냄새를
풍겼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매일 소화제를 먹어야 했기 때문에 화장실도 자주 들락날락했다.
많게는 하루에 열여섯 번 정도 대변을 봤다는 기록이 있다.
소화가 되지 않은 음식물은 그대로 묽은 변으로 배출되었을 것이고, 품위 있는 걸음걸이로
느릿느릿 화장실을 찾다가 도중에 실례를 했던 적도 있을 것이다.
사람에게서 날 수 있는 고약한 냄새를 모두 달고 살았던 그가 목욕이라도 깨끗이 하는
습관이 있었다면 악취의 대명사가 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씻는 것도 게을리 했다고 한다.
하지만 왕의 절대 권력을 중시했던 당시의 프랑스 귀족들은 그 앞에서 단 한 번도
악취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비록 국사를 화장실 앞에서 논의할지언정, 고통 없이 잘 먹고, 음식찌꺼기를 남기지 않고
다 배출하는 건강한 왕을 알현하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도 형언할 수 없는 악취에 고개가 절로 옆을 향하는 건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루이14세는 건강한 스스로의 모습에 만족했을지 모르지만, 왕비 ‘맹트농’이나 수많은 애첩들은
그의 체취로 고통 받았을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의 체취를 음미하며, 옆에 누워 잠드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잘못된 건강관리로 인해, 제대로 된 행복을 누리지 못한 그가 조금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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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세계의 성(性) 풍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