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색조화장품 중에 볼터치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건강하고 아름다운 얼굴색과 매력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하여 볼에 색을 입히는
화장품이다.
전문가에 의하면, 간단한 볼터치만으로도 얼굴의 결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한다.
볼터치는 생기 있는 피부를 연출하기 위해서 주고 붉은 계열의 색상을 쓴다고 하는데,
핑크, 레드, 오렌지, 베이지 계열 등이 있다고 한다.
이런 볼터치의 시작은 옛 전통혼례식에서 찾아볼 수 있을 듯하다.
바로 신부의 볼과 이마에 찍은 붉은 점인 ‘연지곤지’가 볼터치의 시작이 아닐지.
연지(臙脂)는 볼과 입술에 붉게 칠하는 것으로, 이것을 볼이 아닌 이마에 동그랗게 찍어 바르면
그것이 곤지가 된다.
연지의 붉은 색은 홍화(紅化)라고 불리는 잇꽃을 이용해서 얻는다.
이 꽃을 물에 넣어 황색소를 녹여낸 후 물에 씻어서 잿물에 담그면 홍색소가 녹아 나오는데,
여기에 초를 넣어서 침전시킨 것이 바로 연지(臙脂)이다.
연지의 이름은 옛날 은(殷)나라 주 왕(紂王)의 왕비였던 요염하고 음탕하며 독부(毒婦)로 유명한
‘달기’에 의해 지어졌다는 설(設)이 있다.
달기는 연(燕)나라에서 꽃을 가져다가 만들었다고 해서 연지라고 불렀는데, 당시 사람들은
연지를 이용한 진한 화장이 달기를 연상하게 한다고 해서 천박하다는 인식을 가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시대 때부터 연지화장을 시작했다고 한다.
연지 화장을 하게 된 유래로는 여러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그 중에는 궁녀(宮女)들이
자신의 생리기간을 나타내기 위해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옛날 중궁의 한나라 때에 천자제후의 궁녀(宮女)들이 월경이 있을 때는 붉은 연지를 얼굴에 묻혀서
임금과 함께 밤을 보낼 수 없음을 공공연히 나타냈다고 한다.
임금이 언제 자신의 침소에 들어올지 모르는 궁녀들은 자신의 몸 상태를 미리 알려놓아야
임금의 헛걸음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생리혈을 연상시키는 진한 붉은 빛의 연지를
볼에 찍어 알렸다는 것이다.
이런 용도에만 쓰이던 연지가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월경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볼이나 입술,
손톱 등에 색을 입히는 미용으로 쓰이게 되었다.
우리 선조들은 전통적으로 얼굴에 진한 색을 입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미인을 나타낸 옛 문헌들을 보면 ‘박꽃같이 희고 고운’이라고 표현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화려한 장식 없이 희고 고운 피부를 우선으로 생각했던 옛 선조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게 흰 분가루를 이용한 여인네들의 화장이 연지를 이용한 화려한 화장으로 짙어지는 때가
있었는데, 바로 결혼식 때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혼례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화려한 신부의 치장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연지곤지이다.
첫날밤을 치러야 하는 새신부들이 새신랑에게 월경중임을 표시할 리는 만무하고, 희고 고운 피부를
으뜸으로 생각했던 수수한 화장법에서 벗어나 볼을 붉게 칠한 의미는 무엇일까?
이것의 이유는 다른 쪽에서 접근해야 찾을 수 있다.
결혼에 대한 옛 풍속을 살펴보면, 재혼하는 여성들은 이 연지곤지를 찍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전통혼례에서 연지곤지를 찍는 것은 신부가 처녀임을 입증하려는 표현이 아니었을까?
사람은 부끄러움을 타면 얼굴이 붉어진다.
더욱이 새로운 삶의 시작으로 결혼을 하게 된 새 신부는 자신을 에워싸고 살펴보는 하객들의
시선에 뺨이 발그레해진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새 신부의 연지곤지는 결국 처녀성의 상징이었다.
새 신부의 순결함을 증명해 주는 연지곤지는 그 붉은 기운이 새로 만들어진 가정에
악귀를 물리쳐준다는 주술적인 의미도 부여되어 있다고 하니, 행복을 기원하는
염원의 볼터치라고 할 수 있겠다.
|
|
|
|
.gif)
총 등록글 : 3193건
남자는 모르는 여자만의 특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