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의 병폐가 드러나면서 점차 독한 술에 대한 거부감이 생겨났다.
소주의 도수는 점점 낮아지고, 목 넘김이 부드러운 술이 각광 받으며, 으레 술자리로 대변되던
회식이나 각종 모임들이 술이 없는 자리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새로이 각광받는 알코올이 바로 와인이다.
이런 시대에 발맞춰 와인을 다루는 각종 매체들이 등장했고, 와인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배우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우아한 상류층의 식사에 곁들이는 것으로만 인식됐던 와인 중에 그나마 우리에게 익숙해 있던 것은
샴페인이었다.
무언가를 축하할 자리나 행사에 자주 등장했던 샴페인은 술로써 마시려는 목적보다는 잔뜩 흔든 후
‘펑’하고 터뜨려서 주인공에게 쏟아 붓기 위한 목적이 더 컸다.
그렇게 다 쏟아 부은 샴페인을 뒤로 하고 건배 제의는 항상 소주나 맥주의 잔을 가득 채우라는
소리와 함께였으니 말이다.
이랬던 우리네 주(酒)문화에 서서히 와인과 샴페인이 자리를 비집고 들어와 앉더니 점점 세력을
확장시키고 있다.
프랑스 앙시앵 레짐 하의 샹파뉴 지방이 원산지이자 독점적 생산지인 전통적 발포성 포도주인
샴페인은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진 비슷한 포도주에는 같은 이름을 붙이지 못하도록 했다.
그래서 미국이나 스페인 등에서 만들어진 발포성 포도주에는 ‘샴페인 식 포도주’라는 명칭이 붙는다.
이런 새로운 주(酒)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은 와인과 샴페인에 소주와 맥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매력이 있다고 말한다.
달콤 쌉싸름한 향과 부드러운 목 넘김, 기분 좋게 취하는 것 외에도 우아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것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프랑스의 정통 샴페인보다 이탈리아 산 스파클링 와인이 더 인기 있다고 하는데,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그 독특한 맛과 함께 정통 샴페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그것에 한 몫 하지 않을까 싶다.
샴페인은 오랫동안 사랑받은 만큼 유명인들의 사연을 담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그 중 처칠의
플로저 이야기가 유명하다.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의 처칠 수상은 알아주는 샴페인 매니아였다.
그는 아침을 제외한 식사 때에는 두 병의 샴페인을 마실 정도로 ‘애호가’였는데, 플로저라는
샴페인을 처음 마신 후, 그 맛에 반해 자신이 평생 마실 샴페인을 한 번에 주문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플로저사는 2만 병의 샴페인을 따로 보관해 두어야 했다.
처칠이 사망하자, 플로저사는 샴페인 병목에 검은 리본을 달아 그를 추모하기도 했다.
그리고 ‘샴페인’하면 빼놓을 수 없는 여인, 마담 퐁파두르의 이야기가 있다.
백과사전 편찬 사업을 지원하고 로코코 양식을 유행시킨 업적을 가진 이 여인은 프랑스 왕
루이15세의 애첩이었다.
빼어난 미모와 재능으로 국왕의 사랑을 받았으나 막대한 국비를 낭비하여 후에 프랑스혁명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 여인이다.
마담 퐁파두르는 모엣샹동이라는 샴페인을 사랑했다.
모엣샹동사는 매년 5월 그녀에게 이 와인 120병을 보내, 궁정 파티에서 쓰도록 배려해주었다고 한다.
그녀는 특히 루이15세가 샴페인 병을 따는 순간을 무척 좋아했는데, ‘펑’ 하는 소리와 쏟아지는
거품을 보며 폭발할 듯한 오르가즘을 느꼈다고 한다.
그녀는 샴페인이야말로 여성이 음주 뒤에도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와인이라고 했는데,
이런 그녀의 샴페인 사랑을 기리기 위해 그녀의 봉긋한 젖가슴 모양으로 샴페인 잔이 고안되었다.
중지와 약지 사이에 샴페인 잔의 스템(stem)을 끼우고 볼(bowl)을 감싸 쥐어보자.
그 안에 담긴 샴페인을 굴려보는 그 희열은 소주와 맥주는 절대 가져다 줄 수 없는
새로운 유혹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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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모르는 여자만의 특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