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여자는 별다른 능력이 없어도 외모 하나만 가지고 충분히 남자를 휘어잡을 수 있다.
이러한 정의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정확하게 그 능력을 발휘하는데, 가끔씩 의외성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이 나타나 일반적인 미의 견해에 반기를 들곤 한다.
영국 스튜어트왕조시대의 캐서린 세들리는 당대의 미인상을 완전히 거스르는 못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남성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당대의 미인이란 풍성한 금발에 글래머러스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여자를 의미했는데,
이러한 기준에서 보았을 때 캐서린은 미인으로서 지녀야 할 어떠한 조건도 가지지 못한
추녀에 가까웠다.
결이 좋지 못한 검은 머리칼에 광대처럼 크게 찢어진 입, 게다가 사팔뜨기인 눈동자에 이르기까지
어느 곳 하나 아름답다고 일컬을 만한 구석이 없었다.
하지만 최상의 미인도 가질 수 없는 그녀만의 마법 같은 매력의 요소가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천부적으로 타고난 유머감각이었다.
1657년 하류 귀족가문에서 출생한 캐서린은 여기저기 쏘다니며 방탕한 생활을 일삼는 난봉꾼 같은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 때문에 정신병을 얻은 어머니 밑에서 자라났다.
그녀가 어느 정도 성숙했을 때 모데나의 공주 메리의 시녀가 되어 궁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메리공주는 영국의 왕위계승자인 제임스와 이제 막 결혼식을 올린 참이었다.
제임스는 큰 키에 잘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는 훤칠한 청년이었다.
그가 아내인 메리와 함께 서 있으면 마치 하늘에서 내려준 천상배필인 것처럼 아름다운 한 쌍을
이루었고, 두 사람은 보는 사람마저도 행복하게 할 만큼 완벽한 그림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제임스는 캐서린의 마력에 빠져 아름다운 아내를 버려둔 채 역겨운 사팔뜨기의 눈동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는 캐서린의 날카롭고도 재치 있는 입담에 취해 정신을 잃을 정도로 사랑의 열정을 퍼부었고,
그녀는 자신의 주인이었던 메리의 질투심을 즐기면서 제임스와의 연애를 훤히 드러낸 채
마음껏 누렸다.
주위의 사람들은 제임스와 캐서린의 관계를 터무니없는 것이라며 욕했지만 정작 본인들은
침실에서 나올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끈덕지게 들러붙어 긴 사랑의 행각을 벌였다.
하지만 바람기를 다분히 가지고 있던 캐서린은 자신의 재치를 사랑하는 수많은 남성들의 구애를
거절하지 못하고 그레이엄이라는 멋진 장교와 또 다른 밀회를 나누기에 이르렀다.
결국 그녀는 장교와의 사이에서 딸 하나를 낳게 되었는데, 제임스는 자신의 정부가 다른 남자와
함께 아이를 가지게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모든 것을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아량을 보였다.
제임스 2세가 왕으로 즉위하자 남색을 밝히는 부정하고 못생긴 캐서린을 추방하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왔다.
하지만 제임스는 그녀를 멀리하는 대신 엄청난 연금과 화려한 저택을 선물했고, 캐서린의 자존심과
오만함은 하늘을 찌를 듯 높아만 갔다.
하지만 1688년 명예혁명으로 인해 제임스 2세가 왕위에서 밀려나고 윌리엄이 그의 뒤를 이어
왕이 되자 그의 정부였던 캐서린 역시 덩달아 재산을 몰수당한 채 런던탑에 갇힐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달콤한 감언이설로 적들을 살살 꼬드겨 자신의 연금과
영지를 고스란히 돌려받고, 유일한 무기인 재치와 유머로 윌리엄 왕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교묘함을 보였다.
그녀를 제거하려 했던 사람들은 캐서린이 다시금 활개를 치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분한 표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30대에 접어든 캐서린은 그나마 남아있던 젊음마저 잃어 형편없이 곪고 추해졌다.
그녀는 성적 매력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흉측하게 변해갔지만 재치와 유머만은
여전히 감각적인 빛을 발하며 남자들을 사로잡았다.
결국 그녀는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매력남 데이비드 콜이어경과의 결혼을 성사시키고야 만다.
나이가 들어 외모가 추해지고 몸뚱이가 시들었어도 캐서린은 화려한 옷으로
몸을 치장하는 일을 잊지 않았다.
자신을 매춘부라고 놀리는 사람들에게 조소와 함께 날카로운 빈정거림을 전해 그들의 입술을
민망하게 만드는 일을 즐기기도 했다.
캐서린은 보잘것없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재치와 유머의 요소를 극한까지 끌어올려
한 시대를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그녀의 대처능력은 날쌘 순발력을 요구하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또 다른 깨달음을
알려주고 있는 듯하다.
스스로를 당당하게 만드는 것은 다른 아닌 자신감이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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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묘약, 커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