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오늘날과 달리 나이트클럽이나, 노래방, 게임, 인터넷, 골프, 레저 등이 없었기에
사람들은 즐길 거리가 별로 없었다.
때문에 글을 배운 선비들은 시를 읊거나 노래를 즐겨 그런 대로 울적한 마음을 달래는 수밖에
없었는데 생각하면 정말 따분했을 세상이었을 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따분한 시절에도 오늘날과 같이 단 한 가지의 즐거움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남녀 사이의 정사였다.
특히 이렇다 할 즐거움이 없었던 시절의 사람들은 오직 도락에만 열중하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조선시대의 양반들도 그랬으며, 일본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도쿠가와 시대의 일본엔 아주 잘생긴 미남이 살았는데 그의 인물은 일본 역사상 고금에 드문
미남자였다고 한다.
그의 이름은 ‘도나가’로 어딜 가든 여자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고 한다.
언제나 여자들의 틈에서 헤어나질 못 하고 여자가 지겨울 정도였던 도나가는
어느 날 부터인가 의기소침해져서 줄곧 한숨만 쉬게 되었다.
도나가의 하인은 그의 표정을 살피면서
“나리, 안색이 퍽 좋지 않으신데. 어디 편찮으신 데라도?......”
충복이던 하인은 기시는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희대의 미남의 충복인 기시는 유래를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희대의 추남이었던 것도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아니야, 별로 아픈 데는 없어. 그런 게 아니고 실은...... 사랑하는 여인이 생겼느니라.”
“아니, 나리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다는 처녀가 대체 누구입니까?”
“후쿠모시의 딸 준꼬이다.”
“아 네...... 준꼬 아가씨라면 정말 아름다운 처녀입지요.”
준꼬는 올해 15살 된 갓 피어나려는 꽃망울처럼 바랄하고 예쁜 아가씨였지만 아직
사랑을 잘 모르는지 도나가의 마음을 좀처럼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좋은 수가 있습니다. 우선 연애편지를 한 장 주십시오. 소인이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로부터 십일이 넘도록 기시는 준꼬의 집 앞을 살피다가 드디어 그녀의 하녀인 모미지를
만나게 되었다.
모미지 역시 기시만큼이나 추녀였다.
“우리 도련님인 도나가님께서 준꼬 아가씨를 만나고 싶어 하시네.”
다음 날 모미지에게 연락이 왔다.
“우리 아가씨께서 오늘 밤 만나자고 하셔요. 오늘 밤은 그믐이라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어서
두 분이 만나기에 십상일 거예요.”
그리고 밤이 되자. 기시는 주인도령의 옷을 훔쳐 입고 준꼬 아가씨를 만나러 나갔다.
그의 가슴은 흥분으로 인해 크게 뛰었다.
‘얼굴처럼 몸도 좋겠지.......’
이윽고 천하무적의 추남은 절세의 미녀를 품에 안게 되었다.
“아아, 기뻐요. 이젠 죽어도 한이 없어요. 세상에서 가장 미남자인 도나가 씨의 품에 안겨 봤
으니.......”
그런데 도나가의 하인인 기시의 품에 안긴 여자는 준꼬가 아니라
희대의 추녀 모미지였던 것이다.
그녀는 기사와 마찬가지로 준꼬의 옷을 훔쳐 입고 그를 만났던 것이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을 이용하여 두 하인들은 절세의 미녀와 미남이 되어서
서로의 품에 안기게 된 것이다.
아마도 불이 켜졌더라면 두 사람은 서로의 못 생긴 얼굴을 보고 놀라서 달아날 것이다.
“불 끄면 다 똑 같다.”란 말이 있다. 정말 그럴까?
앙큼한 맘을 먹은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었기에, 평생 그날의 추억만으로
기쁘게 살았을 것이다.
이렇듯이 세상의 일은 생각하기에 따라 행복과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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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이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