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술사’란 단어를 우리의 정서대로 해석하면 ‘때밀이’ 정도가 적당할 것이다.
그러나 과거 의 목욕술사는 지금처럼 목욕탕에서 때를 미는 단순한 때밀이가 아니었다.
오래전의 목욕술사 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남녀구별 없이 몸을 씻어주었으며,
남자들의 경우에는 털(수염)까 지 깎아주었다.
그러면서 목욕술사는 몸의 외적인 부분을 청결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예술적 행위를 하다가
신체의 외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내부를 정화해주는 일, 의료행위까지 하게 된 것이다.
당시의 사회적 인식으로 이러한 치료 행위가 합법적이었으나 천대받는 직업이기도 했 다.
중세의 의학은 병든 사람의 몸속에 있는 사악하고 불필요한 체액을 정화함으로써
건강을 회복 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따라서 사람의 몸에서 피를 뽑는 일은 병의 원인이나 증상에 관계없 이 거의 모든 질병에
적용 가능한 치료법에 속했다.
의약품도 마찬가지였는데 연고나 약품을 처방 하는 일은 수도원의 수사와 수녀의 몫이 되었다.
수도원에는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오 는 축적된 의학적 지식을 통해 의료 행위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중구난방으로 의료행위를 하면서,
전문화를 위해 각각 의 의료행위에 구분이 정해지기 시작했다.
1163년 교황은 성직자들에게 출혈이 따르는 일체의 치료행위를 할 수 없는 규정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당연히 외과의술은 등한시 되었고, 그 결과 근대시대 이전의 유럽 의학은
거의 약초 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으며, 피를 다루는 일을 오랫동안 혐오스럽게 여겼던 탓으로 인해
몸에 칼을 대는 진료행위는 주로 사형집행인이나 가죽 벗기는 사람과 같은 봉건시대의 천민들이
담 당해야 했던 것이다.
대부분의 중세 수도원에서는 수사들의 성욕을 감퇴시키기 위해 정기적으로 피를 뽑도록 했는 데,
피를 뽑는 행위를 성직자들이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엄격한 계율로 인해
직접 피를 뽑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수도원의 수사들은 목욕술사의 왕진을 받고 그에 해당하는 수고비를 지 불했던 것이다.
이렇게 되자 목욕술사들은 결국 피를 뽑는 의술에 종사를 하게 되었고,
프랑스 의 목욕술사들은 함께 힘을 모아 국가적으로 공인된 길드를 형성하려고 하였다.
수백 년 간에 걸친 사회적 천대와 멸시를 극복하고 목욕술사들은
명예로운 시민의 지위를 확 보하는데 성공한다.
그 중 명예로운 시민의 자격을 갖게 된 앙브르와즈 파레는 프랑스 국왕 앙 리 2세의 궁에
입성하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왕의 전속 목욕술사이자 면도사의 역할을 했던 그는 탁월한 솜씨와 침착한 손놀림을
왕의 인 정을 받게 되면서 왕실 전속 외과의사로 승승장구하였고, 3대에 걸쳐
왕실을 위해 봉사할 수 있었다.
파레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지위와 특권을 누리면서 자신의 의학적 지식과 능력을
제자 들에게 전수해 첫 프랑스 외과의학파를 결성하기에 이른다.
목욕술사와 이발사들이 정규교육을 받은 대학 출신 의사들이 있어야할 자리에서
의술을 펼치 게 되었고 이것을 인정받자,
의사들은 그들을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했으며 의사흉내를 내는 돌팔이들이라고 멸시했다.
영국에서는 1462년 에드워드 4세가 목욕술사의 길드 창립을 허가해주고 영국의 목욕술사들 은
종교적 친목회 형태로 활동하다가 헨리 8세 때 행정조직 개편을 내세워 목욕술사들의 길드 를
외과의사의 길드와 통합시켰다.
그러면서 목욕술사들의 특수성을 인정해 해당 분야의 우선 권은 주게 되었는데
예를 들어 치아를 빼거나 피를 뽑는 일은 목욕술사의 독점 권한이 되었 다.
오늘날 이발관에서 볼 수 있는 쿠션이 들어간 묵직한 의자와 치과용 의자가 닮아 있는 것 과,
의사들의 가운과 이발사의 가운이 비슷한 것은 우연히 아니라
과거 목욕술사들이나 이발 사들이 지금의 외과적인 의술을 행했다는 증거가 되는 것이다. 1
8세기에 이르러서야 두 전문가 집단의 경계선이 뚜렷해졌는데 대학 출신의 의사들이
도시에 서 치료행위를 전담하게 되었고, 이발사들은 원래의 예술적 활동
(남자들의 머리카락과 수염 을 자르는 일)만을 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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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이발사의 가운이 비슷한 이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