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1958년, 전차에서 내린 한 소년이 구토를 한다.
갑자기 올라온 열 때문에 울던 이 소년을 지나가던 여인이 집까지 바래다준다.
성홍열에 걸려 3개월을 누워서 지내게 된 이 소년은 회복 후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 여인을 찾아간다. 둘은 곧 연인 관계가 되고, 성숙한 손에 이끌려 첫 경험을 한 15살 소년은
여인에게 섹스 후 어떤 의식처럼 책을 읽어준다.
그렇게 찬란한 여름 한 철을 열병처럼 뜨겁게 소년을 달구어 놓고서
여인은 아무런 말도 없이 떠나버린다.
이유도 모른 채 버림받은 소년은 법대에 진학하고, 전범을 다루는 법정에서
피고로 선 여인을 우연히 다시 만난다.
‘남자는 첫사랑을 무덤까지 가지고 간다’고 했던가.
케이트 윈슬렛의 훌륭한 연기로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는 홀로코스트에 관한 복잡한 내용이지만,
도도히 흐르는 큰 물줄기와도 같은 주제는 첫사랑의 기억에 관한 이야기다.
“난 당신 없이 살 수 없어요. 그런 생각만으로 죽을 것 같아요. 날 사랑해요?”
15살 소년이 36살의 연인에게 묻는다.
성숙한 나신을 욕조 위로 드러낸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도 나를 사랑한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 바로 소년에게 다가온 생애 첫사랑이다.
누군가 그랬다.
첫사랑은 ‘그 어떤 만남보다 설레고 아름답지만, 그 후유증은 길고도 찐하다.’고.
또 하나, 마치 정설처럼 회자되는 말이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그런가?
첫사랑은 두 번째 사랑에 비해서 훨씬 더 애틋하게 기억된다.
첫사랑은 처음이기에 몇 배 더 아프다.
하지만 첫사랑이 남긴 열병은 사람을 한층 더 성숙하게 만든다.
여름날 갑작스레 내리는 소나기를 보면서, 가을날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문득 생각이 나는 첫사랑의 기억은 아련하다.
엄밀하게 말한다면 기억은 끊임없이 각색되고 윤색되기 마련이고,
그래서 남자의 첫사랑 대부분은 1인칭 환타지 자작소설일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런 기억조차 없다면 이 험난한 인생에서 무엇을 추억하며 살 것인가?
무덤에 들어가기 전까지 간직하고 싶을 만큼 애틋한 추억으로 윤색되어 가는 것이
바로 첫사랑이다.
그러나 지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언제나 내 곁을 지켜주는,
이젠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눈빛 하나만으로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그 사람,
아내가 있기에 행복하다.
아름다운 기억이든, 아픈 기억이든, 추억은 소중하다.
한 때 사랑받았고, 또 한때 절절하게 사랑했던 추억을 남겨준 사람,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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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언제까지 성생활이 가능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