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한사랑병원

미국인들의 야구사랑은 대단하다.

야구의 역사가 깊을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실력도 최고수준을 갖추고 있다.

미국인들은 전반적으로 야구에 애착을 갖고 있는데, 프로야구는 지역 연고지를 갖고 이루어지기 때문에 애향심과 함께 더욱 재밌게 즐긴다.

 우리나라 최고 선수들도 한 번쯤 꿈꾸는 미국 ‘메이저리그’. 여기에 전설적인 타자가 있다.

바로, 뉴욕 양키스의 전신인 양키 클리퍼 소속 ‘조 디마지오’이다.

그는 메이저리그 56경기 연속안타라는 불멸의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이미 50년도 더 지난 이야기일 뿐, 그가 유명한 이유는 불멸의 섹시스타 마릴린 먼로의 두 번째 남편이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의 야구사랑에 힘입어 조 디마지오는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다.

전성기인 1951년 은퇴한 그는 어딜 가나 사람들의 환호를 받았고, 당시 메이저리그의 상징적인 선수였다. 그런 그가 마릴린 먼로를 만나 첫눈에 반해버렸다.

게스트 자격으로 한 시범경기에 출전하게 된 디마지오는 운동장 한 쪽에서 다른 선수들과 화보촬영을 하는 마릴린 먼로를 보게 되었다.

어떤 남자가 안 그랬을까. 화려한 먼로에게 반해버린 디마지오는 다른 사람들을 통해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

순순히 수락한 먼로는 첫 데이트 때 두 시간이나 지각을 하고 말았다.

 당시 마릴린 먼로만큼이나 대우를 받던 디마지오였지만 그는 끈질기게 기다렸고 결국, 그녀와 달콤한 데이트를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먼로는 지각에 대한 사과의 뜻으로 직접 운전해서 디마지오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그녀의 매력에 흠뻑 빠진 디마지오는 그날 이후, 매일 먼로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2주 동안 먼로와 단 한 번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포기해버릴 찰나, 먼로는 직접 전화를 걸어와 데이트 신청을 한다.

마릴린 먼로는 그의 진심을 떠 본 게 아니었을까.

이 데이트 이후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져 1954년 1월, 샌프란시스코 시청에서 결혼을 하기에 이른다.

약식으로 치러진 결혼식은 엄청난 취재열기로 들끓었고, 결혼식이 끝난 후 가진 인터뷰에서 먼로는 영화배우를 계속 하겠지만 아이도 많이 낳고 현모양처도 되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녀의 이 말은 1년도 채 가지 못했다.

둘은 너무 달랐다.

디마지오는 전통을 중요시하고 보수적인 사람이었고, 먼로는 화려하고 개방적인 사람이었다.

디마지오는 자신을 챙겨줄 아내가 필요했지만, 먼로는 자신의 배우생활을 외조해 줄 남편이 필요했다.

 게다가 둘은 각자의 일에 별 관심이 없었다.

 먼로는 스포츠에 관심이 없었고, 디마지오는 영화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그리고 이에 따른 문제가 바로 드러났다.

먼로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영화 ‘7년만의 외출’을 촬영하던 때였다.

아직까지 최고로 섹시한 장면으로 꼽히는, 지하철 송풍구 바람을 맞으며 날려올라간 치마를 손으로 내리는 이 장면이 디마지오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이 촬영을 지켜보고 있던 디마지오는 집으로 돌아가 먼로와 크게 싸웠다.

 물론, 아내가 하반신을 다 드러내고 환한 미소를 짓는 모습이 전국 곳곳에 뿌려지는 것이 싫었겠지만, 그것은 그녀의 일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부부갈등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고, 둘은 기분전환을 위해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발단이 사라지지 않는 한 싸움이 끝날 리 없었다.

계속되는 언쟁에 디마지오는 분을 참지 못하고 먼로에게 손찌검을 하고 말았다.

먼로는 그 길로 뛰쳐나와 이혼소송을 제기했고 디마지오의 모든 연락을 차단했다.

결국, 둘은 결혼생활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9개월 만에 파경을 맞았다.

이렇게 결정이 나는 동안에도 디마지오는 먼로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빌고 또 빌었다고 한다.

 그에게 냉정하게 대했던 먼로도 역시 마음의 방황을 시작했다.

그녀가 일으킨 여러 남자와의 추문, 섹스스캔들은 모두 이 때 일어난 사건들이었다.

세 번째 결혼 실패 후, 우울증과 약물에 시달리던 그녀는 결국 오매불망 자신만을 바라보는 디마지오에게 다시 마음을 준다.

둘의 재결합은 거의 공식화되어 갔고, 디마지오는 그녀를 다시 아내로 맞아들이는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렇게 둘의 행복이 찾아오는 듯 했으나, 디마지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1962년 8월 4일 마릴린 먼로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사람들은 그녀가 약물을 과다복용하고 잠이 든 것으로 보아 자살이라고 했지만, 디마지오는 타살이라고 확신했다.

자신과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그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리 없다고 여긴 것이다.

디마지오는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영화계 인사들에게 냉랭했다.

그들만 아니었다면, 소중한 그녀를 잃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도 부르지 않은 채 혼자 장례를 치르면서 그는 듣지 못하는 그녀에게 몇 번이나 ‘사랑한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그렇게 연인을 떠나보낸 디마지오는 꽤 오래 살았다.

1999년 그가 숨을 거두기 전까지 그는 매주 두 번씩 먼로의 무덤에 가서 장미꽃을 바쳤다.

 그는 자신이 먼로와 헤어지지 않았다면, 단 한 번의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그녀가 죽음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그대로 죄책감과 그리움이 되었다고 한다.

 먼로를 향한 디마지오의 순애보는 근 20여 년 이상 계속되었다.

그는 숨을 거두기 전에도 ‘이제 먼로를 만나볼 수 있겠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혹자들은 사랑의 유통기한을 말하곤 한다.

 감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풀어내는 것도 좋지만, 이런 아름다운 로맨스를 기억하며 나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세상을 떠난 그녀에게 장미를 바친 디마지오처럼, 오늘도 여전히 내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아내에게 아름다운 장미꽃을 바쳐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