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한사랑병원

해외로 배낭여행을 다녀보면 큰 방 안에 2층 침대를 여러 개 두고 남녀가 섞여서 한 방을 쓰는 숙소를 볼 수 있다.

돈 없고 저렴한 여행을 원하는 젊은 여행객들이 주로 사용하는 숙소로 보통 유스호스텔이나 백 팩커스라고 불린다. 말 그대로 젊은 배낭여행객들의 숙소이다.

작은 방엔 4개~6개의 침대가 들어 있고 간혹 20개~40개의 2층 침대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방도 볼 수 있다.

사람 한 명 겨우 다닐 수 있는 통로를 사이에 두고 남녀가 섞여서 하룻밤을 보낸다니, 쉽게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혹여 밤새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진 않을까 걱정하지만 소소한 좀도둑을 제외한 대부분의 젊은 여행객들은 여독에 지쳐 기절하듯 잠들기 일쑤여서 걱정스러운 소동은 없다고 한다.

간혹 값싼 동남아 배낭여행지에서 게스트 하우스나 여관이 모두 차있을 경우, 방을 구하지 못한 여행객들이 카페나 숙소 게시판에 방을 함께 쓸 사람을 구하는 쪽지를 붙여 놓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만난 여행자들은 서로 자신의 여행지를 공유하고 여행정보를 나누면서 친구가 되기도 한다.

운이 좋다면 이런 기회로 여행지의 로맨스를 꿈꿔 볼 수도 있다. 타지에서 만난 인연은 한 번 불붙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빨리 진행이 된다.

다만 여행지의 환상이 깨지는 순간 인연의 끈도 바로 끊어지는 단점이 있다.

여행을 떠난 사람들은 여행지에서 긴장을 풀고 자유를 만끽하려고 한다.

모험을 하기 위해 떠난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에도 과감한 용기를 갖게 된다.

현실에선 늘 자신감 없고 위축되어 있던 남자도 여행지에선 남들 눈치 볼 것 없이 전혀 딴 사람이 돼서 이성에게 접근할 수 있고 과감한 도전도 할 수 있게 된다.

여행지에선 남과 비교될 필요가 없고 경쟁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순진한 어린아이들처럼 자신 있게 행동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런 이중적인 모습은 여행지에서만 유지가 가능하다.

평생 방랑가의 삶을 살지 않을 거라면 현실로 돌아와야 하고, 그렇게 되면 여행지에서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여행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환상을 갖고 있다.

이국적인 장소에서 만난 낯선 인연은 마치 서로가 운명이라고 느껴지게 되고 둘의 만남을 과장되게 포장하려고 한다.

그런 허울은 만남에 짐이 되기 마련이다.

결국 낯선 만남만큼 빠르게 이별이 찾아오게 된다.

여행에서 헤어짐은 다신 만나지 못한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이국에서 만난 인연이 현실처럼 우연을 통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짐작하기에 매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 번 헤어지면 그 것으로 끝이다.

미련이 남고 다시 시작하고 싶어도 불가능 한 것이 바로 여행지의 로맨스이다.

만약 자신에 대한 완벽한 환상을 상대방에게 심어주고 싶다면 부디 여행지의 인연은

길 위에 놓고 와야 한다.

환상이 현실의 도마 위에 올라오면 가장 먼저 다가오는 것이 바로 상대에 대한 실망이다.

여행지에서 특별한 만남은 그 여행을 좀 더 값지게 만들어 준다.

여행을 추억할 때 그 여행지가 남들보다 더 특별해 지고 두근거리는 기억들이 남아 있는

잊지 못할 장소가 되어 버린다.

갑갑한 현실에서 벗어나 낯선 장소에 떨어졌을 때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아무런 조건이 없다.

여행에 지치고 거칠어진 얼굴과 관리하지 못한 몸, 낡은 여행복 차림에 어떤 조건을 내세울 수 있을까.

 멋진 차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학벌과 직업을 내세울 수도 없다.

그저 사람이 좋아 만날 수 있는 순간이 된다.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사랑에 대한 환상은 여행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수많은 소설가들이 여행지에서 만난 여인에 대해 소설을 썼고 영화감독에겐 이런 소재가 질릴 만큼 흔한 이야기가 되었다.

이제 여행을 떠나면 여행지에 대한 호기심 보다 그 곳에 있을 사람들에 더 설렘을 느낀다.

하지만 여행 속 만남에도 책임감이 필요하다.

아무런 조건이 필요 없다고 해서 자신이 어린 아이가 되었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