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한사랑병원

 때때로 사람들은 처음 본 누군가를 옷차림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옷은 그 사람의 성격과 신념을 투영하고 있기 때문에, 말 한 번 나누어보지 않은 타인의 옷자락에서 그의 인생관까지도 엿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옷이라는 것은 언제나 그림자처럼 우리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감출 수 없는 자신의 내면을 사람들에게 폭로하는 난봉꾼의 역할을 톡톡히 맡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가끔 옷차림은 자신의 은밀한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주기도 한다.

그럴 때의 옷은 여느 때보다 좀 더 온화하고, 가볍고, 매혹적이 된다.

퉁명스럽게 우리의 몸을 감싸고 있으면서 이리저리 먼지를 쓸어오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바람에 흩날리면서 이성의 눈을 혼란케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19세기 말, 유럽의 여성들은 옷이 가지고 있는 유혹의 기술을 끌어내기 위해 누구보다도 힘껏 노력했다. 그녀들은 좀 더 노골적인 에로틱함을 드러내기 위해 옷의 허리부분을 교묘하게 바꾸었고, 졸라맨 가느다란 허리 아래로 커다랗고 풍만한 엉덩이가 강조될 수 있도록 꾸며 내었다.

 큰 엉덩이가 가장 큰 매력으로 여겨지던 시대였기 때문에 여자들은 엉덩이를 커보이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장식을 드레스에 붙이기도 했다.

그녀들의 옷은 남자들에게 미처 숨을 고를 틈도 주지 않은 채 요염함과 섹시함을 목표로 끊임없이 변화해갔다. 재봉사들은 화려한 아름다움보다는 단순화된 농염함을 찾아내기 위해 힘썼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얇고 심플한 옷들은 여인들의 눈과 남자들의 눈을 휘어잡았다.

새초롬한 얼굴로 엉덩이를 흔들며 걸어가고 있는 저 여인들의 옷차림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핏빛의 부드러운 천으로 만들어진 드레스는 가슴이 드러날 정도로 깊게 파여 있고, 어깨와 가슴 주변에는 자잘한 레이스가 사랑스럽게 흔들리고 있다.

꼭 동여매진 날씬한 허리 아래로 풍성한 치마가 늘어져 있고, 그것은 엉덩이 주변에 약동감이 느껴질 정도로 겹겹이 접혀져 있어 ‘이렇게 해도 보지 않을 거야?’라는 암묵적 강요를 뿜어내고 있는 것만 같다.

결국 그 옆을 지나가던 남성들은 체면을 차리는 것도 잊은 채, 생기 넘치는 젊은 여성들의 옷차림을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하게 되는 것이었다.

요염함으로 몸을 감싼 여성들에게 옷이란 남자들의 마음을 뺏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자신을 나타내는 옷이 결국은 사랑과 욕망을 이루는 수단이 되어주었던 것이다.

사랑을 얻기 위해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을 기술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던 당시의 여인들은, 높은 하이힐에 상처 난 발을 숨기고 미니스커트를 휘날리며 걷는 현대의 여성들과 별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든 빛나는 존재로 다른 사람들 눈에 비춰지고 싶은 여자들의 마음은 국가와 세기를 초월한 순수한 욕망의 발로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