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한사랑병원

빨리 끝내도 미안해할 필요가 없다
자위기구의 최대 장점은 내가 원하는 대로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과 빨리 끝나도 파트너에게 미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

단점은 신상품에 대한 호기심이 충족되면 두 번 다시 구상품에는 손이 가지 않는다는 것과 일을 치른 후 알 수 없는 허탈감이 밀려든다는 것이다.

자위기구로 일을 치르면서 “내가 왜 지금 이 짓을 하지?” 하는 생각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예전에 시판된 자위용품들은 조악하기 짝이 없었다.

고교시절 내 친구는 청계천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위기구를 사와서 설렘을 안고 자위를 했다가 병원에 실려 갔다.

형편없는 재질(게다가 과용하기까지) 때문에 표피 손상으로 인한 세균 감염이 원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했어야 할 만큼 굶주림은 컸던 것이다.

성인용품은 남성용품보다 여성용품이 훨씬 발달했다.

왜일까? 여자가 더 많이 소비해서? 아니다.

여자에게 서비스해주는 남성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자신의 힘을 믿을 수 없는 남성이 보조기구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필자는 성 보조기구가 정착되지 않았던 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품들을 이용해 자급자족했다.

아랫도리에 휴지를 감고 그 위에 콘돔을 씌워 ‘오래가는’ 면모를 보였고, 콘돔 안에 간장약 몇 알을 끼워 넣어 도깨비방망이처럼 만들어보기도 했다.

이런 아날로그식 작업도 나름대로 흥분과 스릴이 있었다.

지금은 파워링, 고환걸이, 성기걸이식 진동기도 모자라 혓바닥 진동기까지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다.

남성들이 애용하는 제품을 살펴보면 파트너의 만족을 위해 세팅된, 살신성인 자기희생적인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반면 여성들의 보조용품은 윤활액, 질수축액 등이 고작이다.

불현듯 수년 전 만났던 한 여성이 생각난다.

그녀와 만나던 약 2년간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섹스를 즐겼다.

호기심으로 구입한 성 보조기구 일명 ‘배트맨(batmen: 방망이 사나이)’ 을 써보자고 그녀에게 제안했다.

남성이 아랫도리에 착용하는 것이었는데, 이름이 황당해 그 효과를 불신하고 있었건만 막상 착용하고 보니 영화 <부기나이트>(포르노 스타의 꿈과 좌절을 그린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이 따로 없었다.

그 효과는 실로 놀라웠다.

그녀는 결국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배트맨의 노예가 되고 말았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각적, 청각적 자극을 통해 쾌감이 증폭되는 남자의 속성상 배트맨 착용 후 발생하는 그녀의 광기 어린 발작은 최고의 선물 그 자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에게 ‘배트맨 없는 나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트맨 착용 전후의 반응이 확연히 다른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국산 표준남’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를 더 이상 만족시킬 수 없다는 생각은 자격지심으로 발전했고 그 스트레스로 우리는 섹스를 전후해 자주 싸웠다.

모텔 방에서 벌거벗고 싸우는 꼴이란….

결국 그녀와 나는 ‘배트맨의 저주’로 헤어지고 말았다.

말 그대로 ‘성-격차이’로 헤어진 셈이다.
섹스는 기본적으로 상대가 나에게 만족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섹스를 할 때 상대가 머릿속에 다른 상대를 떠올리고 있다면 그것만큼 참담한 일도 없다.

상대가 있음에도 자위행위를 즐기거나, ‘기구’를 통해 더한 짜릿함을 느낀다면 이 또한 존재 가치에 대한 상실감에 빠지게 된다. ‘

중독’이 나쁘다는 진리는 침대 위에서도 마찬가지인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