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의 여인들은 30대 중반이 되면서 ‘결혼’이라는 지상 최대의 숙제를 짊어지게 된다.
‘노처녀’라는 반갑지 않은 단어는 수식어처럼 달라붙고 일가친척들은 만날 때마다 혼기걱정으로
한 목소리를 낸다.
그나마 남자들은 혼기를 조금 놓쳐도 큰 걱정이 없다.
능력 있는 남자들은 얼마든지 어여쁜 여인들을 만나 결혼할 수 있다.
하지만 여자들은 상황이 다르다. 결혼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좁아지고 있고 화려한 스펙으로
능력을 키울수록 찾을 수 있는 남자는 점점 사라져 버린다.
여기 비참한 말로를 경험하고 있는 한 여인의 예가 있다.
20대까지만 해도 만인의 로망이었던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남부럽지 않은 외모와 늘씬한 바디를 갖고 있었고 명문대를 졸업해 부족할 것 없이
살아 왔었다.
하지만 사람의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르는 것,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그녀의 눈높이에
따라올 남자가 없었고 거침없이 솟아오른 콧대엔 좋은 남자들도 쓰러져 갔다.
결국 꽃 같던 20대는 세월 앞에 사그라지고 30대 후반의 노처녀로 재탄생 되었다.
30대 후반의 여인은 아무리 완벽한 스펙을 자랑해도 맞선 시장에선 시든 꽃이나 다름없었다.
배용준같은 수려한 용모에 연봉 수천만 원의 완벽한 이상형은 TV드라마에서나 등장했고
그들마저도 젊은 여주인공과 짝이 됐다.
맞선을 수십 번 봤지만 애프터로 이어진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화려했던 젊은 시절은 한낮의 춘몽 같이 느껴졌다.
30대 후반에 맞선을 보면 스스로의 위치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맞선 상대가 나이가 아주 많은 사람이나 이미 한번 다녀온 사람, 혹은 적응할 수 없는
괴상한 성격의 소유자들이 주요 등장인물인데 젊은 시절 만나왔던 늘씬한 남자들과 비교하자면
그대로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그녀의 이상형에 정확히 들어맞는 남자가 나타났다.
누구나 알아주는 굴지의 기업에 다니는 그는 반듯한 외모에 말쑥한 코디로 패셔너블하게
맞춰 입었고 키도 컸으며 몸도 좋았다.
아직까지 결혼 못했단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 남자였다.
그녀는 수년간 갈고 닦았던 여성스러움과 맞선의 기술을 그 자리에서 마음껏 펼쳤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경청을 했고 방청객 저리가라 할 정도로 과도한 리엑션을 해주었으며
부끄러움과 도발적인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며 맞선 남을 유혹하기 시작했다.
맞선 남 또한 매우 젠틀한 남자였다.
예의가 바랐고 나름의 유머도 있었으며 밝고 건강한 남자로 보였다.
둘은 완벽한 한 쌍 같았다.
여자는 가능하다면 이 남자와 쇠기를 박아 버리고 싶었다.
근처에 호텔이 있다면 못이기는 척 들어갔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완벽한 모습은 마지막 한 마디로 무너지고 말았다.
“실례가 아니라면, 스타킹 좀 벗어주시겠어요?”
처음엔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스타킹에 줄이 나갔거나 구멍이 났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타킹을 멀쩡했다.
이 완벽한 맞선 남은 바로 여자의 스타킹에 집착하는 페티시즘 환자였다.
남자는 정중하고 매너 있으면서도 끈질기게 스타킹을 요구했다.
결국 입고 있던 스타킹을 벗어 주고 이상형의 남자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의외로 여자의 물건에 집착하는 남자들은 꽤 많이 있다.
약한 경우 여자가 입은 옷이나 신발, 양말을 모으기도 하고 그 증세가 심각해질수록
이렇게 스타킹이나 속옷, 심지어 여자들이 사용한 성인용품을 수집하기도 한다.
페티시즘에 빠진 남성들은 이런 물건을 직접 신거나 입어보면서 이 물건을 사용했던
여성을 상상한다.
이런 남성들은 실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여성과 함께 있어도 그들이 집착하는 물건을
갖고 있지 않으면 성적 욕망을 해소하지 못한다.
물건에 대한 집착이 성적 집착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노처녀의 환상은 이렇게 또 한 번 무너지고 말았다.
경제능력과 외모만 중요시하고 과거 젊은 시절의 화려함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면 곧이어
찾아올 40대도 노처녀로 시작하고 말 것이다.
스타킹에 집착하는 페티시즘 남자가 싫다면 눈을 낮추고 주위를 둘러봐야 할 것이다.
의외로 좋은 남자는 측근에 있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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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의 향연, 풀몬 파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