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열대지방의 전염병 말라리아가 놀랍게도 조선시대부터
대대적인 유행을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흔히 말하는 ‘학질’이 바로 말라리아와 매우 유사한 증상을 갖고 있으며, 그 치료 방법 또한
매우 비슷했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예방약이나 뛰어난 의학 발달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조선시대엔 매우 단순한 방법으로
치료를 시도했다고 한다.
학질에 걸린 사람은 주기적으로 열이 나며, 추위를 타고, 오한증과 함께 근육통에 시달리게 된다.
과거 조선시대에는 이런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환자를 깜짝 놀라게 하거나 무서운 충격을 주어
땀을 쭉 빼면 학질을 떼어낼 수 있다고 믿었다.
보통 ‘학을 뗀다.’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 뜻은 학질을 떼어낼 정도로 깜짝 놀라거나
고생을 했다는 뜻이라고 한다.
조선 후기에 궁중 약방 책임자 자리를 맡고 있던 내국제조 재상이 한 명 있었다.
이 재상은 어깨너머로 대충 보고 배운 엉터리 의술로 꽤 잘난 척을 하고 다녔고, 그의 처가식구들은
그가 꽤 박식한 의술을 가진 전문가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처갓집 마을에 대대적으로 학질이 퍼지는 일이 발생했다.
그의 장모는 궁에서 약방 책임자로 있는 사위를 불러 학질을 치료해 달라고 부탁하기에 이르렀고,
학질 치료라고는 땀 빼는 방법밖에 몰랐던 사위는 거절도 못하고 의원 노릇을 해야 할 판이었다.
그의 첫 번째 환자는 장모 집에서 일하던 예쁘게 생긴 어린 여종 향월이었다.
향월이는 그가 늘 눈여겨보며 은밀하게 접근할 기회를 노리던 아이였다.
학질에 걸린 향월이는 고열과 오한으로 초췌한 모습이었고, 재상의 눈에는 더 없이 아름다워 보였다.
재상은 급히 향월의 방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내보내고 단 둘만 남도록 했다.
향월 역시 재상이 자신을 치료해준다고 알고 그가 시키는 대로 얌전히 따를 뿐이었다.
재상이 알고 있는 땀 빼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그 중 남자와 여자가 만나 이불이 푹 꺼지도록
땀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험으로 터득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토록 탐나던 향월이가 상대라면 열과 성의를 다할 생각이었다.
향월은 여종 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남자와 교접을 나눠 본 적이 없었다.
주인집 사위가 그녀의 옷을 벗기고 있어도 학질 치료 방법 중 하나로만 알고 수줍어하면서
순순히 그의 손에 몸을 맡길 뿐이었다.
재상은 학질을 단시간에 치료하기 위해선 환자를 깜짝 놀라게 한 후 단시간에 과격한 운동으로
땀을 쭉 빼야 한다고 생각했다.
향월이 같은 처녀애의 학질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자 그동안 품어왔던 사내의 욕망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는 순순히 따르는 향월의 위에 올라가 남녀의 교합을 시도했다.
적당히 완급을 조절하며, 너무 빠르지 않고, 은근히 땀을 뺄 수 있는 방법으로 리듬을 맞춰서
관계를 지속했다.
향월은 이 것 마저 학질의 치료인 줄 알고 재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예상치 못한 아픔에 깜짝 놀랐지만 침을 맞거나 뜸을 뜰 때처럼 치료를 위한 고통으로
생각하고 아무 말 없이 재상과 관계를 계속 했다.
초반에는 그 즐거움을 몰라 고생하는 듯 했는데 이내 땀에 흠뻑 젖어 남녀 교합의 즐거움에
빠지게 되면서 치료는커녕 재상이 주는 즐거움에 취해 매달릴 정도였다.
이렇게 땀을 쭉 빼고 나니 오한이 사라지고 열병도 사라지는 듯 했다.
재상의 학질 치료가 거의 완벽하게 성공을 한 것이다.
향월은 치료가 끝났음을 아쉬워하며 그의 탁월한 치료 능력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향월은 동네방네 찾아다니며 재상이 그에게 했던 치료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고 다녔다.
그녀의 말을 들은 동네 아낙들은 부끄러움을 모르고 모두 재상의 집 앞에 줄을 서서
자신이 학질에 걸렸다며 그의 독특한 치료법을 시술해 달라 부탁하기에 이르렀다.
마음에 둔 여종과 관계를 갖기 위한 술수가 결국 그의 뒤통수를 친 격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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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의 향연, 풀몬 파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