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쌈에 대해서는 대략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조선 시대에는 남편이 없는 과부일지라도 재가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에 ‘보쌈’이라는 풍습이 통용되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얼핏 보기에는 강제적으로 보이지만 실은 미리 여자에게 양해를 구한 후 데려가는 방식으로,
외로운 과부를 위해 조정에서도 암묵적으로 눈감아주던 풍습 중에 하나로 이러한 ‘보쌈’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일화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조선 시대에 권 진사라는 양반이 상처하고 혼자 살고 있었다.
한편 이웃에는 혼자 된 미모의 과부가 살았는데 자색 워낙 뛰어난지라 그 고을의 남자들이
다들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권 진사 역시 몇 차례 중매를 넣어 과부에게 혼인을 청하였으나, 그녀는 응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권 진사가 산보를 하던 중 그 과부를 만나게 되었다.
헌데 뜻밖에도 과부가 저녁 식사에 권 진사를 초대한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그날 저녁 과부의 집에서 식사를 대접 잘 받았다.
식사가 끝 난 뒤 과부는 권 진사의 손을 잡고는 자신의 방으로 이끌더니만
“잠시 다녀 올 때가 있으니 불을 끄고 방에 누워 계십시오.”하고는 나가 버렸다.
어둔 방에 혼자 누워서 ‘어여쁜 과부댁이 오늘 밤 드디어 내 청을 들어 주는구나.’하면서 행복에
빠져 있는데 갑자기 장정들이 들어 닥치더니 순식간에 권 진사를 과부로 착각하고는 보쌈을 해갔다.
평소 과부여인을 탐하던 이방이 사람을 시켜 과부를 보쌈해오라고 한 것이다.
결국 과부가 아닌 권진사가 보쌈을 당해 이방의 집으로 가게 되었다.
보쌈해온 권 진사를 과부인 줄 알고 이방은 오늘은 첫날이니 자신의 딸과 함께 자라고 하면서
방에서 나가버렸다.
잠시 후 이방의 딸이 들어오더니 “어머니가 될 분인데 편하게 주무십시오. 너무 놀라지 마세요.” 하고
는 어둠 속에서 같이 잠자리에 들게 된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여인과 합방을 하지 못 했던 권 진사는 자신도 모르게 그만 이방의 딸에게
오랜 독신생활의 회포를 풀어버렸다.
이방의 딸은 처음엔 놀랐지만, 이미 반항할 시기를 놓쳐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아침에 일어난 그는 방문을 열고 이방을 불러 소리치면서, ‘네 딸을 양반 첩으로 주고 싶으면
중매를 넣어야지. 이렇게 강제로 놀라게 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 양반을 모욕한 죄를 물을 것이로되,
이미 네 딸과 인연을 맺었으니 용서한다. 네 딸을 가마 태워 보내라.’ 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이방은 갑자기 당한 일에 놀랐지만, 이미 딸과 합한 그에게 어쩔 수없이 딸을 내어주게 되었다.
권 진사가 집에 돌아오니 미리 와 있던 이웃 과부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평소에 수절하기 위해 진사님의 청혼을 듣지 않았는데, 일전에 이방이 보쌈으로 데려가려 한다는
소문을 듣고, 연약한 몸으로 피할 수 없을 것 같아 진사님에게 개가하기로 마음먹고 이런 방법을
쓴 것입니다’라고 설명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얼마 후 이방 딸도 가마를 타고 시집을 오는 바람에, 권 진사는 별안간에 아리따운
두 여인과 사는 복 받은 남자가 되었다고 한다.
조선 시대 외롭게 사는 여인들의 구제책이 되어 주었던 풍습 ‘보쌈’ 하지만 보쌈을 해 간 남자들은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했다고 한다.
만약에 양반이라면 돈을 내고, 평민이라면 여자를 데리고 도망가 살아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한번 뿐인 인생을 여자란 이유로 외롭게 살아야 하는 것보다는, 대가를 치르더라도
사랑하는 이와 살을 맞대고 사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하기에 ‘보쌈’은 과거 독수공방하던
조선 여인에게는 고마운 풍습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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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의 향연, 풀몬 파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