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의식 속에서 서양의 성은 밝고 개방적인 모습으로, 동양의 성은 어둡고 폐쇄적인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역사속의 진실은 우리의 생각을 뒤엎은 채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폭로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의 고정관념 속에 박혀있는 서양과 동양의 성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기에 충분한 것이다.
너무나 의외이긴 하지만, 사실 과거 서양의 종교에서 성은 사악하고 동물적인 것으로 생각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는 결혼을 한 기혼자들에게조차 성은 더럽고 추악한 것으로 여겨져 다른 사람과
성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수치로 생각했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동양에서 성은 대게 지극히 자연스럽고 선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었고,
그 때문에 성의 이미지는 종교의식에서 중요한 부분을 역할을 담당하곤 했다.
특히 일본에서는 남근을 숭배하는 사상이 하나의 풍요의식처럼 자리 잡고 있었는데,
이를 통해 그들이 성을 얼마나 신성시했는지 엿볼 수 있다.
일본의 남근숭배는 본래 선사시대에 존재하던 풍요의식 중의 하나였는데, 이러한 의식의 잔존물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은 채 일본의 문화 속에 녹아들었다.
후에 불교와 유교가 도입된 후에도 남근을 숭배하는 일본의 사상은 사라지지 않고
하나의 신앙처럼 자리 잡게 되었는데, 그 때부터 성기를 숭배하는 행위 자체를
이질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고 한다.
남근숭배를 몰아내자는 억압의 세력은 점점 강해졌으나 이미 이 숭배의식은 하나의 풍습으로
그들의 문화 속에 녹아있었던 터라 소멸시키기가 어려웠다.
19세기에 서구문명이 밀려들어오면서 남근숭배와 이와 관련한 축제들은 불법으로 선포되었지만,
전통을 고수하려는 세력은 시골 등지에 여전히 남아 계속되고 있었다.
남근을 숭배하는 사람들에게 남근이란 하나의 신과도 같았다.
그들은 나무줄기로 남근모형을 조각해서 사원의 중심을 장식하기도 했고, 악귀들을 물리쳐 달라는
의미로 마을의 입구에 세워놓기도 하였다.
남근상은 우리나라의 장승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일부 사람들은
남근 상 앞에 음식을 바치고 성병을 낫게 해달라거나 아이를 가지게 해달라며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모습들은 당시의 남근들이 얼마나 큰 신앙적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그들은 남근뿐만 아니라 여근도 매우 성스럽다고 생각했다.
일본의 다테바야 시와 아타미에 있는 두 사찰에는 가랑이를 벌린 채 쭈그리고 앉아있는
여신의 상이 모셔져 있는데, 이 여신상의 성기는 수세기 동안 사람들이 만진 탓에
반질반질하게 닳아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여근을 만지면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믿었기 때문에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생기면
주저하지 않고 여신을 찾아가 그 성기에 대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 소망들이 모두 이루어졌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무조건적인 그들의 숭배사상을 보며
느끼는 미약한 충격과 감탄은 우리의 마음을 뺏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남근을 숭배한다는 것이 금기시되면서 사람들은 그것을 신의 모습으로
위장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특히 조각상에서 그 모습은 확연히 드러났는데, 앞모습은 일반적인 조각상이지만 뒤에서 보면
묘하게 남근의 모습을 비추고 있는 상들이 이 때 많이 등장했다.
그 중 대머리노인상은 남근의 모습이 가장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상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조각상의 뒷모습은 남성의 성기와 의심할 겨를 없이 닮아있다고 한다.
아직도 일본에 가면 길가에 늘어진 성기 모양의 목상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성을 수치스럽다고 생각하여 숨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 있게 드러내 놓고 하나의 신앙으로까지
승화시켰던 그들의 역사는 그 당당함 때문에 더욱 매력적으로 빛나고 있다.
|
|
|
|
.gif)
총 등록글 : 3193건
유혹의 향연, 풀몬 파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