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일본 남성들도 콘돔 사용을 싫어한다.
그러나 임신 노이로제에 시달려 온 일본 여성들은 ‘피임하지 않는 남편에게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세 명의 아이를 낳고 여섯 번이나 중절수술을 해야 했다’라는 말로 피임하지 않는 남성들에게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여성들의 경구 피임약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데, 과거의 여성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과거의 여성들도 현대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섹스를 통해 쾌락만 즐기기에는 임신이라는 대가가
너무도 컸기에 피임에 대한 관심이 지대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기원전 고대 헤브라이나 그리스, 로마에서는 끈 달린 스펀지를 이용하여 피임을 하였다고 한다.
물론 당시에 콘돔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얇고 기름칠한 헝겊으로 만들어져 성감이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에 널리 보급되지 않았던 것이었다.
또한 유럽이나 프랑스, 영국에서도 콘돔이 발명되기 전까지는 스펀지 탬폰이 16세기경부터
널리 사용되었는데, 일반 가정의 모든 여성들이 사용했던 것은 아니었고, 특별한 지위에 있는
귀족이나 첩, 창부들이 주로 사용하였다.
스펀지는 2.5센치미터부터 레몬 크기만 한 것까지 여러 크기의 것이 갖추어져 있었고,
모두 둥글고 가는 명주 끈이 붙어 있었다고 한다. 당시 여성들이 어찌나 스펀지를 애용했었는지
‘리차드 칼라힐’이 쓴 <여성 필독서>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어느 공작부인은 만찬회에 초대받아 외출할 때는 절대로 스펀지를 잊지 않았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여성은 스펀지를 허리에 동여매 항상 준비해 두고 있었다.
왜냐면 어느 장소, 어느 때에 그것을 쓸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스펀지는 당시의 귀족 부인들에게 쾌락을 위한 피임도구로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점점 특정한 계급을 넘어 널리 사용되기 시작 하였고, 20세기 초까지 서양 여성들에게
마음껏 쾌락을 즐길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되었던 것이다.
단지 하나의 단점이라면, 여성의 사타구니 아래로 끈이 길게 늘어져 있어 여성의 신비주의를
깨트린다는 점 뿐 이었다.
그 후 1930년대에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피임법은 체외사정과 콘돔, 자연주기법,
페서리 순이었다.
그러나 가톨릭에서 권장한 배란주기를 계산해서 성관계를 갖는 자연주기법은
어찌나 실패율이 높았던지, ‘바티칸 룰렛’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처럼 룰렛 게임을 하듯 ‘임신’이라는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피임의 주도권을 쥐게 되었고, 이제 섹스는 여성들에게 종족 번식을 넘어서 남녀 간의 사랑을
확인하는 수단이자 최고의 쾌락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무분별하고 무질서한 쾌락을 막기 위해 여성의 몸에는 ‘임신’이라는 신의 섭리가 담겨 있다.
그러나 여성들도 섹스를 임신이 아닌 쾌락으로 즐길 권리가 있기에, 콘돔, 피임 등의
임신 방지를 위한 물품들이 개발되기에 이른 것이다.
즉, 현대의 여성들은 쾌락을 누린 데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냐 말 것이냐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의지를 지니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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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의 향연, 풀몬 파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