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通)하였느냐,
2003년 개봉한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가 남긴 명대사 중에 하나이다.
남녀가 서로 합하는 것으로 통용되기 시작한 것도 아마 그때쯤부터인 듯하다.
사실, 이 통(通)은 혼외 성관계를 뜻하는 말이라고 하는데, 중국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우리나라는 아직 이것을 드러내놓고 얘기할 수 없는 분위기이다.
유명 연예인 커플이 혼전임신을 숨기는 것도 바로 이런 사회적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혼외 성관계가 중국 상고시대 때의 귀족들 사이에서 보편적으로
보이는 현상이었다고 한다.
문강과 제양공의 혼외 성관계를 들 수 있다.
제와 문강은 배다른 남매지간이었다.
예쁘고 글도 잘 쓰는 문강은 음탕한 호색가인 제와 어릴 적부터 눈이 맞아 뜨겁게 사랑을 나누었다.
그러던 중 문강이 노나라의 환공에게 시집을 가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떨어지게 된 그 둘은 15년이 지난 뒤, 제나라 양공이 된 제가
노환공을 초청해서 만날 수 있었다.
시집가서 부모가 죽은 후에나 친정에 갈 수 있는 당시의 예법을 깨고 문강을 데리고 제나라로 갔다.
오래도록 잊지 못하고 지내던 제와 문강은 만나자마자 사랑을 불태웠고,
둘의 불륜행각은 오래지 않아 노환공에게 들키고 말았다.
화가 난 노환공은 문강을 데리고 서둘러 노나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제양공은
아들 팽생(彭生)을 시켜 환공이 수레에 오르는 것을 도와주도록 했다.
하지만 이것은 제양공이 팽생에게 노환공의 늑골을 부러뜨리라고 지시한 것이었다.
노환공이 죽자, 문강은 거리낌 없이 제양공과 사통을 일삼았다고 한다.
남자, 문강의 일화로 알 수 있듯이 중국 춘추시대의 혼외 성관계는 매우 공개적이었고,
큰 책망도 따르지 않았다.
이 시대의 기록에 따르면, 맹상군의 사인이 맹상군의 부인과 서로 사랑을 하자,
어떤 이가 맹상군에게 이를 알리며 사인을 죽여 벌하라고 했다.
하지만 맹상군은 남녀가 모습을 보고 서로 좋아하는 것은 사람의 감정이니
따로 말하지 말라고 일렀다고 한다.
또한, 다른 기록에는 진나라의 선태후가 위추부와 사랑을 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태후의 사통을 조정 대신들 모두 알았으나 큰 문제라고 여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국시대 때도 귀족 사회의 혼외 성관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이것은 옛 중국의 성 규범이 엄격하지 않았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규범이라는 것은 시대가 원하는 바를 제도적인 틀에 가두기보다 가치판단 기준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옛 중국에서 혼외 성관계에 대해 크게 묻지 않은 것은 당시 전쟁으로 인한 영토 확보 등
남성 중심의 사회가 만들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후, 중국의 성 규범은 가장 확고하고 단단하게 다져졌으며, 그 유교적 사상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우리는 현 시대가 바라는 성 규범에 귀 기울여 변화하는 가치판단에 맞춰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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