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중국은 봉건사상에 깊이 물들어 있었고 여자들의 지위 또한 낮았기 때문에,
암투가 심한 황궁에서는 먼저 아들을 낳으려는 경쟁이 매우 치열하였다.
이는 아들을 낳아야만 자신이 태후가 되고, 그만큼 지위가 향상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북위의 황조에서는 아들을 낳는 순간 깊은 시름에 빠졌다고 하는데,
그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당시 북위에는 ‘자귀모사’라는 제도가 있었는데, 이 제도의 뜻은 ‘아들이 귀하게 되면
모친은 죽인다.’라는 뜻이다.
이를 만든 이유는 모친이 태자의 정치에 관여하는 것을 막기 위함으로, 이러한 제도는
북위 왕조의 7대에 걸쳐 시행되었으며 1세기나 계속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자귀모사’ 제도를 처음 시행한 나라는 북위가 아닌 전한으로, 전한의 제7대 황제인
한 무제가 ‘구익 부인’을 죽인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한 무제의 ‘비’이며 한소제의 모친인 조첩여는 한 무제의 총애를 듬뿍 받았던 여인으로,
구익 궁에 머무르고 있어 ‘구익 부인’이라 불리었다.
한 무제는 항상 구익 부인의 아들인 ‘한소제’가 자신을 닮았다고 칭찬하였고, 마침내 한소제를
후계자로 삼기로 하였다.
그러나 왕은 태자를 책봉하는 과정에서 아끼던 구익 부인을 죽였는데, 이는 어린 임금에게
어머니가 있으면 나라가 어지러워진다는 이유에서였다고 한다.
북위의 태조 ‘도문제’는 당시 나라를 세우면서 이러한 한무제의 뜻을 이어받아 ‘자귀모사’의
구제도를 받아들였고, 그것은 북위의 발전 과정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북위는 부자 계승의 제도가 확립되지 않아 모친의 친족세력이 강하였기에,
왕권 강화를 위해서는 ‘자귀모사’의 제도가 필수였던 것이다.
도문제는 먼저 전쟁이라는 극한 수단을 동원하여 모친의 부족인 하란부, 처족인 독고부,
조모족인 모용부등의 대 부족들을 강제로 이산시키고, 모친인 ‘하란태후’를 죽게 만든 후
태자인 탁발사의 모친인 ‘유 황후’를 죽였다.
그리고는 모친이 그리워 울고 있는 탁발사 앞에 나타나 이렇게 말하였다고 한다.
“과거에 한무제가 태자를 세울 때 먼저 태자의 모친을 죽였다.
이는 여인이 정치에 관여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지금 네가 태자가 되었으니, 나는 부득이 한 무제가 했던 것을 따라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도문제는 ‘자귀모사’의 제도를 이용해 왕권을 강화하였고, 이러한 구제도는
5대 왕인 ‘헌문제’까지 계승되었다.
북위의 5대왕 ‘헌문제’는 불교를 신봉하였으나 정치에는 관심이 없어, 471년에 아들
‘탁발굉’이 5살이 된 해에 왕위를 물려주었다.
이리하여 탁발굉은 북위의 여섯 번째 황제에 오르게 되었고, 그가 바로 ‘효문제’이다.
효문제의 모친은 ‘이씨’였는데, 그녀 역시 아들이 태자에 오르자 죽임을 당하여
어린 탁발굉은 조모인 ‘풍씨’에 의하여 길러졌다.
이리하여 471년부터 490년까지 20년 동안이나 황태후인 풍씨가 정치를 장악하였고,
후에 효문제가 풍태후에게 옛 제도를 폐지해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그녀는 이를 거절하였다.
결국 그녀의 거절로 인해 ‘자귀모사’의 구제도는 7대 ‘선무제’ 왕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북위의 7대 왕인 ‘선무제’는 독실한 불교 신자로 함부로 살생하기를 원치 않아,
태자 ‘익’을 세우면서 태자의 모친을 죽이지 않았다.
이리하여 마침내 1세기 동안 이어져 온 구제도는 폐지되었고, 후궁들은 더 이상 임신하였다는
이유로 전전긍긍하지 않고 마음 놓고 태자를 낳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북위의 ‘자귀모사’는 군주 지위의 안정적인 승계와 탁발부의 안정에는 큰 기여를 하였지만,
너무도 많은 여인들의 억울한 목숨을 잃게 만들었고, 어린 태자들에게는 한순간에 어머니를
잃은 아픔을 주었던 잔인한 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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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질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