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말. 1-0으로 지고 있던 뉴욕 메츠에서 첫 타자가 나와 있는 상황이었다.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투수가 공을 던졌고 관중들은 일제히 폭소를 터트렸다.
타자는 공을 치지도 않았는데 1루에서 2루로 달리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그는 전광석화처럼 몸을 날려 2루로 슬라이드 했고 안전요원이 달려 나오자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의 등엔 굵은 사인펜으로 쓴 ‘렛츠 고 메츠’가 희미하게 써있었다.
러닝 화를 신었으며 그 외엔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었다.
팽팽한 긴장감을 단숨에 끊어버리는 이 기상천외한 장난이 바로 스트리킹(Streaking)이다.
그들이 나타나는 경기장은 장르를 불문하고 장소를 불문한다.
엄숙한 골프장에서, 테니스 세계 대회에서, 거친 몸싸움이 일어나는 럭비경기장에서도
운이 좋다면 홀딱 벗고 뛰어 다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들에겐 나름의 사명이 있다.
관중들을 배꼽 빠지게 웃겨야 한다.
무턱대고 옷만 벗어선 관객을 웃길 수 없다.
나름의 퍼포먼스가 필요하다.
무려 200번이 넘는 스트리킹으로 유럽 일대 경기장에서 주요 인물로 찍힌 마크 로버츠는
매우 다양한 퍼포먼스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는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 챔피언십 대회는 빼놓지 않고 참석한다.
물론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었다.
심지어 선수들에게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당구대회에 까만 나비넥타이만 매고 나타나
경기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에서도 사타구니에 테니스 공 세 개를 달고 자신이 마치 공인냥
네트 위를 뛰어 넘기도 했다.
2003럭비 월드컵 결승전에선 더욱 기발한 방법을 시도했다.
심판 복장을 하고 경기장으로 난입해 선수들에게 레드카드를 주면서 옷을 벗기 시작한 것이다.
럭비선수들은 럭비공이 아닌 로버츠를 잡으러 달려야 했고 그는 여유롭게 상대편 진영까지 넘어가
터치다운을 시도했다.
골프장에선 갑자기 나체로 뛰어나와 해저드(호수)에 다이빙을 하고 필드에서 여자 선수들을
울리기도 했다.
이제 그를 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중계 석에선 그의 퍼포먼스를 하나의 완성된 예술로 해설했고 경기 전문가들도 그의 행위가
이미 전문가를 넘어선 프로의 몸짓이라고 예찬할 정도였다.
그의 체력이나 달리기가 좀 느려졌다 싶으면 냉철한 비판도 서슴지 않을 정도다.
로버츠가 처음 스트리킹 데뷔는 93년 홍콩 럭비대회를 관람하면서 부터였다고 한다.
우연히 같이 앉은 여성과 스트리킹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그대로 필을 받아 필드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경기장에선 선수들 못지않은 환호성을 받았고 관중들이 웃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진 그는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다양한 경기장에서 다양한 복장으로 옷을 벗기 시작했다.
로버츠는 이제 단순히 옷을 벗는 남자가 아니다.
영국에선 수십 편의 CF 모델이 되었고 그를 따르는 수제자들이 있는가하면 다양한 팬 카페와
그의 일대기를 쓴 저서가 나오기도 했다.
옷을 벗는 순간 억압된 현실에서 자유를 느낀다는 그럴듯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스트리킹엔 남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무려 40인치, 101cm 둘레의 거대한 가슴을 가진 여성 스트리커 에리카 로는 영국 럭비경기장에서
과감히 자신의 젖가슴을 휘둘렀다.
그녀의 육중한 가슴은 마치 럭비공 두 개를 겹쳐 놓은 듯했고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위 아래로 사정없이 흔들렸다.
그녀의 거대한 가슴은 럭비 선수들뿐만 아니라 관중들의 혼을 모두 빼 놓았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가슴이 되었다.
그녀는 원래 조용한 성격의 서점 점원이었는데 이 사건이후 유명인이 되어 거액의 TV출연으로
돈을 벌기도 했다.
지금은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한다.
TV로 가장 유명세를 탄 스트리커는 단연 오스카에 출연한 벌거숭이 남성이었다.
만인의 연인 엘리자베스테일러가 수상을 하러 올라온 순간 나체의 남자가 무대 위에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의 나체는 전 세계로 생중계되었고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나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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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연인과 칵테일 한 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