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류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우리나라의 한 멜로드라마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부터이다.
우리나라에서 방송될 당시보다 더 유명해진 그 작품은 일본에서의 인기에 편승해
재방송 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런 한류에 대한 취재열기가 한창일 때, ‘도대체 왜 일본의 중년여성들이 한국 멜로드라마에
매료된 것일까‘라는 주제의 프로그램이 있었다.
인터뷰에 응한 중년여성은 두 남녀가 사랑하게 되는 감정의 애절함과 그 감정이 실린 스킨십에서
무한한 전율을 느꼈다고 대답했다.
그녀 역시 겨울연가의 비디오를 몇 번이나 돌려본 열성팬이었다.
사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드라마에서 남녀가 사랑을 하고, 키스를 하고, 싸우고, 헤어지고,
다시 화해하는 장면을 무수히 많이 보기 때문에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모두 느끼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또한, 현재 우리의 젊은이들은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하면 서로에 대한 애정표현을 숨김없이 한다.
길거리에서 너무 심한 애정행각을 벌이는 젊은이들을 보면 눈살을 찌푸릴 때도 있다.
하지만 일본 젊은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애정표현이 심하지 않다.
아니, 표현을 숨긴다.
일본에서는 어려서부터 감정표현을 억제하도록 교육한다.
슬픔을 참는 아이를 칭찬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 것이다.
눈물을 보이지 않는 것이 원칙인 것처럼 교육하기 때문에 그들은 감정표현에 서툴다.
우리가 일본인에 대해 ‘겉과 속이 다르다’라고 평가하는 것은 본인이 느끼는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그들의 본성을 잘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변태처럼 보이기까지 하는 일본 성(性)문화는 감정을 표현하지 못해
평소에 스킨십이 없는 생활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동성 사이에선 아무리 깊은 우정이 있다고 해도 터치 이상의 스킨십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성간의 성문화가 더욱 강렬하게 또는 지나치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감정을 표현하는 스킨십에는 인색하면서 섹스에는 굉장히 관대하다.
섹스는 타인 앞에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섹스를 그저 오락이나 유희 정도로 편하게 여긴다.
한 대학생이 여고교생과 섹스를 하다 발각된 경우가 있었는데, 이 일로 여고교생은
3개월 정학을 받았다.
그런데 이 정도의 벌은 컨닝한 답안을 낸 것과 같은 처벌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섹스에 대해 관대한 일본 사회에선 이 목적으로 이성을 만나는 것을 ‘남파’라고 하는데,
이것 역시 보편화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연애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사랑의 감정은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지 않던가.
일본인의 연애는 상대에 대한 집착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합리적인 그들의 문화적 특성상 연애도 상대를 속박하지 않는 자기합리화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들은 한 사람에게 집착하지 않는 대신 다른 이성과의 섹스를 즐긴다.
이 또한 섹스를 그저 본능에 따른 유희로 보기 때문에 연애 감정과 상관없이
즐기는 ‘놀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런 풍조는 연애와 섹스를 가볍게 여기는 무책임을 낳게 되었고, 섹스에 대해서
별로 책임을 느끼지 않는 의식이 자리 잡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연인들이 만난 지 1, 2주 안에 섹스를 하는 것이 보편적이라 하고,
연애를 쉽게 시작해서 쉽게 끝낸다.
연애와 섹스, 이 둘 다 결혼과는 별로 연관 짓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일본의 요즘의 연애 풍토 때문에 중년 여성들은 한국의 멜로드라마가 그리는
‘한 사람만을 사랑하며 애 끓이는 남자’에 매료된 것은 아닐까.
물론, 일본의 모든 젊은이가 이런 풍조를 실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들 안에서 감정을 주고받는 방식이 우리와 조금 다를 수도 있고, 그들의 사랑방식은
나름대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다만, 연애와 섹스에 무책임한 것은 신중한 태도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무책임한 섹스는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연애와 섹스로 포장되는데, 이 둘을 어떻게 아름답게 만들 것인지는
그 감정의 주체자에게 달렸다.
우리 모두 조금은 신중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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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연인과 칵테일 한 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