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한사랑병원

내 영혼이 따뜻해지는 봄을 기다리며



저는 요사이 깊이 가라앉은 마음으로 환자를 진료하며 후학들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우울해서인지 요즈음은 못난 선생을 부모 모시듯 해주는 후학들이 눈물겹게 고맙습니다. 백발이 되어서야 가정으로 돌아와 가장으로서의 본분을 다하는 저를 마치 백발이 되어 돌아온 연인 페르귄트에게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주는 솔베이지처럼 저를 사랑하는 후학들을 보며 새로운 행복을 별견하곤 합니다. 그래서 회진하는 날이면 후학들과 함께 커피 집에서 커피 한잔 마시거나 가끔 설렁탕집에 가서 6000원짜리 설렁탕을 먹는 재미가 요즈음의 저에게는 큰 행복입니다.



대통령이나 장관이나 도지사나 시장이 되면 삶이 행복합니까? 전남대학교병원장이 되면 삶이 행복해집니까? 권력기관의 수장이 되어 휘두르고 대접 받으면 행복합니까? 대한민국의 모든 리더들이시여! 다산 정약용 선생님이 말씀하신 “人知坐輿樂 不識肩輿苦”를 님의 사무실 책상에서 가장 잘 보인 곳에 붙여 놓으시고 근무하소서. 그리고 얼마 안 있으면 바뀔 저의 대학병원의 장은 귀가 보통사람보다 10배 크고 임기 3년 동안 가마는 절대 타지 않고 가마만 메고 가는 사람이었으면 하는 게 저의 간절한 바람입니다.



저도 한 때 분수를 모르고 전남대학교병원장에 두 번이나 출마하여 떨어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떨어진 것이 참으로 다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느님이 저를 사랑하신 것이라 믿고, 지금은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 저를 떨어뜨리기 위해 노력해주신 분들, 참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저는 최근에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의학박사, 의사,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소아청소년 심장전문의, 전남대학교 중앙도서관장, 그리고 그외 수많은 학회 감투들이 기록되어 있는 명함들을 모두 쓰레기 통에 버렸습니다. 그래서 현재 저는 명함이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아무런 치장을 하지 않은 순수한 나이고 싶고 진실로 겸손해지고 싶어서입니다. 그러한 마음으로 살아보니 누가 대접해주지 않고 알아주지 않아도 마음에 서운함이 생기지 않고 편합니다.





지금 들으시는 음악은 노르웨이 출신의 음악가 그리그가 작곡한 페르귄트 모음곡 2번 (Peer Gynt Suite No.2, Op.55) 제4곡 솔베이지의 노래입니다. 아내의 영원한 순정을 노래한 이 명곡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 겨울이 지나 또 봄은 가고 또 봄은 가고, 그 여름날이 가면 더 세월이 간다. 세월이 간다. 아! 그러나 그대는 내 님일세 내 님일세. 내 정성을 다하여 늘 고대하노라, 늘 고대하노라. 아! 그 풍성한 복을 참 많이 받고 참 많이 받고. 오! 우리 하느님 늘 보호 하소서 늘 보호하소서. 쓸쓸하게 홀로 늘 고대함 그 몇 해인가. 아! 나는 그리워라. 널 찾아가노라. 널 찾아가노라.”




저는 봄을 가장 좋아합니다. 내 영혼을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꽃피는 봄날 시골에 가서 오디오 볼륨을 올리고 그리그의 페르귄트 모음곡을 혼자서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잔잔한 행복을 느끼며 따뜻한 눈물을 흘리고 싶습니다.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하며---

마재숙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