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한사랑병원

사랑과 예술의 ‘타지마할’
나의 서재에는 사랑과 예술을 생각하게 하는 관광품이 하나 있다.

돌로 된 찻잔 받침. 새하얀 천연 대리석에 알록달록 천연 돌을 잘라 넣어

한 송이 붉은 꽃으로 형상화한 것인데 수년 전 인도에서 본

‘타지마할’을 못 잊어 산 것이다.

타지마할(Taj Mahal). 동서남북으로 에워 싼 성곽 속에 존재하고 있었다.

붉은 사암의 아치형 정문을 들어서자 어둑해진 가운데

희끄무레하게 보이는 건물이 보였다.

문을 걸어나가자마자 먼 거리에서 새파란 하늘 아래 높다랗게 앉아 있는

거대한 하얀 궁전이 눈에 확 들어왔다.

찬란한 궁전 타지마할! 아라비안나이트에서 보았던

환상의 궁전이 실제로 있었다!

조금 전까지도 행인과 자동차와 릭샤와 검은 소가 뒤엉켜 돌아가는

맨땅의 거리를 휴지와 소똥을 밟아가며 돌아다녔었는데

이런 신천지를 보게 되다니…….

경이로운 아름다움에 숨이 막히고 입은 벌어졌다.

궁전을 바라보며 걸어갔다.

사람 키의 네 배나 되는 대리석 기단에 올라섰다.

이 궁전을 멀리서 처음으로 바라보았을 때 유난히 웅장하게 보였던 것은

이 높은 기단석 때문이다.

또한 정문에서부터 이 궁전에 당도하기까지 정원과 연못을 유난히

길쭉하게 조성하고 그 사이를 붉은 사암으로 조성된 길을 밟아가며

한참이나 걸어오게 만듦으로써 궁전의 위엄을 원근기법으로 살렸다.

사방 95미터에 달하는 천연 대리석 광장에는 중앙에 돔(dome)형

둥근 지붕의 묘당이 앉아 있고 이를 엄호하듯 귀퉁이에 네 개의 첨탑이

서 있어 좌우 선과 면이 대칭을 이뤄 완벽한 조형미를 내뿜는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알록달록한 차림의 관광객들이 덧신(대리석 보호)을 신고

묘당으로 들어가려고 개미줄을 이룬다.

아치형 문을 들어서면 실내는 어둑하다.

8각형 벽면과 높은 천장에 온갖 꽃나무와 기하학적 무늬가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고, 중앙 바닥에는 그 유명한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 샤 자한 왕과 뭄마즈마할 왕비의

관이 놓여 나란히 놓여 있는데 그 주위에는 투각한 대리석을 병풍 치듯 둘렀다.

그 사이사이로 들여다보이는 왕과 왕비의 관.

무덤궁전의 하이라이트.

마치 우리나라의 나전칠기 공예품이 세공의 정교함과 채색의 화려함이

극치이듯 어두움 속에서도 희디 흰 대리석 바탕에 알록달록한 보석들이

꽃 모양과 당초무늬로 관 전체를 장식하고 치장하고 있어

그 화려함과 기품과 우아함과 위엄이 주는 감동은 과히 메가톤급 이었다.

어찌나 그 예술성에 매료되었던지 추모의 정은 날아가 버리고

아름다움에 취해 정신이 몽롱해졌다.

( 이 관은 가묘이며 지하에 두 사람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다.)

어찌 화려하지 않겠는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라고 일컫는 만큼 기단석부터 지붕까지

전체가 최상급의 대리석과 진기한 보석과 준보석을 붙인 것이다.

대리석을 모자이크로 붙이거나, 꽃, 잎, 줄기 등 문양을 대리석에 파서

그 구멍에다 꽃 부분에는 붉은 루비나 벽옥을, 줄기 부분에는

누런 황옥이나 호박을, 잎 부분에는 푸른 사파이어와 터키석을 오려 넣는

상감기법으로 실물감을 살렸다.

뿐만 아니라 대리석에 꽃나무나 기하학적 무늬를 양각이나 음각으로 파서

도드라지게 입체감을 살리지 않았는가.

어찌 감탄하지 않으랴.

희귀한 보석들을 중국, 티베트, 스리랑카 등 외국에서 들여 오고,

대리석 등 건축자재도 바그다드, 이집트, 러시아, 아프가니스탄, 페르시아에서

들여오고, 이탈리아, 이란, 프랑스 등 건축가, 석공기술자와 모자이크 기술자 등

전문기술자도 외국에서 불러 모아서 돌을 쪼고, 자르고, 파고, 끼워 맞추는

그런 최대의 공을 들였으니.

어찌 놀랍지 않으랴!

지금으로부터 약 360여 년 전, 건축물을 완성한 1653년 이 때는 한국은

조선 17대 효종 ,프랑스는 루이 14세, 중국은 청나라 세조 순치 때쯤이다.

그 당시에 대리석을 실어 나르는 코끼리 1000마리, 하루에 인부가 2만 명,

연인원은 20만 명 동원에, 국가 예산의 5분의 1인 4백만 루피 (약 720억)를

쏟아 부어 1632년에서 1653년에 이르기까지 장장 22년에 걸쳐

건축한 희대의 정성이 아니던가.

얼마나 환상적이고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인가!

우타르프라더시주(洲) 무굴제국의 5대 황제 샤 자한(1592-1666)은

셋째 왕비를 유독 총애하였다.

15번째로 아이를 낳은 직후 왕비는 열병으로 세상을 떴다.

잦은 출산이 그녀의 수명을 단축시킨 것이 아닐까.

비탄에 빠진 왕은 아내를 위하여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궁전을 지어

그 속에 그녀를 눕히기로 결심하였다.

그리하여 완성된 그 당시의 건축물의 이름도 왕비 이름인

‘뭄마즈마할’으로 명명하였다.

허나 무슨 까닭인지는 모르지만훗날에는 ‘찬란한 궁전’이라는 뜻의

‘타지마할’로 바꾸어졌다고 한다.

너무도 무상하다.

왕은 타지마할이 완성한 후 자무르강 건너편 마주보이는 곳에 다시

검은 대리석으로 자신의 무덤 궁전을 지어 타지마할과 구름다리로 연결하려 하였다. 이에 다른 왕비의 소생인 셋째 아들 아우랑제브는 첫째 왕자를 죽이고

왕인 아버지를 아그라성 탑에 유폐시키고 왕위에 오른다.

샤 자한 왕은 8년 동안 이곳에서 자무르강 건너 아스라이 보이는 타지마할을

바라보며 왕비를 그리워하다가 죽어갔다.

참으로 위대하다.

12억 인구의 인도, 그 인도를 먹여 살린다는 타지마할.

샤 자한 왕도 백성의 피와 땀으로 지은 이 건축물이 수백 년 후

세계적 관광자원으로 국가재정에 큰 도움을 준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입장료가 꽤나 비싸다.

내국인은 20루피(3500원 정도)인데 반하여 외국인은 750루피( 13000원 정도)이다. 옛날의 영국은 쉐익스피어를 인도와 바꾸지 않겠다고 하였다.

현대의 인도는 타지마할을 그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것이다

타지마할은 인도 모슬렘 예술의 진수이며, 세계문화유산,

세계 신(新) 7대불가사의의 하나이다.

영국 BBC 방송이 인간으로 태어나서 죽기 전에 가 보아야 할 50곳 선정 중에

10위에 올린 건축물이다.

‘죽기 전에’라는 말은 그만큼 ‘볼 가치’가 있다는 말일 게다.

타지마할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볼 가치’로 여기고 무엇을 '얻어가게' 될까?

타지마할의 사랑이여, 꽃은 사랑으로 피고 아기는 사랑으로 자라고

아픈 이는 사랑으로 낫듯이 타지마할도 사랑으로 탄생하였다.

사랑은 모든 것을 꽃 피우는 요술의 요정이다.

타지마할의 예술이여, 예술은 심성을 아름답게 하고 사람들을 감동시키며

삶을 윤택하게 한다.

예술은 모든 것을 아름답게 만드는 마이더스의 손이다.

중국의 만리장성,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페루의 마추픽추와 같은

유형 문화재에서는 위대한 인간 정신을 느낀다.

타지마할에서는 그러한 인간 정신 외에 하나 더 존재하는 것이 있으니

‘사랑의 영혼’이라는 무형문화재가 있기에 더 아름답다.

궁전을 돌아보고 걸어 나오는 남성들은 누구나 왕비를 그리워하는

왕의 슬픈 표정이 된다.

궁전을 돌아보고 걸어 나오는 여성들은 누구나 이승에 두고 온 남편을

안타까워하는 왕비의 슬픈 표정이 된다.

내가 죽으면 나의 남편은 슬퍼하며 어떤 무덤을 만들어줄까?

나는 어떤 몸짓으로 삶의 동반자를 사랑해야 하는가?

내 삶은 어떤 예술로 승화시켜야 하나?

무덤 궁전을 보고 나서 다시 한 번 삶과 사랑과 예술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김경남(수필가 ․ 문학평론가)/연제 수필집에서

가난한 날의 행복

그들은 가난한 신혼 부부였다.

보통의 경우라면, 남편이 직장으로 나가고 아내는 집에서 살림을 하겠지만,

그들은 반대였다.

남편은 실직으로 집 안에 있고, 아내는 집에서 가까운 어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쌀이 떨어져서 아내는 아침을 굶고 출근을 했다.

'어떻게든지 변통을 해서 점심을 지어 놓을 테니, 그 때까지만 참으오'

출근하는 아내에게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마침내 점심 시간이 되어서 아내가 집에 돌아와 보니, 남편은 보이지 않고,

방 안에는 신문지로 덮인 밥상이 놓여 있었다.

아내는 조용히 신문지를 걷었다.

따뜻한 밥 한 그릇과 간장 한 종지...

쌀은 어떻게 구했지만 찬까지는 마련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아내는 수저를 들려고 하다가 문득 상 위에 놓인 쪽지를 보았다.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이걸로 우선 시장기만 속여주오'

낯익은 남편의 글씨였다.

순간, 아내는 눈물이 핑 돌았다.

왕후가 된 것보다도 더 행복했다.

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행복감에 가슴이 부풀었다.

김소운 '가난한 날의 행복'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