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학회 박철영 이사장, "생활습관 교정 등 치료 환경 개선 必"
"비만 진단, 상담 수가 만들어야 최소한의 치료 환경 조성"
우리나라 소아청소년의 비만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 게 어제 오늘은 아니다.
정부 또한 소아청소년 비만 문제 해결을 위해 실태 조사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음은 주지된 바다.
그럼에도 소아청소년 비만 문제는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중·고등학생 남학생의 비만 유병률은 17.5%,
여학생은 9.1%로 10년 새(2011년 남학생 6.8%, 여학생 4.2%) 2배 이상 증가했다.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 문제는 더 심각하다.
비만과 관련이 높은 제2형 당뇨병의 경우, 15년(2002년~2016년) 사이
소아·청소년·청년에서 4배나 증가했다.
일찍부터 이러한 소아청소년 비만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다양한 대내외 활동들을
펼쳐 온 대한비만학회가 올해는 이러한 활동을 한층 더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올해 1월 대한비만학회 이사장으로 취임한 박철영 교수(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를 만나 소아청소년 비만 치료 환경의 문제와 해결방안에 대해 들었다.
-우리나라 소아청소년 비만이 얼마나 심각하다고 느끼나.
서양에서나 볼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던 심한 비만 청소년들이 국내에서도 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소아청소년 5명 중 1명이 비만이라고 보고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유병률이 15~20%로 큰 차이가 없다.
특히 지난 3년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감소된 신체 활동, 늘어난 스마트폰 및
컴퓨터 사용시간, 과도한 배달음식 섭취 등으로 소아청소년 비만 문제가 더 악화됐다.
소아청소년 시기의 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소아 시기 비만의 50%, 청소년기 비만의 80%가 각각 성인이 돼서도
비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보다 젋은 나이에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계 질환, 지방간 같은
비만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실제 임상에서도 소아청소년 비만을 체감하나.
최근 진료를 보면서 소아청소년 비만으로 인한 제2형 당뇨병 환자가
크게 늘어났음을 느낀다.
몇 년 전만해도 소아청소년 당뇨병 환자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이 같은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더불어 소아청소년 비만 문제에 대해 교육계를 포함한 우리 사회가
모두 인지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소아청소년 비만의 진단과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소아청소년 비만은 체질량지수를 계산한 후 성장 도표에 대입해 판정 및 진단한다.
비만으로 진단되면 우선 식사, 운동, 생활 습관 등을 교정토록 한다.
문제는 비만 진단과 교육을 하려면 충분한 시간과 인력이 요구되는데
현재 이에 대해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상담과 교육을 위한 비용을
소아청소년과 그 가족들이 전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비용 부담으로 진료를 포기해버리는 환자도 많다.
이들 중에는 수년 후 당뇨병, 고혈압 같은 합병증으로 내원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드물지 않다.
생활 교정 외에도 최근 청소년 비만 환자들을 위해 허가된 비만 치료 약제도 있지만,
이 또한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하는데 한계를 체감한다.
-소아청소년 비만 환자의 생활습관 교정, 약물 치료 외 다른 치료법이
마땅치 않을 것 같은데, 이들 모두 시행이 쉽지 않다는 말에 당황스럽다.
대한비만학회 진료지침에 따르면, 소아청소년 비만 치료는 식사치료, 운동치료,
행동치료를 포함한 생활습관 교정이 1차로 권고된다.
교정이 어려운 경우 약물 치료를 고려토록 했다.
기본적으로 생활습관 개선이 우선이고, 약물은 굉장히 제한된 상황에서나
사용 가능하다.
즉, 소아청소년 비만 환자를 적절한 교정하기 위해 상담 및 모니터링 등이
필수적이란 말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수가가 적용되는 게 없다.
학계에서 권고하고 있는 1차 치료가 방치되고 있단 말이다.
이는 현재 소아청소년 비만 환자가 방치되고 있다는 말과 다름없다.
비만 합병증 검사나 비만 진단, 평가, 교육에 대한 상담 등에 대한 수가가
제도화되면 소아청소년 비만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미국 소아과학회에선 소아 비만 치료 시 적극적으로 약물을 사용토록
하는 내용의 지침을 발표했다.
비만 치료라는 큰 틀에서 약물 치료는 보조적 치료다.
여러 가지 생활습관을 변화시킬 수 있는 노력을 하면서 약물 치료를
보조적으로 실시해야 함을 잊으면 안된다.
실제로 비만대사수술을 한 뒤에도 체중이 증가해 재수술을 받거나,
위절제술 환자가 다시 체중이 느는 경우도 많다.
결국 비만 치료의 핵심은 생활 습관 개선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담 및 프로그램이 중요하다.
-17일부터 열리는 비만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소아청소년 비만 문제의
법제화를 논의키로 했다고 들었다.
비만이 소아청소년에게 미치는 중대한 건강상 영향을 고려해 질병으로
인정받도록 하고, 소아청소년 비만 환자들이 의료기관에 쉽게 접근하고
상담할 수 있도록 법제화를 논의할 예정이다.
소아청소년 비만 치료에 1차적으로 요구되는 생활습관 교정을 할 수 있는 환
경이 만들어져야 아이들이 올바른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또 소아청소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비만 치료제가 보험이 되고 있지 않는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똑같이 약물 치료가 필요한 소아청소년임에도 누구는 돈이 있어 사용할 수 있고
누구는 사용하지 못하는, 부의 격차로 비만 발생률이 달라져서야 되겠나.
비만 치료가 제도권에서 이뤄질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회가 소아청소년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획 중인 사업이 있나.
우선 소아청소년 비만의 심각성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게 하고, 비만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끔 다양한 교육자료와 홍보 영상을 제작할 계획이다.
더불어 교육계와 협의해 일선 교사들의 소아청소년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도 경주할 것이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몇몇 사람들의 노력으로 단시간 해결하기는 어려운 문제다.
사회 모두가 힘을 합쳐 우리 아이들의 비만을 예방하고 치료받게끔 도와야 한다.
이를 위해 학회도 함께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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