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성 유방암 환자 생존율 대폭 개선 입증…치료 패러다임 전환 예고
국내 전문가들 "국내 유방암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약…도입 서둘러야"

*출처: ASCO 2022
사진 출처 ASCO 2022

 미국 시카고 현지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최대 규모의 암학회인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22)에서 오랜 만에 기립박수가 터졌다.

환대의 주인공은 플레너리 세션 주제로 선정된 엔허투 3상 임상시험인

DESTINY-Breast04 연구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HER2 저발현 환자에게서 기존 화학요법 

대비 질병의 진행 혹은 사망 위험을 

50%까지 감소시키며, 유방암 치료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트주맙 데룩스테칸)'.

이에 본지는 ASCO 2022 현장에서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정경해 교수,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손주혁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지현 교수를 만나 DESTINY-Breast 04 연구 결과가 

가지는 임상적 의의와 함께 '엔허투'의 국내 도입 시급성에 대해 들었다.

(좌측부터)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손주혁 교수,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정경해 교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지현 교수
(사진은 좌측부터)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손주혁 교수,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정경해 교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지현 교수

 

HER2 양성에 이어 HER2 저발현 환자에서 홈런 날린 '엔허투'

DESTINY-Breast 04 연구는 이전에 치료 받은 적이 있는 HER2 저발현 HR 양성 혹은 음성인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서

 표준요법인 항암화학요법 대비 엔허투의 효능 및 안전성을 평가한 오픈라벨 

다기관 3상 임상연구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1차 평가변수로 설정된 전체 환자에서 엔허투 치료군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9.9개월로 화학요법군의 4.8개월과 비교해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50%까지 감소시켰다.

특히 전체 환자의 약 90%를 차치하는 호르몬수용체(HR) 양성 환자에서는

엔허투 치료군의 mPFS는 10.1개월, 

화학요법군은 5.4개월로 나타나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49% 감소시켰다.

DESTINY-Breast 04 연구의 무진행생존 데이터(출처: ASCO 2022)
DESTINY-Breast 04 연구의 무진행생존 데이터(출처: ASCO 2022)

또한 주요 2차 평가변수인 전체 환자에서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엔허투 치료군이 23.4개월로 

화학요법군의 16.8개월과 비교해 6.6개월 연장시키며, 사망 위험을 36% 낮췄다. 

HR 양성 환자에서 엔허투 치료군의 mOS는 23.9개월, 화학요법군은 17.5개월로

나타나 사망 위험을 36% 낮췄다.

DESTINY-Breast 04 연구의 전체생존 데이터(출처: ASCO 2022)
DESTINY-Breast 04 연구의 전체생존 데이터(출처: ASCO 2022)

이같은 엔허투의 효과는 HR 음성인 환자군뿐만 아니라 모든 HER2 발현 수준(

IHC 1+ 및 IHC 2+/ISH-)에서도 일관됐다. 

뿐만 아니라 엔허투는 기존 화학요법 대비 객관적반응률(ORR)과 완전반응률(CR)을

크게 개선시켰다. 

전체 환자에서 엔허투 치료군의 ORR은 52.3%로 화학요법군의 15.3%와 비교해

3배 가량 높았으며, 

CR 역시 3.5% 대 1.1%로 3배 이상 높았다. HR 양성 환자에서 엔허투 치료군의 

ORR은 52.6%, 

화학요법군은 16.3%였으며, CR은 각각 3.6%, 0.6%였다.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손주혁 교수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손주혁 교수

손주혁 교수는 "전이성 유방암에서 HER2 저발현 환자의 비중은 50~55%를 차지한다"며 

"T-DXd(엔허투)는 유방암 환자의 약 15%를 차지하는 HER2 양성 환자군에 이어 HER2 저발현 

환자에서도

 괄목할 만한 치료 효과를 입증하며 70%에 가까운 유방암 환자들의 치료 성적을 끌어올렸다"라고 

평가했다.

엔허투는 이미 3상 임상인 DESTINY-Breast03 연구를 통해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2차 이상 치료에 새로운 표준치료제로 자리잡았다.

작년 9월 개최된 유럽암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1)에서 발표된 

DESTINY-Breast03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엔허투는 기존 1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인 '캐싸일라(성분명 트라스트주맙 엠탄신)'과

 비교해 질병 진행 및 사망 위험을 72%까지 낮추는 기염을 토했다. 

데이터 컷오프 당시 엔허투 투여군은 PFS가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았으며, 

캐싸일라 투여군의 mPFS는 6.8개월이었다. 

12개월차 무진행생존율은 엔허투 투여군에서 75.8%, 캐싸일라 투여군에서 34.1%로 

나타나 2배 이상 높았다.

게임체인저 된 '엔허투', 국내 환자에겐 꿈 같은 치료제

이처럼 유방암 치료 패러다임을 한순간에 바꿔버린 엔허투지만, 국내 환자에서의 투약은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손주혁 교수는 "보다시피 T-DXd는 해외에서 이미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에 사용되고 있고, 이제는 HER2 저발현 환자 치료에서까지 

사용이 예고됐다"라며 "하지만 한국은 어떤가? HER2 저발현 환자는 커녕

HER2 양성인 환자에서도 T-DXd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작년 6월 엔허투를 신속심사대상 의약품으로 지정하고

현재 허가심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엔허투의 허가 예상 시기는 베일 속에 감춰져 있는 상황이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정경해 교수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정경해 교수

정경해 교수는 "현재 일부 국내 환자들이 T-DXd를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 들여와 쓰고 있는데,

 한 주기 치료에 2,0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내 현실에서

 유방암 환자들에게 T-DXd는 아직 꿈 같은 약"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오늘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와 

모두가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르지만, 국내 의사와 환자들은 쓰지 못하는 현실에 더욱 속이 쓰리다"며 "특히 국내 의사들은 DESTINY 임상연구에 참여한 바 있어 이 약에 대해 잘 알고 있는데, 현실과 연구 결과의 괴리를 느끼게 되는 게 괴롭다"고도 토로했다.

김지현 교수는 허가 외에도 엔허투가 국내 환자에게 투여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으로 

급여 심사를 꼽으며 "정부가 약제의 가치를 비용효과와 함께 혁신성과 환자의 입장에서 평가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와 국가의 보험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고가의 약제에 대해서는 

본인부담율 5%를

 고집하지 않고 보다 유연하게 다양한 급여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지현 교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지현 교수

김 교수는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와도 실제 그 약이 국내 환자들에게 투여되기까지는 2~3년, 최대 5년이 걸리는 게 현실"이라며 "엔허투는 아직 국내에서 허가도 되지 않았고, 급여까지 

생각하면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또 "통상 항암제를 평가할 때 '몇 개월 더 살리는데 얼마가 든다'라든지, '생존기간을 겨우 몇 개월 늘린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말하지만,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암 환자에게 몇 개월은 일반인의 시간과 그 의미가 다르다"라며 "약제를 평가할 때 단순히 경제성만이 아니라 환자의 남아 있는 여생과 

기존의 치료 성적을 생각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도 '이게 굳이 기립박수 칠 만한 일인가' 생각할 수 있는데, 기존 화학항암요법의 PFS가 4.8개월인데 반해 T-DXd가 9.9개월이니까 거의 두 배 가까이 늘린 것"이라며 "이는 실제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암환자에겐 엄청난 차이"라고 덧붙였다. 

손주혁 교수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약 70%가 이 약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그 중 15%의 환자들에겐 엄청나게 도움이 된다"라며 

"T-DXd는 국내 유방암 환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약이므로, 정부와 제약사는

이를 감안해 빨리 국내 환자들이 

이 약을 쓸 수 있도록 허가에 속도를 내주길 바란다"고 했다.

현재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유방암 분과장을 맡고 있는 박연희 교수 역시 조만간 있을 

유방암 치료 가이드라인 개정판에 

엔허투의 등재를 알리며, 더이상 엔허투의 도입이 지연돼서는 안된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

박연희 교수는 "실제 가이드라인 개정을 위한 미팅 당시에는 DESTINY-Breast04 연구 결과가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T-DXd를 새로운 개정판에 넣기로 결정했다"며 "지금 넣지 않으면

 다음 개정까지 2~3년이 또 지나갈텐데, 그렇게 되면 절대 안되기에 위원들 모두가 동의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박 교수는 "T-DXd는 그만큼 중요한 치료제"라며 "이미 유방암 암환자들도 T-DXd에 대해

 모두 알고 의료진에게 호소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하루빨리 허가 심사를 마무리 짓고, 허가 후에는

 비급여라도 필요한 환자에게 쓸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