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한사랑병원

현정과 엄마가 사는 곳은 보증금없이 월 20만 원씩 내는 월세 단칸방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누군가 찾아오면 현정이는 마냥 신기한 눈으로 쳐다봅니다.
그리고는 경계심 없이 매달리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사람이 그리운 것 같습니다.

제대로 배운 것이 없어 식당에서 보조로 일하며 하루하루 살기조차 버거웠던
진아 씨는 40살이 넘도록 연애 한 번 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세상에서 혼자 살아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황량한 사막 같았던 진아 씨의 인생이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눈부시게 빛났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믿었던 그 남자가 유부남인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진아 씨에게 처음 다가온 사랑이기에 그냥 모든 것을 용서하고 함께 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의 가정을 파괴하고 싶지 않았던 진아 씨는 그에게 이별을 통보했습니다.
배신과 다시 찾아온 혼자라는 외로움에 더 힘든 하루를 보내야 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임신 9주입니다.”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지만 아이만큼은 지키고 싶었습니다.
이 세상에 혼자밖에 없는 그녀에게 배 속의 아이는 유일한 가족이었기 때문입니다.

임신 6개월 즈음이었을까요.
진아 씨는 임신성 당뇨로 살이 급속히 찌더니 허리디스크가 파열되어
그동안 어렵게 모아둔 600만 원을 치료비로 써야 했습니다.

당장 먹을 끼니가 걱정될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렸습니다.
어떻게 하든 살아야 했습니다.
이젠 혼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일거리를 하면서 출산준비를 했습니다.
하루 12시간씩 일을 해도 한 달 수입은 고작 20만 원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진아 씨는 배 속의 아이를 생각하며 힘을 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꼬박 12시간씩 앉아서 하던 작업 때문에 무리가 갔는지
7개월 만에 양수가 터져 버렸습니다.
3주간 입원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1kg도 되지 않은 약한 아이 현정이가 태어났습니다.
현정이는 2kg이 될 때까지 인큐베이터 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다행히 현정이는 그 후 잘 자라주었고, 여느 아이처럼 예쁘게 커갔습니다.

이제는 한숨 돌릴 수 있겠다 싶었는데…또 일이 생겼습니다.
현정은 방아쇠 수지라는 근육질환으로 수술을 받게 되었고,
진아 씨는 디스크가 재발하여 재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계속되는 수술에 돈 걱정이 앞섰습니다.
월세를 내지 못해 조금 있던 보증금마저 없어져 버렸습니다.

집주인이 바뀌면서 보증금은 이해해 주었지만, 월세가 올랐습니다.
결국 ,수술비는 빚으로 남았고 돈이 생기면 수술비를 갚았습니다.
만약 월세를 내지 못하면 진아 씨네 가정은 언제 길거리로 쫓겨날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진아 씨는 현정이에게 그저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현정이에게 해주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엄마가 아프고 가난하니까…그럴 수 없어서 미안해요.”
울고 보채면 오래도록 안아주고 싶고, 같이 나가서 산책도 하고 싶지만
허리 디스크 때문에 그럴 수도 없습니다.

남들처럼 예쁜 옷, 장난감도 많이 사주고 싶지만 가난한 형편에 그럴 수도 없습니다.
현정에게 멋진 엄마가 되고 싶지만, 오랫동안 치료를 못 해 구멍이 나버린 앞니는
진아 씨를 초라하고, 당당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현정이는 두 돌이 되어가지만, 정기적인 소아청소년과 검진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얼마 전에는 배변에 혈액이 섞여 있었지만 간단한 검진만 받고 괜찮아지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것저것 검사해 보고 싶지만, 그것도 못 해주는 미안한 엄마입니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환한 미소를 지어주는 딸 현정이 있어 진아 씨는 행복합니다.
아프고 가난한 엄마이지만, 현정을 평범하게 잘 키우고 싶습니다.
현정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23개월 된 딸을 남들처럼 평범하게 키우고 싶다는 엄마 진아 씨의 바람…
따뜻한 하루 가족분들이 이루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