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김지영 대림성모병원 유방외과 과장. /사진제공=대림성모병원 |
모유 수유 중 유선염이 생기는 것은 흔하다. 유두에 생긴 작은 상처로 세균이 침투하면 염증이 생기고 통증과 발열, 부기 같은 증상이 뒤따른다. 흔히 젖몸살이라고 불리며 많은 여성이 수유기에 한 번쯤 겪는 대표적인 유방 질환이다. 그런데 모유 수유와 전혀 관계없이 발생하는 유선염도 있다. 바로 '육아종성 유선염'이다. 수유 경험이 없는 여성이나 수유를 오래전에 마친 여성에게도 나타날 수 있으며, 드물지만 한 번 생기면 치료가 쉽지 않아 긴 치료 기간을 감내해야만 한다.
육아종성 유선염은 유선 조직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고 이 과정에서 대식세포, 림프구, 섬유아세포 등이 모여 '육아종'이라는 면역세포 덩어리를 만드는 질환이다. 주로 젊은 가임기 여성, 특히 임신이나 수유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서 발견되지만 수유를 오래전에 마친 여성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겉으로는 피부에 염증이 있거나 딱딱한 덩어리가 만져져 유방암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흔하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암 검사를 위해 조직검사까지 진행했다가 이 질환으로 확인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안타깝게도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 자가면역 반응, 호르몬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균이 원인이라면 배양검사에서 확인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세균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유즙이 주요 자극 요인으로 작용하여 면역체계가 스스로를 공격해 염증이 생긴다는 자가면역설 △폐경 전후처럼 호르몬 변화가 큰 시기에 유방 조직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가설도 있다. 피임약이나 특정 약물, 개인의 체질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보고도 있어, 현재까지는 단일 원인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증상은 대체로 서서히 시작돼 몇 주에서 몇 달에 걸쳐 진행된다. 가장 흔한 것은 통증을 동반한 멍울이다. 멍울은 크기가 일정하지 않고 줄어들었다가 다시 커지기도 한다. 피부가 붉어지고 열감이 생기기도 하며, 일부 환자에게선 유두 함몰이나 피부 궤양 및 유두 분비물이 나타난다. 겨드랑이 림프절이 붓는 경우도 있고 전신 피로나 발열이 동반되기도 한다. 증상이 염증성 유방암이나 유방 농양과 구별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간과하지 않고 반드시 정확한 진단을 통해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진단은 우선 진찰과 초음파, 유방촬영술 같은 영상 검사가 시행된다. 그러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조직검사가 필수적이다. 의심 부위에서 조직을 채취해 현미경으로 분석했을 때 육아종이 확인되면 육아종성 유선염으로 진단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결핵, 베체트병, 육아종 혈관염 같은 다른 질환과의 감별도 필요하다.
가장 흔히 쓰이는 치료 방법은 스테로이드 치료다. 염증 억제 효과가 크지만 장기간 복용 시 다양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부작용 때문에 사용이 어렵거나 증상이 경미한 경우에는 항생제나 소염제를 쓰며 경과를 관찰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면역 기능이 회복돼 증상이 가라앉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염증이 특정 부위에 국한되면 스테로이드를 직접 주사하기도 하며, 고름이 생기면 배농 치료를 병행한다.
일부 환자는 계절 변화, 유제품 섭취, 특정 약물 복용 후 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 이처럼 육아종성 유선염은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증상과 식사, 복용 약물을 기록하는 것이 좋다. 또한, 규칙적인 수면과 식사, 운동은 빠른 회복을 돕는다.
육아종성 유선염은 증상이 다양하고 치료가 까다롭다. 반면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회복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증상이 있다면, 내 몸의 변화를 세심히 살피고 자신에게 맞는 치료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의료진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생활 습관까지 함께 조율해 나가는 것이 회복을 앞당겨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현명한 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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