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같은 출근길, 갑자기 심장이 터질 듯 뛰고 숨을 깊게 들이쉬어도 공기가 들어오지 않는 것 같은 답답함이 밀려온다. 손발은 저리고 어지럼증이 느껴지며 곧 쓰러질 것 같은 불안과 함께 '이대로 죽는 건 아닐까' 하는 공포가 엄습한다. 증상이 잦아든 후 병원을 찾아 온갖 검사를 받아보지만,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바로 '공황장애' 이야기다.
과거에는 연예인들이 겪는 극단적 스트레스 상황에서 주로 언급되던 '공황장애'가 이제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됐다.
최근 공황장애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2018년 18만 2725명이었던 공황장애 진료 인원은 매년 증가해 2023년 24만 7061명에 달했다. 하루 평균 약 677명이 공황장애로 병원을 찾는 상황이다. 공황장애는 더 이상 특정 직업군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흔한 정신건강 질환이 됐다.
공황장애는 특별한 예고 없이 갑자기 나타나는 공황발작을 주요 증상으로 한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숨이 가쁘며 △가슴 통증 △어지럼증 △손발 저림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이런 과정에서 대부분은 극심한 불안감 또는 공포감을 느낀다. 발작은 보통 10분 이내로 절정에 이르고 이후 서서히 사그라들지만, 문제는 이후에 남는 '예기불안'이다. 환자들은 이전에 겪었던 발작이 다시 일어날까 두려워 발작을 겪었던 장소나 비슷한 상황을 피하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회피 대상이 늘어나고, 일상생활 전반이 제한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공황장애를 명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서는 다른 신체 질환과의 감별이 필요하다.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이나 호흡 곤란은 심근경색, 천식, 폐색전증 등과 증상이 유사하다. 실제 대부분의 환자는 처음 내과나 응급실을 찾는다. 공황장애로 진단되기까지 심전도, 폐기능검사, 혈액검사 등의 기초 검사가 병행되며 반복적 증상이 있고 다른 신체 질환이 배제되었을 때 정신건강의학과적 진단이 내려진다.
 | | 오윤정 대림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 |
공황장애는 스트레스, 수면 부족, 과로 등 환경적 요인을 비롯해 성격, 과거의 심리적 외상, 유전적 영향, 세로토닌 기능 이상 등이 복합적인 발병 원인으로 작용한다. 환자마다 발병 기전이나 경과가 다르기 때문에 치료는 개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치료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가 중심이 된다. 약물치료에는 주로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가 사용되며 초기에는 항불안제를 병용하기도 한다. 인지행동치료는 공황을 유발하는 사고 패턴을 수정하고 회피 행동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복식호흡, 근육 이완 훈련, 노출 훈련 등이 병행될 수 있다.
공황장애 치료에 있어 가장 흔한 문제는 증상이 호전되면 환자가 치료를 자의적으로 중단하는 것이다. 2020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공황장애 약물 치료 후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재발 방지를 위해 8~12개월 동안 약물치료 유지가 필요하다는 권고사항을 발표한 바 있다. 자의적인 약물치료 중단은 증상의 재발이나 추후 약물 반응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약물 복용 중단 여부는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의해 결정해야 한다.
생활 습관 개선은 치료의 또 다른 축이다. 충분히 자고 규칙적으로 식사하며 운동하는 것만으로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카페인, 알코올, 니코틴은 자율신경계를 자극할 수 있어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최근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공황장애 진단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신건강 관련 빅데이터 분석 결과 2010년을 전후해 공황장애 진단율이 급격히 증가한 시점이 유명인의 투병 고백 시점이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분석이 있다. 이를 계기로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완화되고, 그동안 증상을 겪고도 병원을 찾지 못했던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진단과 치료에 나서게 됐다는 해석이다.
단 전문가들은 공황장애의 사회적 인식 확산이 유사 증상에 대한 과도한 자기진단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모든 불안이나 긴장 반응이 공황장애인 것은 아니며,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공황장애는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조절할 수 있는 질환이다. 증상이 반복되거나 일상에 영향을 줄 정도의 불안이 있다면 조기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고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공황장애는 결코 혼자 감당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정신건강의학과는 불안한 마음을 질환으로 이해하고 치료할 수 있는 첫 번째 창구이며, 지금 느끼는 고통이 치료 가능한 문제일 수 있다 는 가능성부터 열어두는 것이 회복의 시작임을 기억하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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