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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따른 약물치료율은 소폭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30/80mmHg 이하로 혈압조절을 철저하게 한 환자들은 기존의 140/90mmHg 이하를 목표로 조절한 환자 그룹보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2일 심장대사증후군학회가 개최한 '제2회 아시아·태평양 심장대사증후군 국제학술대회(2nd Asia-Pacific

CardioMetabolic Syndrome CONGRESS, 이하 APCMS 2019)'에서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강시혁 교수가 '2017 ACC/AHA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한국에 적용했을 시 나타나는 유병률 증가, 및

 심혈관 위험 감소 효과 등을 분석한 연구 결과의 주요 내용이다.

2017년 11월 미국심장학회(ACC)와ž 미국심장협회(AHA)는 고혈압 진단기준을 기존 '140/90mmHg 이상'에서

'130/80mmHg 이상'으로 강화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더불어 고혈압 환자의 치료 목표도 130/80mmHg 이하로 더 철저하게 조절할 것을 권고했다.

반면, 2018년 5월 대한고혈압학회가 개정한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선 기존 진단기준인

'140/90mmHg 이상'을 고수키로 결정했다.

미국에서 발표된 고혈압 진단기준을 적용하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고혈압 환자로 분류된다는 점과

기존의 목표혈압인 140/90mmHg 이하도 달성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고혈압 기준이 강화되면

 약제비 증가 등 사회적인 부담이 보다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등이 이유였다.

하지만 강시혁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내에 미국 가이드라인 적용 시

유병률 증가 대비

약물치료율은 소폭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강시혁 교수

이에 강시혁 교수를 만나 연구의 주요 결과와 쟁점, 그리고 미국 내 2017 ACC/AHA

고혈압 가이드라인 실제 적용 현황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번 연구의 주요 결과에 대한 설명 부탁 드린다.

연구는 2013∼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30세 이상의 성인 1만5,784명의 데이터를 분석,

미국 가이드라인을 국내에 적용했을 때 예상되는 결과를 확인했다.

연구결과, 고혈압 진단 기준을 130/80mmHg 이상으로 강화하면 한국인의 고혈압 유병률은

기존 30.4%에서 49.2%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그림1).

목표혈압으로 조절되는 고혈압 환자의 비율도 변했는데, 기존 목표혈압인 140/90mmHg 이하로 조절할 때는

 고혈압 조절율이 59.5%였던 반면 새로운 목표혈압인 130/80mmHg에서는 16.1%로 나타나 크게 감소했다(그림1).

그림1. 고혈압 진단 기준에 따른 고혈압 유병률 및 조절율 변화

하지만 실제로 고혈압이 중증이거나 심혈관질환 등 합병증이 진행돼

 약물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비율은 29.4%에서 35.3%로 소폭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고혈압 유병률은 약 19% 증가하지만 그중에서 6% 정도의 환자만이 약물치료가 필요하며,

 나머지 13%는 '고혈압으로 분류되지만 약물치료가 아닌, 건강한 생활습관이 권고되는 사람'에

 해당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유병률 증가에 비해 약물치료율이 크게 늘지 않은 이유는 뭔가.

'140/90mmHg'이 기존에는 '(고혈압)정의-치료 시작 시점-치료 목표' 모두를 관통하는 수치였는데,

 새로운 미국 가이드라인의 '130/80mmHg'은 이 모든 것을 엮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림2 참고)140/90mmHg 이상은 모두 약물치료를 하는데 반해, 130~139/80~89mmHg의 stage 1 hypertension은

고위험군만 약물치료를 시작하라는 내용이다.

그림2. 2017 ACC/AHA 가이드라인

정의와 명명이 조금씩 다르지만, 2017년 미국 가이드라인, 2018년 한국 가이드라인,

 2018년 유럽 가이드라인 모두 수축기혈압 130~139mmHg 구간에서 고위험군인 경우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는 내용은 동일하다(그림3).

그림3

강력한 혈압조절군에서 표준 혈압조절군보다 심혈관 발생 위험 감소 효과가 높다는

 대규모 임상 SPRINT 연구 발표 이후 생긴 변화다.

이 구간을 미국에선 'stage 1 hypertension'이라고 명명하고

우리나라와 유럽은 이 구간을 여전히 '고혈압전단계'라고 부르는 차이가 있지만,

실질적으론 더 tight하게 치료하는 방향으로 모두 동일하게 바뀌었다.

-해당 연구 결과에서 진단기준 변경에 따른 심혈관 발생 위험 역시 예측됐다. 이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연구에서 고혈압 환자들을 11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130/80mmHg 이하로 혈압조절을 철저하게 한 환자들은

 기존의 140/90mmHg 이하를 목표로 조절한 환자 그룹보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21%나 줄어들었다.

우리나라 진료지침을 개정하면서 140/90mmHg을 유지한 데에는 약제비용에 따른

 사회적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SPRINT 연구의 후속 분석에서는 혈압을 추가로 감소시킴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보다는 이득이 더 크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고위험군이 아닌 모든 환자에서 130/80mmHg 이하로 조절하는 것이 비용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데,

 본 연구에서는 적어도 효과적이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추가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약물치료 외에도 혈압을 낮추기 위한 비약물요법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130~139/80~89mmHg 구간의 저위험 인구에게 약물치료를 권유하지는 않지만

 금연, 규칙적인 운동, 건강한 식습관 등을 통해 혈압을 130mmHg 미만으로 관리하면

장기적인 이득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에서는 개정된 가이드라인이 잘 적용되고 있나

미국에서도 논란이 많다.

 미국심장학회가 너무 멀리 나갔다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다.

일례로 1차 진료의들에 더 가까운 ACP(American College of Physician)는 130/80mmHg 기준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이 왜 이렇게 과감한 변화를 선택했는지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림4 참고)아직 출판되지 않은 논문에 들어간 내용이지만, 미국 의료시스템이 고비용-저효율이라고

많은 비난을 받으면서도 막대한 비용만큼 결과도 압도적인 건 사실이다.

그림4

우리나라도 서구 선진국에 크게 뒤쳐지지 않는 편이지만, 미국은 현재 전세계에서 고혈압 관리를

 제일 잘 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로 그런 자신감 속에서 140/90mmHg보다 더 강력하게 조절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는 것이다.

-해당 연구는 작년 9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됐다.

이후 국내에서 진단기준 변경에 대한 논의 움직임은 있는지?

연구진으로서도 진단기준을 130/80mmHg으로 낮추는 게 맞는지 아직 잘 모른다.

앞서 언급한 쟁점들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140/90mmHg이라는 수치 하나를 지난 20~30년 동안 계속 사용한 결과,

대중들이 이제야 고혈압 기준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게 됐다.

10여 년 전만해도 본인 혈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우선 130/80mmHg 진단기준을 낮추면, 130~139/80~89mmHg 구간이지만 약물치료는 필요하지 않은 저위험 환자들에게

"고혈압이지만 약을 드실 필요는 없다"는 걸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다.

정확하게 말하면 고혈압은 위험인자이지 병은 아니다.

증상도 없고 불편한 게 없지만 10년, 20년 후의 예방을 위해서 약을 복용하는 질환이다.

그런데 전 국민의 절반을 고혈압 환자라고 부르는 건 너무 과한 일일 수도 있다.

2018년에 개정된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은 아마 5년 정도 후에 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때까지는 140/90mmHg이 유지될 것이며, 그 후에 어떻게 바뀔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해당 연구를 통해 연구진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사실 미국에서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고혈압에 대한 인식을 증진시키고 식습관 및 운동을 통한 예방과

 비약물적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고혈압 환자들은 자가 혈압을 자주 재고, 스스로 혈압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약물치료도 있지만, 건강한 생활습관이 혈압을 낮추고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낮춘다는 것은 잘 증명되어 있다.

고혈압은 심뇌혈관질환, 신장질환, 치매 등 다양한 질병을 유발하는 위험인자인 만큼, 일찍부터 혈압에 관심을 갖고

 최적 수치인 120/80mmHg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