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한사랑병원

전북 익산 응급실에서 벌어진 의사 폭행 사건에서 의료계가 분노했던 건

술에 취해 주먹을 휘두른 가해자 때문만은 아니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미온적으로 대처했다고 알려지면서 의료계는 더 분노했다.

비단 이번만은 아니다. 응급실 등 의료기관에서 의료진이 주취자나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맞는 사건이 발생하면 반복되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더 강경하게 대응하는 이가 있다. 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학과 3년차 전공의인 정용욱씨다.

정씨는 폭행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에 신고하고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

응급실에서 근무한 지난 3년간 환자나 보호자에게 맞아서 피해자 신분으로 경찰서에 간 것만 5번이다.

119 구급대가 주취자를 싣고 병원 응급실을 찾은 모습.

정씨는 “의사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대항해야 다른 환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며 “폭력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을 때 경찰에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이유는 현장 상황을

빨리 마무리 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다른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면 제대로 진료를 할 수 없다.

다른 환자와 보호자의 안전도 중요하다”고도 했다.

정씨는 “한번 폭언을 퍼붓거나 폭력을 행사했던 환자나 보호자 중에는

다시 와서 폭언을 하는 경우가 있다.

협박은 부지기수였다”며 “공권력이 동원되지 않으면 내 몸도 위험할 수 있다.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경험상 공권력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상황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

그는 “내 선에서 해결하려고 할 때는 나 말고 다른 의료진도 다치게 되더라.

 폭언이나 폭행이 한 명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다쳤다”며

“주취자는 만류가 안된다.

그래서 간호사나 병원 경비인력이 와서 응급실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고 해도

밖에서 또 다른 문제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만 피해자가 아니다.

간호사나 다른 직원들도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그는 폭행 사건이 벌어지면 112에 신고하고 가해자를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

응급실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하면 그는 매번 그렇게 했다.

“반드시 112에 신고한다.

112에 전화해서 어떤 사람이 폭력을 행사하고 폭언을 퍼부었다, 고소하고 싶으니 출동해 달라고 명확하게 말한다.

 그리고 업무상 방해가 아닌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입장도 밝힌다.”

그의 적극적인 대처로 현장 분위기도 달라졌다고 한다.

 그는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서 ‘술 취한 사람이 그럴 수도 있죠’라는 식으로 말하지는 않더라.

 예전보다 사건을 유야무야 넘기거나 고소 취하를 종용하는 일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가 근무하는 응급실에는 밤마다 주취자들이 실려 온다.

밤에 응급실을 찾는 경증 환자의 절반 가량이 주취자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응급실에 온 사람은 문진도 어렵고 진료에 협조도 안된다.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하는 간호사도 많다.

의사만 피해자가 아니다.

간호사, 응급구조사, 경비인력 등도 피해자다.

그리고 주취자로 인해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하는 다른 환자도 피해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