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청정국인 우리나라에서도 각종 마약이 일상생활 속 깊이 파고 들고 있다. 지난 2016년 마약사범 수가 1만 4000명을 넘었고 지난해 166종의 신종 마약이 임시마약으로 지정되는 등 마약청정국 지위를 잃게 될 정도다. 과거 극소수의 일탈이었다면 최근에는 빈부와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마약에 손을 대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마약 유통 실태와 방지책을 심층분석한다.
일용직 노동자 A(31)씨는 지난해 8월 암호화된 웹사이트인 일명 '딥웹(deep web)'을 통해 마약류인 엑스터시를 매입했다.
대금은 가상통화인 0.21 비트코인(당시 약 40만원)으로 지급했다.
A씨는 송금한 날 오후 11시 판매자가 알려준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건물 에어컨 실외기 하단에서 물건을 찾았다. 그는 이 같은 방법으로 2년 동안 총 96만원 상당의 마약과 대마를 구입했다.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모두 비트코인으로 대금을 지불했고 거래는 인적이 드문 시간대에 일반 주택가나 상가 건물 등에서 찾아가는 속칭 '던지기 수법'으로 은밀하게 이뤄졌다.
'대한민국은 마약청정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국내 불법 마약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 인터넷과 가상통화를 이용하는 등 범죄 수법도 갈수록 지능화 되면서 단속을 피해가는 '음지 거래'도 많다. 국내에서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로 규제되는 마약류는 크게 세 가지다. 천연마약ㆍ합성마약으로 분류되는 ▲마약(코카인ㆍ양귀비 등) ▲대통령령으로 지정돼 관리되는 향정신성의약품(필로폰ㆍLSD 등) ▲대마다. 마약 종류는 새 물질이나 화학적 결합이 늘면서 증가하는 추세다.
대검찰청 마약범죄 단속 현황에 따르면 올 들어 마약사범으로 적발된 인원은
총 2478명에 달한다. 월별로는 1월 830명, 2월 704명, 3월 945명으로, 매일 20∼30명이 수사 기관에 붙잡히고 있다. 마약 종류별로는 향정 거래사범이 2026명으로, 대마(336명)나 마약(116명)사범에 비해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이들 중 절반 이상(50.6%)은 투약 목적으로 마약을 거래했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유통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마약 거래는 더욱 손쉽게 이뤄지고 있다. 유튜브나 구글로 마약 판매글을 올린 뒤 보안성이 높은 텔레그램으로 매매를 약속하고, 가상통화로 대금을 지급하는 식이다.
가방 도소매업자 B(41)씨는 2016년 4월 유튜브에 '작대기 팝니다' '아이스얼음 팝니다'라는 제목의 마약 판매 광고글을 게시했다. '작대기'는 주사기를 통해 투약하는 필로폰을, '크리스탈'은 질 좋은 필로폰, '얼음'은 필로폰 가루를 의미하는 은어다. 거래가 성사되면 약속된 장소에 마약을 숨겨 놓고 찾아가도록 하는 '던지기 수법'을 썼다. 지난해 12월 마약류인 코카인을 구매한 혐의로 적발된 유명 작곡가 겸 래퍼 쿠시(본명 김병훈)도 이 같은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이 발표한 '2017년 마약류 밀수단속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단속에서 적발된 건수는 총 429건이다. 규모는 69.1㎏, 금액으로는 880억원에 이른다. 이는 전년과 비교했을 때 12% 증가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파티용 마약'으로 불리는 엑스터시, LSD 등의 적발도 크게 증가해 최근 5년 내 최대 적발 건수를 기록했다. 엑스터시와 LSD 등은 가격이 비교적 싸고 복용이 쉬워 젊은층에게 인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그룹 빅뱅의 탑(본명 최승현)이나 박봄 등 유명인의 마약 논란이 크게 불거지면서 어린 학생들에게도 마약의 손길이 뻗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제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밀수 경로가 다양해지고 거래 수단이 간편해진 만큼 수사당국과 관세청 등의 체계적인 마약 근절 대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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