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한사랑병원

몇달 전 이대목동병원 NICU에서 신생아가 4명 연달아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그 날이 생각났다.

나도 그 때 레지던트 3년차였다.

3년 전 그날, 나는 소아과 레지던트 3년차였고 NICU 주치의를 돌고 있었다.

그 토요일 밤, 나는 NICU 당직이었다.

당시 10명이 입원해 있던 NICU에서 3명의 아기가 상태가 안 좋은 상황이었다.

내가 주치의였던 만큼 아기들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고 당직실에도 못 들어가고 계속 NICU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그리고 병동 당직이었던 2년차, 응급실 당직이었던 1년차에게까지 오늘 CPR 터질 수 있으니

 전화 잘 받으라고 신신당부 해두었다.

오후 4시, 아기A의 상태가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쌤~ 애기 Heart rate(심박수)가 늘어지는데요."

담당 간호사의 다급한 목소리에 아기A에게 가서 상태를 살폈다.

 심박수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아기를 자극해도 반응이 없었다.

 결국 심박수가 100 이하로 떨어졌다.

"CPR 시작하겠습니다. 2년차 000선생님이 병동 당직입니다.

연락해서 바로 내려오라고 해주세요. 그리고 보호자분에게 전화로 상황 알려주세요."

그날의 첫번째 심폐소생술이 시작되었다.

열심히 30분간 아기A의 가슴을 누르면서 산소를 넣으면서 CPR을 진행하는 도중.

"쌤!! 000아기 heart rate 늘어집니다!!"

저쪽 구역에서도 간호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날아왔다.

일단 2년차에게 CPR을 맡긴 후 달려가서 아기B의 상태를 보았다.

 갑자기 아기B가 늘어지고 있었다.

"CPR 시작합니다!! 1년차 000선생님한테 전화해서 급한 환자 없으면 응급실 홀드 시키고 올라오라고 하세요!!

보호자 연락 부탁드립니다!! NICU 담당 000교수님께도 전화드렸죠?"

그날의 두번째 심폐소생술이 시작되었다.

아직 첫번째 심폐소생술도 진행 중이었다.

1년차가 응급실에 이야기하고 올라와서 두번째 CPR에 동참하고 나는 두 아기의 보호자들에게

간략한 상황설명을 한 후 다시 CPR을 진행하였다.

담당 교수님도 집에서 출발하여 곧 도착한다는 소식도 있었다.

두 명의 아기가 생과 사를 오가고 있었고 3명의 소아과 의사와 4명의 간호사가 아기들에게 달라붙어

이 세상에 머물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대략 30분 후 아기A의 상태는 안정되었다.

1년차는 응급실로 돌아갔고 도착한 교수님은 아기A의 부모님에게는 CPR이 끝났지만 오늘 잘 봐야 한다는 설명을

, 아기B의 부모님에게는 아직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그때….

"선생님! 000아기가 이상해요! 약을 주어도 반응이 없어요!"

심장에 문제가 있는 상태로 태어났던 아기C가 부정맥이 있을 때마다 들어가던 약물에 반응을 하지 않았다.

부정맥이 지속되면서.

"000아기 CPR 시작합니다!"

그날의 세번째 심폐소생술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날 밤 10시가 넘어서 상황은 마무리되었다.

다행히 아기 3명 모두 CPR에서 돌아와 아직 숨을 쉬고 있었다.

 그러나 CPR 후가 제일 무서운 법이다.

생과 사의 경계에서 어찌어찌 이 세상으로 데려왔지만 다시 그 경계에 서게 될 확률이 높다.

어쨌든 밤 11시에 2년차도 병동으로 돌아가고 교수님도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는 NICU에 앉아있었다. 당직실에 들어가기가 무서웠다.

앉아서 깜빡 졸았던 것 같다. 갑자기 간호사가 날 흔들어 깨웠다.

"쌤, 000아기가 다시 약물에 반응을 안해요!"

아기C가 다시 생과 사의 경계에 서 있었다.

"000아기 CPR 시작합니다! 2년차 000선생님 연락해주세요!"

새벽 2시, 그날의 네번째 심폐소생술이 시작되었다.

아기C는 전날 태어난 아기였다.

 그렇기에 엄마는 아직 옆 산부인과 병동에 입원해있는 상태였다.

새벽 3시 1시간의 CPR이 아기C의 몸에 시행됐지만 아기C의 심장은 다시 뛰지 않았다.

나는 2년차에게 CPR을 맡긴 후 옆의 산부인과 병동으로 넘어갔다.

아기C의 엄마아빠는 소식을 듣고 뜬눈으로 밤을 새고 있었다.

조용히 차분하게 아기C의 엄마 아빠에게 상황설명을 했다.

보통 30분의 CPR에도 돌아오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고 보는데, 우리 아기는 벌써 1시간이나 CPR을 하고 있다고,

아기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이미 초저녁의 CPR 때 아기가 힘들 것 같다는 설명을 들었던 엄마 아빠는 눈물을 머금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전날 출산으로 움직이기조차 힘든 엄마를 휠체어에 태우고 NICU로 들어갔다.

이미 아기C의 가슴은 2번의 CPR로 퍼렇게 멍이 들어있는 상태였다.

엄마와 아빠는 그 상황을 보고 흐느끼며 아기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이제 그만해달라고 말했다.

 CPR은 멈췄고 아기의 심장은 뛰지 않았다. 모두가 나를 바라봤다.

"0월 0일 새벽 3시 27분, 000아기 사망하였습니다."

늘 사망선고는 목이 메인다.

특히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짧은 생을 NICU 안에서만 보내다가 간 아기들의 사망선고는 더더욱 목이 메인다.

나는 그날 3명의 아기에서 총 4번의 CPR을 했고 1명이 사망하였다.

만약 그 때 3명 모두 사망하였으면 나도 8시 뉴스의 주인공이 되었을까?

이번 이대목동병원 사건처럼 1년차도, 2년차도 없는 상황이었다면 나는 과연 살아났던 2명의 목숨을 건질 수 있었을까?

 만일 아기들의 CPR 원인이 나눠썼던 주사제의 오염이었다면 나는 과연 1명이라도 살릴 수 있었을까?

대한민국의 의료가 붕괴하고 있다.

국민들은 모르겠지만 의사들은 확실히 알고 있다.

 의학의 꽃으로 추앙받는,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4개의 과,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가 무너지고 있다.

 내외산소라고 불리는 의학의 기반이 되는 4개의 과가 매년 지원자가 없어 미달이 나고 지방 대학병원에서는 레지던트가 사라지고 있다.

 즉, 내외산소를 전공하는 의사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미 수술 수가의 문제로 무너진 지 한참된 외과,

분만 시 의사의 잘못이 없더라도 아기가 잘못되면  30%의 책임을 의사가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후로 사라지고 있는 산부인과,

의학 중의 의학이라고 자부심이 대단했지만 원격의료 이야기가 나오면서 수가가 안 오르더니 5년 전부터 붕괴되기 시작한 내과.

그래도 소아과는 과의 특성상 아기가 좋아서 오는 사람들이 많아 내외산소 중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소아과도 국가로부터 무너지라는 선고를 받았다.

소아과에서의 꽃은 단연코 NICU다.

소아과의 모든 술기와 치료 중 제일 어렵고 까다로운 것이 막 태어난 아기를 살리려고 애쓰는 NICU에서 시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NICU는 힘들다. 원래 힘든 레지던트 시절이 끝나고 팰로우를 해도, 스텝을 해도,

교수가 되어도 아기가 안 좋아지면 몇시가 되었건 집에서 뛰쳐나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아기를 사랑하는 사명감을 가진 사람들이 NICU를 간다.

(난 그렇게 몇십년의 나의 인생을 희생할 엄두가 나지 않아 가지 않았다.)

NICU에는 태어나자마자 입원한 아기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기들은 부모들보다 의료진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그만큼 의료진들도 아기에게 많은 애정을 쏟는다.

우리 NICU에서는 미숙아로 태어나 1달간 혹은 2달간 인큐베이터에서 살다가 나온 아기가 처음 인큐베이터

 밖으로 나올 때 요란하게 축하하며 동영상을 찍어준다.

2kg도 되지 않는 몸무게로, 간혹 1kg도 되지 않는 몸무게로 태어나 NICU에서 2달, 3달을 보내고

 3kg를 처음으로 넘어가면 우리는 "아 이녀석, 이제 가방 메고 학교가야겠다!"라고 기뻐한다.

간혹 막 입원한 아기가 제대로 숨을 못 쉬고 헐떡이며 상태가 안정되지 않으면 나는 그 아기의 인큐베이터에 속삭여준다.

"정신 차려, 인마! 세상에 태어났으면 술은 한 번 마셔보고 가야지!"

우리는 2kg도 안되는 조그만 아기에게서 그 아기의 미래를 본다

. 이 아기가 무사히 NICU를 나가 돌잔치를 하고, 유치원에서 가서 재롱잔치를 하고, 가방 메고 초등학교를 가고,

 무사히 성인이 되어 살아갈 것이라고 굳게 믿으며 아기를 치료한다.

아무도 이 아기가 조그만 관에 담겨 이 방을 나가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신생아들이 4명이 죽었다. 목숨의 무게는 무겁다.

그리고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그 책임을 묻고 싶다.

그러나 정말 그 책임을 묻는 것이 단지 어떤 사람에게 책임을 지워주고 욕하고 잊으려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싶은 것이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과연 우리의 4명의 아기들을 무엇이 죽게 만들었는가.

 왜 의사들은 하나같이 저 교수들의 잘못이, 전공의의 잘못이, 간호사의 잘못이 아니라고 하는가.

이번 기회에 진짜 원인을 알아내지 못하면 이러한 비극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의료, 내외산소는 무너져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