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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열대 찜통국가 조짐에 '부채'론 안 시원해… 휴대용 선풍기 판매 두배 급증

연일 무더위가 계속되며 휴대용 선풍기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전통 도구인 부채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거리 판촉물 사이에서도 이제 부채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에야 실내에선 강력한 에어컨과 실외에선 편리한 휴대용 선풍기가 있지만,

 과거엔 이동과 휴대가 편리한 피서 용품은 부채가 유일했다.

 그 연원을 따지고 들면 기원전 2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357년 고구려 고국원왕 시기 축조된 안악 3호분의 주인공은 오른손에 깃털 부채를 쥔 모습으로 벽화에 남아있다. 사진은 안악 3호 고분 벽화

피라미드와 고구려 고분 속 공통점은? 

기원전 2000년대 고대 인도, 그리고 소아시아 철기 국가였던 히타이트의 부조(浮彫)를 통해

 부채를 사용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고, 이집트 투탕카멘 왕(재위 BC 1361~1352) 피라미드에서

발굴된 황금봉에 타조 깃털을 붙인 부채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부채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부채 역사 또한 2000년에 다다른다.

기원전 1세기 유적인 경남 다호리 고분과 경주 탑동 무덤에서 각각 옻칠 부채가 출토됐는가 하면,

 357년 건축된 고구려 안악 3호 고분 주인공은 깃털이 달린 부채를 든 모습으로 벽화에 남아있어

 한반도 초기 국가를 거쳐 삼국시대까지 귀족들을 중심으로 부채가 널리 사용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부채에도 신분 구별이 있다? 

부채는 접었다 펼 수 있는 접부채와 평평한 둥글부채로 나뉘는데,

11세기를 전후해서 한반도를 중심으로 중국, 일본에선 주로 접부채가 널리 전파됐다.

현대인은 부채를 바람을 일으키는 소도구로만 생각하지만,

 조선시대의 부채는 권위를 상징하는 물건으로 신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부채가 달랐다.

양반들은 서로 멋을 뽐내기 위해 부채 끝(사북)에 다는 선추(扇錘)로 화려함을 겨뤘는데,

정작 신분과 격은 부채의 속살 수에서 드러났다.  

접부채의 살수가 50개면 왕을 비롯한 왕실 직계만 쓸 수 있는 오십살 백첩선,

임금이 단옷날 신하에게 하사한 선물은 사십살 팔십첩선이며,

 사대부 이하 상민이나 중인은 40살 미만의 부채만 쓸 수 있었다.

조선시대 합죽선 한 자루 값이 쌀 한 가마에 육박했으므로 일반 서민은 쉽게 접하기조차 어려운 사치품이 바로 부채였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는 휴대용 선풍기를 애용해 들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자주 포착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7일 바른정당 정책 토론회 시작에 앞서 휴대용 선풍기를 쐬고 있는 이혜훈 의원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최근 휴대용 선풍기 사용 급증에는 매년 오르고 있는 기온의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 평균기온은 1973년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으며,

 5월부터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평년 대비 매월 1℃ 이상 기온이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온 몸을 덮는 의상이 주를 이루는 사극 촬영장에서 휴대용 선풍기는 필수품으로 통용되고 있다. 사진 = KBS '구르미그린달빛'

국내 액세서리 프랜차이즈 1위 못된고양이는 2017년 상반기 휴대용 선풍기 매출이 전년 대비 42% 증가했다고 밝혔다.

최근 며칠간 기온이 30도를 웃돈 탓에 여의도 정가, 드라마 촬영장, 도심 번화가 등

미디어나 생활 가리지 않고 휴대용 선풍기 사용을 목격할 수 있다.

기실 부채는 부칠수록 실제로 더 더워지기 때문에 나날이 오르는 기온에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휴대용 선풍기에 내어주게 됐다.

이러한 추세라면 부채는 조만간 더위를 피해 바람을 일으킨 도구가 아니라

중세 귀부인이 얼굴을 가렸듯 ‘가리개’ 용도의 물건으로 기록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