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찬란하게 뜨오르는 태양도 저녁에는
세상에 어떤 것도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잠시 후면 다 지나갑니다.
사람도 지나가고, 짐승도 지나가고
바람도 지나가고, 고통도 슬픔도 기쁨도 지나갑니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가 세상을 떠나면서 유작으로 남긴 시가 있습니다.
그 시 중에는 자기가 힘들 때 중국 '사기(史記)'의 작가인
사마천(司馬遷)을 생각하면서
글을 썼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거운 밤에는/ 이 세상 끝으로 온 것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옛날의 그집' 중에서)
한나라 시대의 사관인 사마천은 젊었을 때 자기의 친구를 변호했다가
임금이 격노하여 그의 고환을 거세해 버렸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발분하여 상고시대에서 한대에 이르는
2000년 역사를 끝내 완성하고
한 많은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그렇게 쓴 '사기'는 중국의 고전 중에서
가장 독자가 많은 사서임은 물론이고,
동아시아를 비롯하여 세계 사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대하사서입니다.
중국의 문인들은 사마천의 좌우명인
'어떤 사람의 죽음은 태산처럼 거룩하고
어떤 사람의 죽음은 깃털처럼 가볍다'란 말을 자주 인용합니다.
사마천은 여기서 한 인간의 '죽음'이 갖는 의의를
'태산'과 '깃털'로 양분하고 있습니다.
사람 사는 곳이라면 사람들의 귀감이 되는 인물들은
한결같이 불행과 불우 속에서 완강히 분발하는 사람들입니다.
박경리씨도 그랬습니다.
남편 사별, 아들 사망, 사위 옥고…
그래서 박경리 당신의 말을 빌리면
'슬프고 고통스러워 문학에 몰입하였다.' 고 했습니다.
사마천의 '사기열전'을 보면 굴원의 '이소'는 쫓겨 다닐 때 썼고,
좌구명은 장인이 된 후에 '국어'를 썼으며,
다리가 절단된 손자는 발분하여 '손자병법'을 썼고,
'여씨춘추'는 여불위가 좌천되자 썼고,
한비는 영어(囹圄)의 몸이 된 후에 '세난'과 '고분'을 썼습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해질녁 난간에 앉아잇는 새 인지도
박경리씨의 좌우명이
'이것 또한 지나 가리라'
라고 한 것도 다 그런 연유에서 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것도 지나가고, 저것도 지나갑니다.
그래서 세월이 약이라고 했나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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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는 손
